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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심 사로잡은 이 양산…80년대생 男 2명이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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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이 다가오면서 자외선 차단제, 선글라스, 양산 등 제품이 대륙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필수템'으로 속속 담기고 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증시 상장을 노리는 관련 기업도 등장했다. 애슬레저 브랜드 베네언더(蕉下·Beneunder)는 올해 4월 9일 홍콩증권거래소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2012년 설립된 베네언더는 온라인 판매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펼쳐 10여 년이 지난 지금 업계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2021년 기준 베네언더의 온라인 매출은 업계 2위 브랜드의 5배를 뛰어넘으며 주력 상품도 양산에서 자외선 차단 재킷 등 의류와 관련 잡화로 확대해나갔다.

베네언더에 따르면 2019년 3억 8000만 위안(735억 3760만 원)에 이르던 매출은 2021년 24억 1000만 위안(4663억 8320만 원)으로 뛰었으며, 연간복합성장률은 150.1%에 달했다.

[사진 베네언더 공식유튜브 캡처]

[사진 베네언더 공식유튜브 캡처]

85허우(85后, 1985년대 이후 출생) 이공대 남성 둘이 세운 양산 브랜드

2011년, 화동이공대학 고분자 재료공학 학과를 졸업한 마룽(马龙)은 홍콩에 사는 여성이 야간 달리기, 사이클링 등 운동을 즐기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 여성들은 운동 장비를 고를 때 신중하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브랜드 외에도 기능성을 중시하고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를 골랐다.

당시만 해도 중국 국내 브랜드 중, 이 같은 도시 직장 여성의 수요를 맞출 만한 브랜드가 없었다. 마룽은 바로 여기서 사업성을 내다봤다. 정보통신공학 학위를 가진 린쩌(林泽)와 손잡고 애슬레저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중국 국내 유통 시장에서 ‘자외선 차단’ ‘기능성’ 등 분야에 관심있는 국내 브랜드는 거의 없었다. 자외선 차단과 관련된 제품은 주로 화장품 기업에서 취급했으며, 양산과 같은 물리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은 야외 스포츠 브랜드에서 간혹 출시하긴 했지만 이에 주력하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우산을 만들어 온 항저우(杭州) 톈탕싼예(天堂伞业)만이 그나마 가장 잘 알려진 곳이었다. 톈탕싼예는 ‘가성비’를 내세워 명성을 이어왔다. 평균 우산 가격은 40위안(약 7700원)으로, 용도 역시 햇빛을 가려주기보다는 주로 비를 막는 데 사용되었다.

중국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마룽과 린쩌는 2013년 항저우에 베네언더를 설립했다. 베네언더란 사명도 ‘바나나 잎 아래(芭蕉叶下)’란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은 해, 베네언더에서 첫 번째 양산 시리즈가 출시되었다. 이는 베네언더의 스테디셀러인 검은 양산 시리즈로 중국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사진 131Express]

[사진 131Express]

이 양산에는 고온 공정을 거쳐 형성된 L.R.C 햇빛 차단 코팅층이 적용되었다. 열에 강하고 열전도 감소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코팅층에는 주로 폴리우레탄, 금속산화물 등이 포함되었는데, 그중 금속산화물은 적외선을 제어하고 태양의 자외선을 반사하는 효과를 지녔다. 항공우주, 레이싱 등 온도 제어가 까다로운 분야에 자주 쓰인다.

베네언더는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기울였다. 기존 우산이 크고 휴대에 불편하다는 점에서 착안, 5단 접이식 양산을 제작했다. 가방에 넣을 수 있도록 케이스까지 세트로 만들어 선보였다.

[사진 淘优券]

[사진 淘优券]

베네언더의 제품은 중국인의 자외선 차단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맞물려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자외선 차단 제품 시장 규모는 144억 위안(2조 7902억 8800만 원)으로 2006~2020년 복합성장률은 11.6%다. 관련 시장 규모는 2024년 244억 위안(4조 7277억 44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외선 차단 의류 시장도 성장세에 진입했다. 2016년 459억 위안(8조 8935억 8400만 원) 규모의 자외선 차단 의류 시장은 2021년 611억 위안(11조 8387억 3600만 원)까지 확대되었다. 이에 베네언더도 제품 라인을 점차 확대한다. 양산뿐 아니라 모자, 의류, 마스크 등 자외선 차단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베네언더가 이번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19년 베네언더의 양우산, 의류, 모자 판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86.9%, 0.8%, 7.0%다. 이 수치는 점차 균등한 비율로 변해 2021년에 이르러 양우산은 20.8%, 의류는 29.5%, 모자는 18.7%를 차지했다. 베네언더는 앞으로도 신발, 속옷 등 제품 라인을 넓혀 의류·신발 시장과 도시 아웃도어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사진 베네언더 공식유튜브 캡처]

[사진 베네언더 공식유튜브 캡처]

중국 줘스쯔쉰(灼识咨询·China Insights Consultancy)에 따르면 2021년 소매판매총액과 온라인 소매액 기준 베네언더는 각각 5.0%, 12.9%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또 2021년 베네언더의 자외선 차단 의류 온라인 소매판매액은 업계 2위보다 5배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총이익률도 높다. 베네언더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19, 2020년 베네언더의 총이익률은 각각 50%, 57.4%로 나타났다. 2021년 이 비율은 59.1%까지 올라 여성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의 총이익률(57.7%)을 웃돌았다. 베네언더가 온라인 위주 판매 전략과 ODM 방식을 통해 비용을 통제한 덕분이다.

덕분에 자금 융통도 수월했다. 지난 10년간 베네언더는 총 3번의 자금을 조달했다. 2015년 11월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로부터 수백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으며 2021년 2월 펑차오(蜂巧)캐피탈, 2022년 2월 페어리 마블(Fairy Marvel Limited)로부터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사진 131Express]

[사진 131Express]

그러나 베네언더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는 베네언더가 마케팅 비용에 대거 투자하고 있으며 브래드 확장에 핵심인 상품 개발에는 점차 투자를 줄이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례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중국 화장품 기업 퍼펙트 다이어리다.

퍼펙트 다이어리의 모기업인 이셴(逸仙电商)은 지난해 미국증시에 상장했다. 발행가는 10.5달러였다. 그러나 약 1년 후 이셴의 주가는 90% 넘게 폭락했다. 마케팅에 과하게 의존해 연구개발은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연구개발 비용을 줄이며 신제품 출시를 늦추고 있는 베네언더가 ‘영원히’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인기를 이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비슷한 기능을 갖춘 저렴한 중소 브랜드가 이미 시장에 잇따라 진입하고 있다.

베네언더도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투자설명서를 통해 IPO 이후 모집한 자금을 상품 개발과 연구개발 역량 강화,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베네언더가 ‘퍼펙트 다이어리’와 같은 신소비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제품 개발 지속가능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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