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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무궁화대훈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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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사회에디터

장주영 사회에디터

훈장(勳章)의 사전적 정의는 ‘나라와 사회에 크게 공헌한 사람에게 국가 원수가 수여하는 휘장’이다. 상훈법에 따르면 한국의 훈장은 무궁화대훈장·건국훈장·국민훈장·무공훈장·근정훈장·보국훈장·수교훈장·산업훈장·새마을훈장·문화훈장·체육훈장·과학기술훈장 등 12개로 나뉜다. 무궁화대훈장을 제외한 11개는 각각 다시 5개 등급으로 나눠진다.

등급이 따로 없는 무궁화대훈장은 수여 대상이 딱 정해져 있다. 대통령과 배우자, 전·현직 우방국 원수와 배우자만 받을 수 있다. 1949년 8월 15일 이승만 대통령은 무궁화대훈장을 받았는데, 이게 한국의 1호 훈장이다. 이후 한국의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무궁화대훈장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관례를 깼다. ‘5년간의 공적과 노고에 대해 치하받는 의미에서 퇴임 때 받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임기 말에 스스로 훈장을 수여하고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같은 방식을 따랐다.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3일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무궁화 대훈장 영예수여안을 의결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한국조폐공사에 의뢰해 훈장 두 세트를 1억3600만원을 들여 제작했다. 금, 은, 루비 등으로 치장된 훈장은 한 세트 제작에 6800만원이 든다. 역대 무궁화대훈장의 제작비도 매번 수천만원이 들었다. 꼭 값진 보석으로 치장해야만 훈장의 가치가 높아지는지를 두고,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일어왔다.

무궁화대훈장의 ‘셀프수여’ 관례도 부자연스럽다. 대통령 공적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내린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매번 현직 대통령이 무궁화대훈장을 셀프수여할 때마다 야당에서는 “잘한 일이 뭐 있다고 훈장을 받느냐”며 비판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3월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훈장을 스스로 요청해 받는 것 같이 오해할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상훈법 제10조의 법률을 집행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공과를 떠나 5년의 노고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훈장 수여 자체를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랐다는 주장도 억지는 아니다. 그러나 정권 말마다 훈장 하나로 셀프수여 논란을 반복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퇴임 후 적절한 논의를 통해 훈장을 수여하는 방식을 고민해볼 때가 됐다. 이번엔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