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누들플레이션…자장면 14%, 칼국수 11% 면류 외식물가 상승률 최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냉면값 1만원 시대’다. 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냉면값은 1만192원이었다. 사진은 서울 명동의 음식점들. [연합뉴스]

‘냉면값 1만원 시대’다. 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냉면값은 1만192원이었다. 사진은 서울 명동의 음식점들. [연합뉴스]

서울에서 마침내 냉면 한 그릇 ‘1만원 시대’가 개막됐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자장면도 평균 가격이 처음으로 6000원을 돌파했다.

5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자장면 1인분의 평균 가격은 6146원을 기록했다. 전달보다는 5.1%, 1년 전보다는 14.1%나 급등하며 가격표의 맨 앞자리 숫자가 5에서 6으로 바뀌었다.

역시 ‘저렴한 한 끼’로 통하던 칼국수 가격도 지난달 8269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0% 이상(10.8%) 올랐다. 서울 지역 칼국수 1인분의 평균가격은 지난 3월 8115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8000원대를 돌파한 바 있다. 냉면값도 지난달 1만192원을 기록하며 조사 이래 처음으로 1만원대를 넘겼다. 전달보다는 2.3%, 1년 전보다는 9.5%나 오른 가격이다. 라면이나 국수류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오뚜기 옛날 국수 소면(900g)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가격이 28.6%, 진라면 순한맛(5개입)은 14.6%가 각각 뛰었다.

외식업계는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칼국수·자장면·냉면 등의 면 요리가 가격 인상 압박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누들플레이션’(누들+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인건비가 오르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수요’가 늘어난 것이 종합적으로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 유명 칼국수 집인 서울 명동교자의 칼국수 가격은 지난 2월 1만원으로 올랐다. 2019년 2월 9000원으로 가격을 올린 데 이어 3년 만에 1000원을 올린 것이다. 봉피양·필동면옥 등 서울 시내 유명 냉면집도 올해 들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각각 평양냉면 한 그릇에 1만5000원, 1만3000원이다. 서울 시내 주요 중식당도 지난해부터 자장면 가격을 500원~1000원씩 인상했다.

이들 3개 품목 외에도 비빔밥(8846원→9538원), 김치찌개 백반(6769원→ 7154원), 삼겹살(1만6581원→1만7261원) 등 3개 품목이 1년 새 가격표 자릿수가 바뀌었다. 8개 조사 대상 품목 가운데 그나마 삼계탕 가격만 0.8% 소폭 상승에 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 폭은 전년 대비 4.8%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외식 물가가 너무 올라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하기도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6% 올랐다.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전월(6.6%)에 이어 두 달 연속 고공비행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0년 8월 0.6% 수준에 불과했지만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 재료비 인상이 누적되고 수요도 점차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오름폭이 계속 확대됐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품목별로 보면 갈비탕(12.1%)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이어 생선회(10.9%), 김밥(9.7%) 등의 순이었다. 어린이날 단골 메뉴인 피자(9.1%), 짜장면(9.1%), 치킨(9.0%), 돈가스(7.1%) 등도 상승률이 높았다. 육류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외식 물가 상승률은 소고기 8.4%, 돼지갈비 7.9%, 삼겹살 6.8% 등으로 집계됐다. 39개 조사 대상 외식 품목 가운데 햄버거(-1.5%)를 제외한 38개 품목의 물가가 올랐다. 햄버거는 주요 프랜차이즈의 할인 행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물가가 내렸다.

배달비 인상도 외식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밀·팜유 가격이 오르면 빵·라면·과자 등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이런 재료를 쓰는 외식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수요와 공급 요인이 한꺼번에 외식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