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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브 루스가 돌아왔다”…오타니 펜웨이파크 맹활약에 미국이 들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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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삼진을 잡아낸 뒤 포효하는 오타니. [AP=연합뉴스]

7회 삼진을 잡아낸 뒤 포효하는 오타니. [AP=연합뉴스]

‘이도류(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선수를 일컫는 일본식 조어)’로 주목 받는 미국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28)가 괴물 같은 활약으로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 보스턴 팬웨이파크에서 투타 모두 수준급 경기력을 선보여 의미가 남달랐다.

오타니는 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팬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경기에 선발투수 겸 3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이곳에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선수가 중심타선(1~4번)에 배치된 건 1919년 9월20일 베이브 루스 이후 103년 만이라 경기 전부터 화제가 됐다.

오타니는 최고 구속 161km의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1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AP=연합뉴스]

오타니는 최고 구속 161km의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1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AP=연합뉴스]

뜨거운 관심 속에 그라운드에 나선 오타니는 선발투수로 제 몫을 했다. 7이닝 동안 6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에인절스의 8-0 승리를 이끌어 시즌 3승(2패)째를 챙겼다. 최고 구속 100.3마일(161km), 평균 구속 97.2마일(156㎞)에 이르는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11개의 삼진을 곁들였다. 99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81개를 스크라이크존에 꽂아 넣었다. 29개의 헛스윙을 유도해 이 부문 개인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평균자책점은 4.19에서 3.08로 확 낮췄다.

타자로도 준수했다.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2개의 안타 모두 담장을 직접 맞힐 정도로 장타였다. 4회 초 1사 1루에서 우중간 담장을 때리는 안타를 쳤고, 8회에는 무사 만루에서 그린 몬스터(펜웨이파크의 명물 왼쪽 담장)를 맞혀 타점을 기록했다. 시속 167㎞짜리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에 그린몬스터 위 수동 점수판에 걸려 있던 오타니의 등번호(17)가 떨어져 눈길을 끌었다.

오타니는 후속 타자 안타 때 득점에도 성공했다. 시즌 타율은 0.230에서 0.240으로 올랐다.

7회 타자로 나선 오타니가 대형 파울 타구를 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7회 타자로 나선 오타니가 대형 파울 타구를 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팬웨이파크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이다. 현역 시절 투타 모두 정상급 활약을 펼친 ‘원조 이도류’ 베이브 루스가 지난 1914~19년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누빈 구장이기도 하다.

101년 전인 1919년 9월21일에 펜웨이파크에 오른 베이브 루스는 4번타자 겸 선발투수로 경기를 치렀다. 당시 5와 3분의 1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승패 없이 물러났지만, 이후 좌익수로 보직을 바꿔 9회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며 보스턴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주자로 나서 후속타자 안타로 홈을 밟은 뒤 팬들의 환호를 받는 오타니. [AP=연합뉴스]

주자로 나서 후속타자 안타로 홈을 밟은 뒤 팬들의 환호를 받는 오타니. [AP=연합뉴스]

‘베이브 루스의 재림’을 지켜 본 미국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보스턴의 베테랑 왼손 투수 리치 힐은 “이 선수의 경기를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한다”면서 “지난 100년 동안 못 봤고, 어쩌면 앞으로 100년 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에인절스 팀 동료 제러드 월시는 “믿을 수 없다. 그의 활약에 대해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며 놀라워했다.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사람들이 지금 보는 장면들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알아주길 바란다”면서 “이런 경기를 그저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경기 후 오타니는 “펜웨이파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장 중 하나다. 이곳에서 던지는 걸 고대하고 있었다”면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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