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주일 전까지 “보궐선거 직접 출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하던 ‘이재명 측근’ 그룹의 기류가 급변하면서다.
이 고문과 가까운 한 의원은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당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 고문이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후보도 고심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친(親)이재명계’ 인사 역시 “최근 이른바 ‘개딸들’로 불리는 개혁 성향 2030 여성 지지층이 강하게 출마를 요구해 오면서 상황이 유동적이 됐다”고 전했다.
이런 기류 변화는 당 지도부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상황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어, 저희로서는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을 지지했던 분들의 마음을 다시 결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고문이 직접 출마해 달라고 하는 요구들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좀 열어놓고 판단해 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비대위가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 인천 계양을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한 것도 ‘이재명 출마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송 전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고문을 뒷방으로 가둬두자는 건 국민의힘의 논리이며 이적 행위”라며 “이 고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이 고문의 공천 논의가 되었느냐’는 물음에 “오늘은 논의가 안 됐고, 빠르게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사실상 공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본인 의사는 미정…비대위 입장이 변수
당초 이 고문과 측근 의원 그룹 ‘7인회’는 보궐선거 불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직접 후보로 뛰지 않고 이달 중 비공개로 각 지역을 방문해 민주당 후보들을 측면에서 지원한다는 구상이었다. 이후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도 함께 깔렸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급락한 민주당 지지율이 환경을 바꿔놓았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지난달 29~30일)에서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은 송영길 민주당 후보 32.7%,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54.6%로 두 자릿수 이상 격차를 보였다. 당초 우위를 장담했던 경기지사 후보 지지율도 김동연 민주당 후보 42.6%, 김은혜 후보 42.7%로 박빙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고문 측 관계자는 “직접 후보로 나서서 바람을 일으켜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지역 일정도 시작도 못하고 고심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 고문이 아직 “출마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고문 측 의원은 “분명히 여러 얘기를 듣고는 있으나, 본인 입에서 ‘출마한다’는 표현이 나오진 않았다”며 “지금 출마하는 게 국민과 당원 눈높이에 맞는지, 선거를 돕는 방식이 꼭 보궐선거 출마여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문의 입장은 조만간 당 비대위가 출마를 공식적으로 요청해오면 최종적으로 발표될 전망이다. 다만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 역시 당내 계파 입장을 고려해 머뭇거리고 있다는 게 변수다. 이 전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정말로 답답한 상황”이라며 “당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입장을 정해야 (이 고문도) 그 기준 위에서 고민할 텐데, 가타부타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인천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인천시당 위원장인 유동수 의원의 사무실에 모여 ‘이재명 출마설’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벌였다. 유 의원은 이날 회동 직후 “결론도 없고, 우리끼리의 방담 수준의 회동이었다”며 “반대하시는 분들은 이 고문을 생각할 때 (부정적인) 이런 시각도 있다는 정도로 얘기했고, 찬성하는 분들은 (송 전 대표 사퇴로) 흔들린 판을 수습하기 위해 오셔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