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시장 좌판서 오일 파스타? '파기름 비빔면' 그립다면 [쿠킹]

중앙일보

입력 2022.05.06 06:00

업데이트 2022.05.06 08:30

10년간 프렌치 가스트로 펍 ‘루이쌍끄’의 오너 셰프로 받은 사랑을 뒤로하고, 2019년 돌연 “평생 해보고 싶었던” 국숫집에 도전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유학 시절 배운 유럽 면 요리에 이어, 우리나라 전국 곳곳은 물론이고 일본,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지를 다니며 면을 공부했다. 면 요리 전문점 ‘유면가’에 이어, 현재 요리연구소 ‘유면가랩’을 운영 중이다. 그동안 면을 공부하며 알게 된 면 이야기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한다.

이유석의 면면면 ⑨ 상하이 파기름 비빔면

상하이 파기름 비빔면은 짭조름하고 달달한 맛과 고소한 향이 특징이다. 사진 이유석

상하이 파기름 비빔면은 짭조름하고 달달한 맛과 고소한 향이 특징이다. 사진 이유석

5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면을 공부하기 위해 해외의 여러 도시를 찾아다니던 때다. 처음에는 밥 먹듯 일본을 들락날락하다가 차츰 홍콩과 북경, 그리고 상하이까지 종종 들르게 됐다. 사실, 상하이는 면을 공부하기 전에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주로 비즈니스미팅으로 가곤 했지만, 미식 여행으로도 몇 차례 상하이를 찾은 적 있다. 지인이기도 한 미식 블로거 ‘비밀이야’의 영향이 컸다. 약이 오르게 부러울 정도로, 해외식당과 요리에 관한 글을 잘 표현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글을 읽다 보면 결국 “나도 먹고 만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실제로 비행기 표를 사서 상하이로 떠났다. 그때 먹은 것 중에 기억나는 요리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의외로 시장 좌판에서 파는 수수한 서민 음식들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중에서도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바로 ‘파기름 비빔면’ 이다. 중국어로는 ‘총요우빤미엔(葱油拌面)’이다.

총요우빤미엔은 상하이 시장 좌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수다. 비주얼만 놓고 보면, 이거 짜장면이네 싶다. 그런데 오일이 많이 들어가 꽤 기름지다. 짜장면보단 차라리 간장이 들어간 오일 파스타가 연상된다. 한 젓가락 집어 들면 매우 향긋하고 고소한 향이 코안으로 들어오고 침샘을 자극한다. 맛은 짭조름하면서도 은근히 달달하다. 달고 짭조름한 이 양념이 얇고 쫀득한 면발과 함께 입안을 가득 채운다.

만드는 법을 알고 나면 더욱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무척 단출해서다. 단맛이 진하고 향이 강한 중국 전통 간장 노두유, 양조간장, 설탕과 파기름이 끝이다. 스타일에 따라 굴 소스를 첨가하는 레시피도 많다. 하지만 파기름 비빔면의 맛의 포인트를 살리는 건 무엇보다 ‘파기름의 완성도’에 있다. 좋은 들기름이 들기름 막국수 맛의 포인트가 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파기름 비빔면의 완성도는 파기름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 pixabay

파기름 비빔면의 완성도는 파기름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 pixabay

파기름을 뽑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의 경우 양파나 대파, 생강들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블렌딩해서 기름을 뽑곤 한다. 나는 그중에 대파 뿌리를 무척 좋아한다. 육수를 뽑을 때나 진한 풍미의 파기름을 뽑을 때 제 몫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파를 손질할 때면 뿌리를 깨끗이 헹궈서 따로 냉동해둔다. 그런데 상하이식 파기름 비빔면은 쪽파를 활용해 파기름을 뽑는다. 이번에는 현지의 요리 선배에게 배워온 버전을 그대로 공개하려고 한다. 쪽파와 대파 뿌리, 생강을 활용한 버전이다.

파기름 같이 원재료를 써서 직접 향미유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180~190℃의 고온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것이다. 높은 온도의 기름을 원재료에 부어서 서서히 식히며 맛을 우려내는 방식이 있고, 모든 재료를 기름에 함께 넣고 온도를 서서히 고온까지 올린 뒤, 색깔이 타기 전까지 재료를 캐러멜라이징한 후 완성하는 방식이 있다. 대파나 양파를 사용한 향미유는 후자에 속한다. 쪽파를 주로 활용하는 상하이식 파기름 비빔면 또한 이 방법이 잘 어울린다. 게다가 쪽파는 살짝 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캐러멜라이징해도 탄 맛이 거슬리지 않는다. 탄 맛보다 달고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에 파기름을 뽑고 남은 쪽파를 고명으로 쓰기도 한다. 고명으로 나온 파는 씹히는 맛도 매우 좋다.

쪽파와 달리 원재료가 잘 타거나, 탔을 때 맛이 그다지 좋지 않은 재료도 있다. 이런 재료는 최고온도가 130℃를 넘지 않도록 하며, 조리 시간도 20분 정도에서 끝내는 것을 추천한다. 재료가 말린 분말일 경우에는 120℃ 이내를 추천한다. 단, 말린 분말 중에서도 고춧가루 같은 재료는 180℃의 고온에서뿐만 아니라, 75~80℃의 상대적 저온에서 장시간 우려내는 방식으로도 각기 다른 매력의 향미유를 뽑아낼 수 있다. 이때 공통점은 온도를 최대한 천천히 올린 후, 식힐 때도 천천히 상온에서 맛이 우러나게 식혀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육수는 끓어서 완성하면 그 풍미를 가두기 위해 얼음물이나 찬물에 중탕으로 빠르게 식히는데, 향미유는 정반대라 할 수 있다.

면의 경우 나는 국수 중면을 주로 쓰는 편이다. 면 삶는 법은 파스타 삶는 공정과 유사하다. 면이 들러붙지 않게 오일 한 큰술과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면을 삶아낸다. 그리고 면은 80% 정도만 익힌다. 가운데 심지가 덜 익은 상태를 뜻하는 파스타의 ‘알덴테’ 정도다. 그다음 파기름과 간장양념에 면을 살짝 볶아 완성한다. 만약 더 쫄깃한 면이 먹고 싶다면, 면을 충분히 삶고 찬물에 빠르게 헹군다. 그 후 간장양념과 파기름을 섞어 거품이 일게 한번 끓여내고, 헹궈낸 면에 양념처럼 올려 섞어 먹는다. 혹은 면을 헹구는 과정을 생략한 채 건져낸 국수 위에 바로 양념을 뿌려 간짜장처럼 비벼 먹는 방식도 좋다.

Today‘s Recipe 이유석의 상해 파기름 비빔면

면이 빨리 불기 때문에 먹을 만큼만 만들어야 한다. 사진 이유석

면이 빨리 불기 때문에 먹을 만큼만 만들어야 한다. 사진 이유석

"작은 새우나 굵게 다진 돼지목살을 익혀서 고명으로 올리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 면이 무척 빨리 불기 때문에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드는 대신 먹을 만큼만 만들어야 한다."

재료 준비 

상해 파기름 비빔면에 들어가는 재료. 사진 이유석

상해 파기름 비빔면에 들어가는 재료. 사진 이유석

재료(1인분) : 쪽파 2대(대략 60~70g, 손가락 길이로 준비), 대파 뿌리 1개, 생강 1g, 노두유(중국 전통간장) 6mL, 양조간장 15mL, 설탕 15g, 식용유 70mL, 중면 90g.

만드는 법
1. 속이 깊고 두꺼운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쪽파와 대파 뿌리, 생강을 넣는다.
2. 색이 갈색이 될 때까지 약한 불에서 볶는다. 나무 주걱으로 가끔 저으며 볶는다.
3. 고명으로 쓸 쪽파는 따로 빼놓은 뒤, 남은 소스 재료를 모두 넣는다.
4. 끓는 물에 굵은 소금 한 큰술과 오일을 넣고, 중면을 가운데 심지가 살짝 남아있게 덜 삶은 후 건져 낸다.
5. 3번에서 캐러멜라이징이 될 때 거품이 살짝 이는데, 나무 주걱으로 살짝 바닥을 저어준 뒤, 4의 면을 넣는다.
6. 면을 1분 정도 약불에 잘 버무려 준 뒤, 그릇에 담는다. 기름을 내고 따로 건져두었던 쪽파를 고명으로 올려 완성한다.

이유석 루이쌍끄X 대표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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