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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낙태죄 헌법불합치…3년째 입법 공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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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낙태권 보장 논쟁은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3년 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정부와 국회가 논쟁적 이슈에 손을 놓으면서 대체입법 없이 ‘무법(無法)’인 상황이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건 3년 전인 2019년 4월 11일이다. 이 판결로 2021년 1월 1일 0시부터 낙태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법의 효력이 상실됐다. 당시 헌재는 보완 입법 시한을 2020년 12월 31일로 뒀다. 하지만 ‘임신 14주까지 낙태 전면 허용, 15~24주 조건부 허용, 25주부터 처벌’하는 정부의 개정안은 지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부모에게 신체·정신적 장애가 있는 경우나 강간에 의한 임신·혈족 간 임신 등 제한된 조건으로만 임신 중지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14조도 손봐야 하지만 관련 개정안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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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피해는 오롯이 여성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낙태죄 폐지 이후 안전한 방법으로 임신중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 여성들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임신 초기에 한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유산유도제의 국내 허가마저 지지부진해지면서 온라인상에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을 사고파는 불법 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입법 공백부터 메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등 20여 개 단체가 모인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기획단’은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산유도제 도입과 임신중지 의료행위의 건강보험 적용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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