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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을 출마로 기운 이재명…"사정 칼날이 등판론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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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이 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3월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이 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3월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개인적으로는 등판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등판론이 확산하자 조응천 민주당 의원(당 비대위원)은 5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대선에서 패배한 지 두 달밖에 안 지난 시점이어서 등판 시기가 너무 빠르다”며 “대선 패배에 대해서 성숙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고문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이자 친이재명계 인사인 그가 출마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에 대해 당 내에선 “차기 주자로서의 존재감 손상 우려 때문일 것”이란 말이 나온다.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명분이 적고, 당선돼도 전국구 스타에서 일개 지역구 의원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익명을 원한 친명계 인사는 “너무 서둘렀다가 당내 반발을 사면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나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류할 시기 지났다”…커지는 등판론

이 고문의 보선 출마에 대해 친명계에서는 줄곧 회의적 의견이 주를 이뤘었다. 하지만 사나흘 전부터 기류가 급변했다고 한다. 이 고문 측 핵심 의원은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측근들이 최근까지 만류했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완전히 지났다”며 “출마까진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이 고문도 요즘 계양을 출마로 기운 상태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이 고문은 인천 계양구에서 51.86%를 득표해 43.14%를 얻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8.73%포인트 앞섰다.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 2일 성남시청 5개 과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 2일 성남시청 5개 과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내에선 이 고문의 판단 변화와 관련해 “대선 패배 후 옥죄어 오는 사정 칼날 때문일 것”(청와대 출신 의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4일 경기남부경찰청이 이 고문 배우자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경기도청을 10여 시간 동안 압수수색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날 제시된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고문이 국고손실죄의 공범으로 적시됐고, 의전 관련 업무를 했던 배모 사무관의 11년치 급여 등 5억5000여만원이 손실액으로 기재됐다고 한다. 이 고문 측 인사는 “압수수색이 단순히 법인카드 유용 사건을 넘어 전방위로 이뤄진, 이 고문을 엮기 위한 수사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난 2일 경기 분당경찰서가 이 고문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자 우려는 더 커졌다. 해당 의혹은 이 고문이 성남시장 시절 자신이 구단주로 있던 성남FC에 대기업 후원금을 유치하고 인허가 편의를 줬다는 내용으로, 경찰이 지난해 9월 불송치 결정을 했던 사안이다. 8개월 만에 다시 수사가 재개된 것을 두고 당내에선 “경찰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무혐의로 결론 내린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것 아니겠냐”(민주당 행안위 관계자)는 말이 나온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고문 측 의원은 “사법리스크가 이 고문의 보선 등판론을 키운 측면이 있다”며 “국회에 입성한 뒤 ‘탄압받는 야당 의원’의 면모가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도 많다”고 설명했다.

6·1 지방선거 위기론에 거세지는 ‘이재명 차출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6·1지방선거도 이 고문의 등판설을 부르는 요인이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의원은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적어도 경기지사 선거는 이겨야 하기 때문에 이 고문이 보선 후보로 직접 뛰며 수도권 선거 열기를 끌어올려달라는 당내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도 이날 오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고문은) 우리 당의 열세를 돌파할 수 있는 핵심적인 분”이라며 “지방선거도 지원해야 하고, 보궐선거에도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찬대, 이성만, 정일영, 허종식 의원 등 인천 지역구 민주당 의원 4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고문이 선거를 지원하는 것만 아니라 계양을 보선에 출마해 함께 뛰어야 한다. 지선 승리 유일한 카드는 이 고문의 출마”라고 주장했다. 이 고문 측 의원은 “윤 당선인은 취임 후에도 계속 전국을 도는 일종의 ‘고공전’을 펼 텐데 이 고문이 느슨하게 지원 유세만 한다면 주목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직접 후보가 돼서 절박하게 선거를 이끌어야 유권자들에게 부각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강원 춘천역을 방문, 철도 인프라 구측 현장을 점검한뒤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22050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강원 춘천역을 방문, 철도 인프라 구측 현장을 점검한뒤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220504

민주당 비대위는 6일 회의를 열고 이 고문의 계양을 전략공천 여부에 대해 논의한다. 국민의힘은 견제를 시작했다. 성남 분당갑 보선 출마 예정인 김병관 전 민주당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이 고문의 분당갑 출마가 대의에 맞다면 언제든 자리를 비우겠다”고 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고문이 계양으로 갈 명분 자체가 없어졌다. 이 고문의 분당 출마에 꽃길이 열렸다”며 비꼬았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의원은 “분당갑에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출마가 가시화되고 있어서 이 고문이 나서면 자칫 ‘대선 시즌 2’가 될 수 있어 현실적 선택지는 아니다”며 “계양을에 출마해달라는 당의 요청을 이 고문이 수락하는 형태로 지도부 뜻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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