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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축구는 후반 45분 시작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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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행을 확정한 뒤 달려 나오고 있다. 후반 44분까지 1·2차전 합계 3-5로 뒤졌던 레알 마드리드는 90분부터 3골을 몰아쳐 6-5 역전승을 거뒀다. ‘안첼로티 매직’이다. [AP=연합뉴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행을 확정한 뒤 달려 나오고 있다. 후반 44분까지 1·2차전 합계 3-5로 뒤졌던 레알 마드리드는 90분부터 3골을 몰아쳐 6-5 역전승을 거뒀다. ‘안첼로티 매직’이다. [AP=연합뉴스]

1% 대 99%.

프랑스 방송 카날+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4강 2차전 후반전이 끝날 무렵 소개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의 실시간 결승 진출 확률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1%의 확률’을 뚫고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시작한 지 90분이 지난 뒤 3골을 터뜨리며 ‘마드리드의 기적’을 일궈냈다.

카날+가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도중 띄운 결승 진출 확률. 레알 마드리드가 1% 확률을 깼다. [사진 마르카]

카날+가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도중 띄운 결승 진출 확률. 레알 마드리드가 1% 확률을 깼다. [사진 마르카]

레알 마드리드는 5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UCL 4강 2차전에서 연장전 끝에 맨체스터 시티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달 27일 원정 1차전에서 3-4로 졌던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후반 28분 리야드 마레즈에 먼저 골을 내줬다. 레알 마드리드가 결승전에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가기 위해 2골이 필요했지만, 후반 44분까지 레알 마드리드는 침묵했다.

벤제마가 연장전에 페널티킥 골을 터트렸다. [AFP=연합뉴스]

벤제마가 연장전에 페널티킥 골을 터트렸다. [AFP=연합뉴스]

후반 45분에 ‘마드리드의 기적’이 일어났다.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호드리구(21·브라질)가 정규시간 90분과 91분에 2골을 몰아쳤다. 후반 45분 카림 벤제마(35·프랑스)가 왼발로 올린 공을 호드리구가 문전 쇄도하며 차 넣었다. 1분 뒤 다니엘 카르바할의 크로스가 마르코 아센시오 머리를 맞고 흐른 공을 호드리구가 그대로 헤딩골로 연결했다.

결국 1, 2차전 합계 5-5 무승부를 이루면서 양 팀은 연장에 들어갔다. 기세가 오른 레알 마드리드는 연장 전반 5분 벤제마가 후벵 디아즈 태클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결국 직접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긴 승부를 마감했다.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벨기에)는 120분간 8세이브를 기록하며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전 아르헨티나 대표팀 동료였던 세르히오 아게로에게 “장난하지 마. 말이 돼?”란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만 6번째 탈락했다. [AFP=연합뉴스]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만 6번째 탈락했다. [AFP=연합뉴스]

대회 최다우승팀(13회)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의 DNA’를 보여줬다. ‘역전의 명수’ 레알 마드리드는 파리생제르맹과의 16강 1차전에서도 0-1로 졌지만, 결국 3-2로 승부를 뒤집었다. 또 첼시와 8강 1, 2차전도 합계 스코어 3-4로 끌려가다가 막판에 5-4로 뒤집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대회 최초로 16강, 8강, 4강전 등 토너먼트마다 패배를 기록하고도 결승에 올랐다.

레알 마드리드 카를로 안첼로티(63·이탈리아) 감독의 리더십이 빛났다. 안첼로티는 “경기 전 선수들에게 올 시즌 역전승했던 8경기를 보여주며 ‘한 번 더 남았다’고 말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안첼로티는 감독 최초로 5차례 UCL 결승 무대를 밟았다. AC밀란에서 2회, 레알 마드리드에서 1회 우승을 이뤄낸 안첼로티는 어떤 감독도 이루지 못한 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안첼로티의 용병술도 빛을 발했다. 후반 23분 교체투입한 호드리구가 막판에 2골을 몰아넣었다. 호드리구는 “신이 ‘오늘은 너의 날이야’라고 말한 것 같다.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벤제마는 15호 골로 UCL 득점 선두를 달렸다. 토너먼트에서만 10골을 기록한 벤제마는 올해 강력한 발롱도르(한해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 후보로 손꼽힌다. 반면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이 후반 27분 케빈 더 브라위너를 뺀 건 패착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4강에서만 6번이나 탈락했다.

2021~22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2021~22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레알 마드리드는 29일 오전 4시(한국시각)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리버풀(잉글랜드)과 ‘빅이어(Big ear·UCL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툰다. 리버풀은 4강에서 비야 레알(스페인)을 1, 2차전 스코어 합계 5-2로 꺾고 결승에 선착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7~18시즌 이후 4년 만에 UCL 우승에 도전한다. 리버풀은 2018~19시즌 이후 3시즌 만에 UCL 정상을 노린다. 결승전은 이탈리아 출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독일이 나은 위르겐 클롭(55) 감독의 ‘명장 대결’이기도 하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안첼로티는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다.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축구 정점에 다다른 벤제마, 돌파하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최고의 조커 호드리구 등이 필요한 순간에 놀라운 퍼포먼스를 발휘하도록 만든다”고 했다. 그는 또  “2000년대 초·중반 이미 2차례 UCL 우승을 이끈 안첼로티는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엘튼 존 같은 스테디셀러 ‘올드 팝’이다. 반면 클롭 감독은 도르트문트 시절 헤비메탈처럼 격렬한 축구를 펼쳤다. 지금은 최신 트렌드에 맞춰 변화무쌍한 축구를 펼친다”고 덧붙였다.

리버풀은 골키퍼부터 수비·중원·공격까지 팀 밸런스가 가장 좋은 팀으로 손꼽힌다. 양쪽 풀백으로는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와 앤디 로버트슨이 버티고 있다. 이들은 틈날 때마다 어시스트를 하는 등 공격 가담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최고 수비수 버질 판데이크와 플레이메이커 티아고도 있다.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대회 8골)가 설령 골을 못 넣는다 해도 사디오 마네, 루이스 디아스, 디오고 조타가 나서서 해결해준다.

2018년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당시 결승에서 리버풀을 3-1로 꺾고 정상에 섰다. [EPA=연합뉴스]

2018년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당시 결승에서 리버풀을 3-1로 꺾고 정상에 섰다. [EPA=연합뉴스]

살라는 결승전 진출을 확정한 뒤 “레알 마드리드가 올라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말했다. 살라가 이끄는 리버풀은 4년 전인 2018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UCL 결승전에서 1-3으로 졌다. 당시 살라는 세르히오 라모스의 태클에 걸려 넘어져 어깨를 다쳐 전반에 교체아웃됐다. 살라는 4년 만의 리턴 매치에서 설욕을 벼른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결승행을 확정한 뒤 14라는 숫자가 적힌 유니폼을 입었다. 14번째 우승을 거두겠다는 의지다.

이미 리그컵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와 FA(축구협회)컵, UCL까지 쿼드러플(4관왕)에 도전한다. 리그 조기 우승을 확정한 레알 마드리드는 UCL에 전념할 수 있는 반면 맨시티와 끝까지 프리미어리그 우승 싸움을 펼쳐야 하는 리버풀은 다소 불리하다. 리버풀이 끝까지 기량을 유지한다면 결승전에서 또 한번 영화 같은 승부를 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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