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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만 모친 앗아간 '위험한 갯벌'…작년도 이곳서 참변 있었다[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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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해경과 부안소방서 소속 구조대원들이 지난 3일 부안군 변산면 하섬 좌측 암초에 고립된 70대 남녀 2명을 구조하기 위해 헤엄치고 있다. 바다에서 표류 중이던 김병만(47)씨 어머니 A씨(70)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사진 부안해양경찰서

부안해경과 부안소방서 소속 구조대원들이 지난 3일 부안군 변산면 하섬 좌측 암초에 고립된 70대 남녀 2명을 구조하기 위해 헤엄치고 있다. 바다에서 표류 중이던 김병만(47)씨 어머니 A씨(70)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사진 부안해양경찰서

전북 부안 하섬서 바지락 캐다 참변  

개그맨 김병만(47)씨 어머니 A씨(70)가 지난 3일 숨진 전북 부안군 변산면 하섬에서는 유사한 사고가 자주 발생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안해양경찰서는 5일 "지난해부터 하섬에서 이른바 '해루질' 중 발생한 고립사고 6건(11명) 중 A씨를 포함해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부안 전체에서 발생한 해루질 중 고립사고는 8건(24명)이다. 해루질은 얕은 바다에서 어패류 등을 잡는 일을 뜻하는 전라도·충남 지역 방언이다.

전북소방본부와 부안해경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11시49분쯤 "하섬 좌측 암초에서 3명이 조개를 채취하는 중이며 바다에서 육지로 이동하는 이들의 모습이 위험해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부안소방서와 부안해경 구조대는 이날 오후 12시9분쯤 현장에 도착해 암초에 고립된 70대 남녀 2명부터 먼저 구조했다.

이후 주변 해역을 수색해 오후 12시30분쯤 바다에서 표류 중이던 A씨를 구조했다. 발견 당시 A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구조대가 오후 1시20분쯤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개그맨 김병만이 지난 4월 1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혁재 기자

개그맨 김병만이 지난 4월 1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혁재 기자

해경 "지난해 3월에도 1명 숨져" 

부안군 등에 따르면 하섬(9만9173㎡)은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에 딸린 섬이다.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속하며 고사포해수욕장에서 약 2㎞ 떨어진 지점에 있다. 음력 1일과 15일을 전후해 간조 때가 되면 2~3일간 너비 약 20m, 길이 2㎞ 바닷길이 드러나 조개 등을 채취할 수 있다. 사고 당일은 하섬까지 바닷길이 열리는 날이었다.

조사 결과 A씨 일행 5명은 전주에 사는 이웃 주민들로 사고 당일 오전 8시쯤 썰물로 바닷길이 생긴 하섬 일대 갯벌에 들어갔다. 바지락을 캐던 일행 중 2명은 사고 직전 육지로 빠져나와 화를 면했다. 해경은 이들이 밀물이 올라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육지로 나오려다 빠르게 불어나는 바닷물에 잠겨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곳에선 지난해 3월에도 해루질을 하다 1명이 숨진 바 있다.

구조된 일행 2명은 해경에서 "육지 쪽으로 함께 걸어나오다가 바닷물이 허리 이상 차오른 상태에서 A씨가 순간적으로 발이 땅에 닿지 않아 바닷물에 휩쓸려 일행에서 이탈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부안해경 관계자는 "바다가 도로처럼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골(깊은 구멍)이 있다 보니 이런 사고가 난 것 같다"며 "육지 쪽으로 온다고 수심이 얕아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전북 부안의 하섬 전경. 중앙포토

전북 부안의 하섬 전경. 중앙포토

"일행과 육지로 나오다 바닷물 잠겨 이탈" 

구조 당시 사고 지역이 수심이 얕고 암초가 많아 해경과 소방당국도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부안해경 측은 "맨눈으로 보기엔 바닷물이 차 있긴 하지만 수심이 얕아 배를 운항하기엔 불가능한 지역"이라며 "구조대원들이 헤엄을 쳐 암초까지 접근해 고립자 2명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해마다 하섬 지역에서 고립사고 등이 끊이지 않자 "국립공원 측의 안전 관리 체계가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보통 사고는 바다에 안개(해무)가 짙게 낀 날 나는데 (사고 당일은) 날씨가 워낙 쾌청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밀물 때에 맞춰 해경과 함께 현장을 순찰하고 경고 방송을 해왔지만, 하섬 지역의 긴 해변 여건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부안해경과 부안소방서 소속 구조대원들이 지난 3일 부안군 변산면 하섬 좌측 암초에 고립된 70대 남녀 2명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부안해양경찰서

부안해경과 부안소방서 소속 구조대원들이 지난 3일 부안군 변산면 하섬 좌측 암초에 고립된 70대 남녀 2명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부안해양경찰서

공원 측 "열심히 했으나 지형적 한계…대책 마련" 

이 관계자는 또 "(밀물 때마다) 인력을 투입해 (하섬 바닷길과 맞닿은) 해변(1.7~2㎞)에 띠를 이뤄 진입을 막는 게 최선이지만, 인력이 부족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고 방송을 계속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지만, 소음 민원이 많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립공원 측은 사고 직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조석 위험 경보시스템 생명섬 1개 추가 설치 ▶국립해양조사원 조석정보시스템 연계 등 자동방송시스템 보강 ▶응급드론을 활용한 방송·순찰 강화 ▶하섬 지역 감시 활동 강화 ▶해경·119구조대 등 유관기관 비상 연락망 점검 등이다. 앞서 국립공원 측은 2019년 갯벌 탐방객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유동마을과 하섬 전망대 앞 해안도로 2곳에 조석 위험 경보시설 2개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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