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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도 푸틴만큼 잘못 있다" 돌아온 룰라의 저격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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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전임이면서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룰라. 지난 1일 사진이다. AP=연합뉴스

브라질의 전임이면서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룰라. 지난 1일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지금 우리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기립박수를 보낼 때가 아니다.”

브라질 전 대통령이자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7)가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최근 인터뷰에서다. 타임은 4일(현지시간) 발간한 최신호에서 룰라를 커버 인물로 다뤘다. 룰라는 타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연설을 하고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이 계속 나온다”며 “그러나 이 전쟁엔 젤렌스키 역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똑같이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젤렌스키가) 코미디언 출신으로 대통령이 잘 되긴 했지만 이젠 (전쟁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룰라는 미국 역시 저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전쟁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모스크바로 날아가 푸틴과 (전쟁을 막기 위한) 회담을 하지 않은 것은 리더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 국회를 상대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 국회를 상대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룰라는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둬왔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이란은 물론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도 관계를 유지했다. 이번 발언은 그러한 맥락에서 자신의 전통적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브라질 대선은 오는 10월 예정이다. 룰라는 현직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와 결선행이 유력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룰라가 40% 이상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나 보우소나르와 격차는 5%p 정도다. 타임지는 룰라를 이번 커버인물로 다루면서 ‘룰라의 2막(Second Act)’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번 주 타임지 커버로 등장한 룰라. 브라질 국기 색의 넥타이를 맸다. [타임지]

이번 주 타임지 커버로 등장한 룰라. 브라질 국기 색의 넥타이를 맸다. [타임지]

룰라는 노동자 출신으로 2006~2014년 브라질 대통령을 지냈다. 후계자인 여성 정치인 지우마 호세프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줬으나 부패 혐의로 기소, 수감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3월 연방대법원이 선고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풀려났고 정치 활동 재개와 함께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브라질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동료 여성 의원을 향해 “강간하기엔 너무 못생겼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팬데믹 대처에 실패하면서 “탄핵하고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브라질 국민은 60만명 이상에 달한다. 그럼에도 20% 안팎의 유권자들은 보우소나루에 대한 지지가 굳건하다. 룰라의 시멘트 지지층이 좌파 진보 세력이라는 점과 대비된다.

룰라(왼쪽)와 보우소나루. AFP=연합뉴스

룰라(왼쪽)와 보우소나루. AFP=연합뉴스

룰라의 선거 전략은 이에 따라 중도층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제라우두 아우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를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중도층 표심 공략 카드다. 아우키민 전 주지사는 룰라의 전 정적(政敵)이다. 2006년 대선에서 룰라와 경쟁했고, 패한 경력이 있다. 그런 인물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룰라가 그만큼 중도층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룰라는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브라질은 평화와 문화 교육과 과학의 발전을 되찾아야 한다”며 “나는 전국을 돌며 모든 브라질 시민과 포옹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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