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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보란 듯…러시아, 발트해서 핵공격 모의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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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가 발트해 동남부 연안에 있는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에서 핵 공격 모의훈련을 했다고 AFP통신이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칼리닌그라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 둘러싸여 있는 지역으로,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고향(독일명 쾨니히스베르크)이다. 러시아의 핵 시위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EU와 러시아의 갈등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자국군이 칼리닌그라드 서부 영토에서 가상의 적을 겨냥한 핵탄두 미사일 공격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동식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가상훈련을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했다면서다. 러시아 국방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가상 적국의 미사일 발사대와 비행장·사회기반시설·군사장비·군사지휘소를 대상으로 모의 타격 연습을 했다.

시뮬레이션 후에는 군 장병 100명 이상을 동원한 훈련도 이어졌다. 적의 원점 보복 타격을 피하기 위해 발사 위치를 바꾸는 기동훈련과 함께 전투부대가 방사능·화학무기 공격을 당했을 때를 가정한 대응 훈련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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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핵 위협 수위를 높이며 자국의 핵전력을 경계태세로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면 ‘번개처럼 빠른 보복’을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특히 스웨덴과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러시아는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위협했다. 현재 칼리닌그라드에는 러시아의 핵무기 저장 시설이 있고, 2018년부터 이스칸데르가 실전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런 탓에 러시아의 이번 모의 훈련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움직임을 경고하는 동시에 칼리닌그라드의 핵무기 배치 가능성을 보여주며 EU 전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일 프랑스 르피가로지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국영TV 로시야1은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서 극초음속 핵미사일 사르맛을 발사할 경우 런던은 202초, 파리는 200초, 베를린은 106초면 요격 없이 타격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방송 토론을 내보내기도 했다.

AFP는 러시아 국영TV가 최근 핵무기 사용에 대한 자국민의 여론을 우호적으로 조성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노바야가제타(러시아 독립언론) 편집장은 “향후 2주 동안 우리는 (러시아) TV에서 핵 저장고를 열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AFP에 말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군은 올해 들어 두 번째 핀란드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핀란드 국방부는 이날 오전 10시40분쯤 러시아 군용 수송 헬리콥터 한 대가 핀란드 영공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군은 덴마크와 스웨덴 영공을 침투한 일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러시아 정찰기가 발트해에 있는 덴마크 보른홀름섬과 스웨덴 영공을 침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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