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마침내 냉면 한 그릇 ‘1만원 시대’가 개막됐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자장면도 평균 가격이 처음으로 6000원을 돌파했다.
5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자장면 1인분의 평균 가격은 6146원을 기록했다. 전달보다는 5.1%, 1년 전보다는 14.1%나 급등하며 가격표의 맨 앞자리 숫자가 5에서 6으로 바뀌었다.
역시 ‘저렴한 한 끼’로 통하던 칼국수 가격도 지난달 8269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0% 이상(10.8%) 올랐다. 서울 지역 칼국수 1인분의 평균가격은 지난 3월 8115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8000원대를 돌파한 바 있다. 냉면값도 지난달 1만192원을 기록하며 조사 이래 처음으로 1만원대를 넘겼다. 전달보다는 2.3%, 1년 전보다는 9.5%나 오른 가격이다. 라면이나 국수류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오뚜기 옛날 국수 소면(900g)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가격이 28.6%, 진라면 순한맛(5개입)은 14.6%가 각각 뛰었다.
외식업계는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칼국수·자장면·냉면 등의 면 요리가 가격 인상 압박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누들플레이션’(누들+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인건비가 오르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수요’가 늘어난 것이 종합적으로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유명 칼국수 집인 서울 명동교자의 칼국수 가격은 지난 2월 1만원으로 올랐다. 2019년 2월 9000원으로 가격을 올린 데 이어 3년 만에 1000원을 올린 것이다. 봉피양·필동면옥 등 서울 시내 유명 냉면집도 올해 들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각각 평양냉면 한 그릇에 1만5000원, 1만3000원이다. 서울 시내 주요 중식당도 지난해부터 자장면 가격을 500원~1000원씩 인상했다.
이들 3개 품목 외에도 비빔밥(8846원→9538원), 김치찌개 백반(6769원→ 7154원), 삼겹살(1만6581원→1만7261원) 등 3개 품목이 1년 새 가격표 자릿수가 바뀌었다. 8개 조사 대상 품목 가운데 그나마 삼계탕 가격만 0.8% 소폭 상승에 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 폭은 전년 대비 4.8%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외식 물가가 너무 올라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하기도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6% 올랐다.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전월(6.6%)에 이어 두 달 연속 고공비행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0년 8월 0.6% 수준에 불과했지만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 재료비 인상이 누적되고 수요도 점차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오름폭이 계속 확대됐다.
품목별로 보면 갈비탕(12.1%)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이어 생선회(10.9%), 김밥(9.7%) 등의 순이었다. 어린이날 단골 메뉴인 피자(9.1%), 짜장면(9.1%), 치킨(9.0%), 돈가스(7.1%) 등도 상승률이 높았다. 육류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외식 물가 상승률은 소고기 8.4%, 돼지갈비 7.9%, 삼겹살 6.8% 등으로 집계됐다. 39개 조사 대상 외식 품목 가운데 햄버거(-1.5%)를 제외한 38개 품목의 물가가 올랐다. 햄버거는 주요 프랜차이즈의 할인 행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물가가 내렸다.
배달비 인상도 외식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밀·팜유 가격이 오르면 빵·라면·과자 등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이런 재료를 쓰는 외식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수요와 공급 요인이 한꺼번에 외식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