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안전수칙 잘 지키게 현장에 CCTV 달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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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주최하고 고용노동부가 후원한 ‘중대재해처벌법 정책세미나’가 4일 열렸다. 김상선 기자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고용노동부가 후원한 ‘중대재해처벌법 정책세미나’가 4일 열렸다. 김상선 기자

“사고 예방이 간절한 것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장에 폐쇄회로(CC)TV라도 설치하고 싶은 심정이다.” (배총재 한국타이어 SHE담당 상무)

“산업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법 조항 때문에 고민이 크다.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공연업체는 전문지식과 예산이 부족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인우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사무국장)

지난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2 중대재해처벌법 정책세미나’에서 나온 기업들의 목소리다. 6일이면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되지만 현장에서 겪는 혼란은 여전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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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산업재해가 단순히 현장 작업자의 안전수칙 위반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며 중처법을 통해 기업 스스로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발굴, 개선하는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검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은 “법 시행 이후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53.1%(17개사)는 최근 3년 내 사망사고 발생 이력이 있던 곳”이라며 “위험에 대한 관리 책임이 명확하지 않아 안전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부재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중처법은 처벌이 아닌 예방을 위한 법”이라며 “기업 스스로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예방을 위해 애쓴다면 설령 사고가 나도 처벌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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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단체는 최근 5년간 산업재해 발생 건수가 증가 추세였고, 29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중상자와 사망자가 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기업이 사고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안전보건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2024년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처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안전보건 활동을 생산성에 방해되는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입장은 달랐다. 최근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는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고 강조한다. 산업현장의 사고 사망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도 거론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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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산재 사고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사후처벌 규제 방식이나 처벌 중심 입법으로는 사망 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현재 산업안전과 관련한 사업주의 처벌 수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현재 중처법은 ‘돈과 서류작업에 대한 법’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며 “만약을 대비해 최고경영자(CEO)가 안전과 관련해 어떠한 조치를 했는지를 모두 문서화하고, 부족한 재정을 쪼개 안전보건 지출비용을 집중적으로 늘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중처법은 시행 전에도 법리적 논란이 많았는데 실제 시행 이후에도 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작동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예산 투입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비용이나 인력의 여력이 없는 기업은 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코로나19 오미크론 증상이 아무리 감기와 비슷하다고 말해도, 본인이 걸렸을 때 느끼는 증상과 통증은 현격히 차이가 난다”며 “정부는 ‘사고예방 활동을 잘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직접 받아들이는 기업의 입장은 다르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중처법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달리 얼마만큼 예방 활동을 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가 명시돼 있다”며 “산안법을 강화해 구체적인 사업자의 의무를 알려주고 처벌하는 게 헌법에 부합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처법을 바라보는 각계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부가 법안의 조기 정착을 위해 현장의 반응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처법은 경영자에게 사고 책임을 직접 묻다 보니 현장의 반응이 뜨겁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법 적용에 대해 건설업과 비건설업으로만 나눠놨을 뿐 각 산업의 특수성, 그리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경영 여건 차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충분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법 시행령은 처벌의 근거이기도 하지만 면책 규정이 될 수 있다”며 “막연한 공포를 가지기보다는 회사의 경영 상황에 맞게 최선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정책 세미나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법무법인 세종, 그리고 법무법인 화우가 후원했다.

당초 기업 안전보건 담당자 100명을 대상으로 했으나 참여 신청이 몰리면서 당초 예정된 인원보다 많은 120여개의 기업 담당자를 초대하며 조기 마감했다. 참석자들은 주제 발표와 쟁점 토론, 법률 상담으로 이어진 이번 세미나에서 적극적으로 질의에 참여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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