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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동훈 임명하면 한덕수 부결” 외치는 민주당, 볼썽사납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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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연합뉴스

한동훈 막으려고 총리 후보자를 협상카드로  

개인별 적격 여부보다 청문회를 거래하듯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이틀간의 인사청문회가 그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직과 로펌을 오간 회전문 경력에 대해 도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고, 한 후보자는 “공직에서 얻은 경험과 전문성을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활용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민주당은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등의 이유로 한 후보자가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도덕적으로나 실정법상 위반이 없었고, 한 방이란 게 없었다”(김형동 수석대변인)고 맞섰다.

이제 한 후보자의 임명 여부에 대해 국회가 결정할 때다.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법정 시한(20일)을 넘겼다. 임명동의안이 지난달 8일 제출됐으니 지난달 말까지 인사청문 절차를 끝내고 그 결과를 본회의에 보고했어야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요구로 청문회가 지난달 25~26일에서 2~3일로 옮겨진 데 이어 표결 일정도 잡히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총리 13명 중 8명은 시한 내 동의가 이뤄졌다. 나머지도 21(이완구)~24일(한승수·정세균) 걸렸을 뿐이다. 한 후보자의 경우 지금 표결해도 가장 늦은 셈이 된다.

민주당은 지금 와서 한 후보자의 표결 일정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연계하려 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부터 “한동훈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한덕수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공연하게 “한덕수 후보자 보고서 채택 여부를 한동훈 후보자 임명 강행을 막는 지렛대로 써야 한다”고 말한다. 4일이던 한동훈 후보자의 청문회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전날인 9일로 옮겼다. 이미 이례적으로 지연된 인준을 더 지연시키겠다는 것이다.

원래 인사청문제도의 취지는 공직 후보자가 해당 직무를 담당할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 국회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총리라면 행정부를 통할할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 법무부 장관이라면 법무 행정을 이끌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 보는 것이다. 한덕수·한동훈 후보자 개인별로 적격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굳이 한덕수·한동훈 후보자를 묶어서 판단하겠다는 건 구태다. 더욱이 총리 후보자와 ‘일개 장관 후보자’(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를 같은 반열의 거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의아하다. 혹여 한 사람이 낙마하면 다른 한 사람은 없던 자격이라도 생긴다는 건지 묻고 싶다.

민주당이 ‘부적격’이라고 판단했다면 그렇게 의사를 표시하면 된다. 170여 석 거대 정당이니 한덕수 후보자의 경우 표결로 임명을 저지할 힘도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나. 한덕수·한동훈 후보자를 연계하는 전략은 당당하지도, 현명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