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6일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5일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안 위원장이 출마하기로 결단했다”며 “인수위의 마지막 공식 일정인 6일 오후 2시 수원 지역 순회국민보고회 행사를 마친 뒤 현장에서 출마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안 위원장은 측근들과 논의를 했고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안 위원장이 6·1 보궐선거의 핵심 지역으로 주목 받아온 분당갑 출마 선언을 하면 경기지사 등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국힘 간판 달고 4년 만 완주 승부수
안 위원장은 처음으로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선거를 치르게 된다. 안 위원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과 단일화를 하고, 올해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단일화하는 등 국민의힘 측과 협력 관계를 1년 가까이 이어왔다. 하지만 당시 안 위원장은 국민의힘 인사가 아니라 국민의당 대표 신분이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안 위원장이 국민의힘 사람임을 알리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 위원장은 2018년 서울시장 선거 이후 4년 만에 완주하는 선거를 눈앞에 뒀다. 안 위원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올해 대선에서 막판까지 레이스를 펼쳤지만, 출마 시점부터 ‘단일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분당갑 선거에서는 단일화 등 변수가 없기 때문에 일단 출마하면 완주 가능성이 100%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완주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조차 일각에서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목소리가 있었다”며 “국민의당 대표가 아닌 ‘정치인 안철수’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치르는 일대일 구도의 선거”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안 위원장이 분당갑 선거에서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윤 당선인의 경기 지역 득표율은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에 5.32%포인트 밀렸지만, 분당구에서는 12.66%포인트 앞섰다.
당권 도전 신호탄 성격도…당내 견제는 상당
안 위원장의 출마는 당권 도전을 알리는 신호탄 성격이 강하다. 안 위원장은 앞서 윤 당선인과 단일화를 할 때 “국민의힘을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꼭 하고 싶다”며 당권 도전의 뜻을 밝혔다. 그가 3월 30일 국무총리직을 고사했을 때도 정치권에선 당권 도전으로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않으면 당 대표 도전은 물론, 향후 대표직 업무 수행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안 대표가 분당갑에서 당선되고, 경기지사 선거에도 도움을 준다면 당권 도전의 명분을 얻게 될 수 있다. 안 위원장 측 인사는 “다음 총선이 2년 뒤라는 것을 고려하면 분당갑 출마가 타이밍상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이준석 대표가 안 위원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2일 “꽃가마는 안 태워드린다”며 전략 공천에 부정적이던 이 대표의 발언이 다음 날 “전략 공천은 신청 시기와 관계없다”고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이 대표가 껄끄러운 관계인 안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쌍수 들고 환영할 가능성은 작다.
잠재적인 당권 경쟁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도 “안 위원장이 험지에 가서 이겨주면 좋겠다”고 인천 계양을 출마를 촉구하며 견제구를 던졌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당 내부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안 대표가 분당갑에 출마해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당 대표 도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기지사 출마 김은혜와 시너지는?
안 위원장의 출마는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안이다. 야권 관계자는 “김 후보가 당선인 대변인직을 내려놓고 경기지사에 도전장을 던질 때부터 윤 당선인 측과 안 위원장 측 사이에 분당갑 출마에 대한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대선주자급인 안 위원장이 일종의 ‘러닝메이트’로 김 후보를 지원하면 경기지사 득표율 상승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시너지 효과는 확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빅매치 성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간 이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이나 분당갑 중 한 곳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날 분당갑 출마 의사를 밝혀온 민주당 김병관 전 의원은 “이 상임고문의 분당갑 출마가 대의에 맞고 당에 도움이 되면 언제든 자리를 비우겠다”고 선언했다. 야권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6일 출마를 먼저 치고 나가면 이 상임고문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