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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드러누워 살겠다"…엘리트 산실 中공청단의 쇠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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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4 청년절을 앞두고 베이징 인민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창설 기념일인 5일 지난 90주년과 달리 별도의 기념식은 열리지 않았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4 청년절을 앞두고 베이징 인민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창설 기념일인 5일 지난 90주년과 달리 별도의 기념식은 열리지 않았다. [신화=연합뉴스]

중국공산당 미래 엘리트의 산실로 주목 받던 당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5일 결성 100주년을 맞았다. 이날 100주년 기념식은 열리지 않았다. 지난 2012년 90주년 기념식이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하게 열렸던 것과 대조된다. 당시 기념식에는 공청단 제1서기 출신의 후진타오(胡錦濤·80) 전 국가주석이 참석해 “공청단은 당의 충실한 조수이자 예비군, 정권의 중요한 기둥”이라고 치켜세웠다.

90주년 기념식선 후진타오 주석 연설 #7372만 단원, 10년동안 1619만명 줄어 #“말로만 당평” 주장에 6.5억 클릭 열기 #20대 리커창·후춘화 향방에 미래 달려

쇠락한 공청단의 현주소는 단원 숫자에서 드러난다. 14~28세를 대상으로 하는 공청단원은 지난 2021년 말 기준 7372만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 말 8990만명에서 1619만명이나 줄었다. 10년간 중공 당원이 약 1000만명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기층 단조직은 359만개에서 367만7000개로 늘어났다. 조직력은 강화됐지만 인기가 식었단 얘기다.

공청단의 약화에는 중국 청년층의 무기력증이 한몫했다. 중국의 청년절인 지난 4일 소셜네트워크(SNS)에는 평평하게 드러누워 살겠다는 ‘당평(躺平·중국식 발음은 ‘탕핑’) 운동’이 다시 화제로 떠올랐다. 청년절은 한국 3·1 운동의 영향을 받은 애국주의 ‘5·4 운동’을 당시 베이징 대학생이 주도한 데서 생긴 이름이다.

이날 중공 산시(陝西)성 선전부는 웨이보(微博) 계정 ‘바이루스핀(白鹿視頻)’에 “#00허우(後·2000년대 생)는 말로는 당평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이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며 토론을 촉발했다. 토론은 하루 만에 6억500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논쟁을 일으켰다. 많은 네티즌이 댓글에서 “실제도 당평한다”며 취업난, 996(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6일 야근 제를 부르는 용어), 봉쇄 일변도 방역에 대한 불만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일반 젊은이가 법을 지키면서, 집·자동차·결혼·육아처럼 자신의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소비를 거부하고, 대신 획득감과 만족감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당평운동은 중국 MZ세대(밀레니얼, Z세대)가 “집 사지 않고, 차 사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아이 낳지 않고, 소비하지 않으며, 최저 생존 기준만 유지해 타인을 위한 돈벌이 기계나 착취당하는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는 소극적 반항”을 말한다. 한국의 ‘5포 세대(취업·결혼·연애·출산·내집 마련 포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의 중국식 버전이다. 지난해 봄부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렀다. 이 같은 당평운동에 공감하는 중국 젊은이는 입당 보증수표 격이던 공청단에 과거와 같은 매력을 못 느낀다.

공청단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허쥔커(賀軍科·53) 공청단 제1서기는 지난달 21일 “진정한 당평은 극소수다. 쉬지 않고 분투하는 젊은이가 다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평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은어이자 정서적 표현일 뿐”이라면서도 “국가는 당평이 드러낸 문제 해결을 고도로 중시한다. 교육·취업·결혼·육아 등 난제 해결에 정책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평과 함께 공청단 쇠퇴는 정치적 요인이 크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최고 권력자의 후계자 지명권을 없애고 차차기를 지정하도록 제한한 격대지정(隔世指定)이 시진핑(習近平·69) 집권 후 무력화된 탓이다. 후야오방(胡耀邦, 1915~1989) 전 총서기 이래 후진타오(胡錦濤·80) 전 주석→리커창(李克强·67) 총리→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루하오(陸昊·55) 자연자원부 장관으로 이어진 공청단 제1서기 계보는 약화됐다. 상하이방·태자당과 대등하게 경합했던 공청단의 영광은 과거의 일이 됐다.

지난해 5월 13일 허난성 시찰에 나선 시진핑 주석(사진 가운데) 옆에 공청단 출신의 후춘화(오른쪽 두번째) 부총리가 수행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5월 13일 허난성 시찰에 나선 시진핑 주석(사진 가운데) 옆에 공청단 출신의 후춘화(오른쪽 두번째) 부총리가 수행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공청단의 향방에는 올 하반기 열릴 20대 당 대회가 중요하다. 리커창 총리는 내년 3월 총리직에서 퇴임한다. 향후 진로는 불확실하다. 후임 총리로 거론되는 후춘화 부총리는 지난해 5월 시 주석의 허난성 시찰에 류허(劉鶴·70) 부총리 대신 수행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일 헤이룽장(黑龍江)에서 20대 대의원에 당선됐다. 시진핑→왕후닝→한정에 이은 네 번째 선출로 정치적 함의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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