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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건강한 미래

초고령사회, 재택의료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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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미래발전위원장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미래발전위원장

이제 다음 주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이 지방의 균형적인 발전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주에 전국 17개 시·도의 균형 발전을 위한 15대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지방소멸이 시작된 기초자치단체가 전국 261개 중에서 89개나 된다. 지방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청년층에서는 교육과 문화 시설의 부족을 꼽았고, 노령층에서는 의료시설 부족과 병원 접근성의 문제를 얘기한다.

수도권과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 자치단체가 모두 의료자원 부족을 호소한다. 그중에서도 전남과 경북 지역은 상급종합병원도 없고 의과대학도 없어 핵심적인 의료 자원의 부족이 큰 문제지만 의료 기관 접근성이 더 큰 문제다. 전남 도서지역은 응급환자 이송에 걸리는 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길고 경북 산간지역은 1차 의료기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길다. 또한 전남과 경북은 전국에서 노인 인구 비중이 가장 높다.

더욱 가속화하는 고령화 현상
지자체도 의료자원 부족 심각
재택의료·방문간호 늘려가야
비대면진료 법제화도 시급해

초고령 사회가 되면 병원 이용이 어려운 노인 인구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인 의료비를 줄이면서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의사 숫자를 늘리거나 의대를 신설하는 등 양적 확대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고령층 노인에게 저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해 본다. 재택의료센터, 방문간호제도 확대, 비대면 진료 활성화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먼저 재택의료센터 도입이다. 교토대 의학부 교수를 하다가 ‘지역의료 살리기’를 위해 ‘재택형 의료병상’ 사업을 시작한 시바하라 케이이치 박사가 최근에 저술한 『초고령사회 일본, 재택의료를 실험하다』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일찍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노인에 대한 의료 제도가 촘촘히 잘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10년 후면 국민총생산 대비 의료비 비중이 15%를 넘어 기존 제도로는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새롭게 시도된 것이 ‘재택 의료병상’이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이 병상에서 기본적인 연명치료만을 받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고령층을 위해 재택형 의료센터에서 병실을 본인의 집같이 꾸미고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재택의료센터에서 의사는 상주하지 않고 응급환자가 생기면 계약된 동네병원 의사가 진료를 보게 되어 운영비도 저렴하다. 담당간호사는 입주자들의 건강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어서 노인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 거동이 불편하여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는 노인 중 13%는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렵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가을부터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한국형 재택의료센터의 성공적 정착이 기대된다.

둘째는 방문간호 사업 확대다. 일본 47개 현의 노인 1000명당 방문간호 이용자수와 총 사망자수 대비 자택 사망 비율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는데, 상관계수가 0.64로 상관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나왔다. 방문간호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니가타현에서 자택 사망비율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이다. 즉 방문간호를 통해 집에서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받게 되면 가족과 함께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기회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금 시행되고 있는 방문간호 서비스 사업의 확대를 제안하며, 방문간호와 재택의료센터의 협업구조 구축을 위한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마지막은 비대면 진료 확대다. 노인층에서 가장 흔한 고혈압·당뇨도 이제는 집에서 혈압·혈당 측정이 가능하다. 산소포화도와 심전도는 물론이고 조만간 간단한 혈액검사도 집에서 가능해질 거라고 한다. 스마트폰이나 PC 교육을 통해 집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병원까지 가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또한 비대면 진료는 재택의료, 방문간호의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주 의사협회 대의원 총회에서도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하니 원격의료에 대한 정부의 법제도 및 수가 정비가 시급하다.

이제 3년 후면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인구 5명당 1명이 65세의 고령층이 된다. 초고령 사회를 준비하면서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노인에 대한 양질의 건강서비스 제공이다. 새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여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재택의료 서비스 사업을 성공적으로 정착하길 기대해 본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미래발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