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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2중대' 조롱속…'회기 쪼개기' 반발 3인, 정의당 이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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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은주 신임 원내대표(가운데)와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류호정 원내대변인 등 원내지도부가 4일 국회에서 열린 3기 원내지도부 선출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성룡 기자

정의당 이은주 신임 원내대표(가운데)와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류호정 원내대변인 등 원내지도부가 4일 국회에서 열린 3기 원내지도부 선출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성룡 기자

“제3정당으로서 정의당의 힘있는 행보를 앞으로 지켜봐달라”

4일 새 정의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은주 의원의 취임 일성이다. 정의당은 돌고돌아 다시 ‘더불어민주당 2중대’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는 과제로 돌아왔다.

정의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 동참을 주도했던 배진교 원내대표의 후임으로 이은주 의원을 뽑았다. 원내수석부대표에는 장혜영 의원, 원내대변인에는 류호정 의원이 선임됐다. 공교롭게도 이 여성 3인방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과정에서 당 지도부에 맞서 민주당의 ‘회기 쪼개기’ 꼼수 동참을 거부했던 인사들이다.

이은주·장혜영·류호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본희의에서 ‘회기 쪼개기’ 를 위해 상정된 ‘회기 결정의 건’에 기권표를 던졌고, 30일 ‘회기 결정의 건’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배진교·강은미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익명을 원한 정의당 의원은 “서로 간에 상당한 의견 불일치가 있었고 그래서 표가 엇갈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원내지도부 교체에 “검수완박 법안 강행의 절차적 부정의를 당내에서 문제삼았던 3인방을 원내지도부로 선출했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정의당이 다른 길 가겠다는 것”(정의당 관계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얼굴 교체로 정의당이 다른 면모를 찾아갈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도 적잖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보여준 정의당의 갈지자 행보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당초 정의당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속도전을 비판하다 숙원인 선거법 개정안에 민주당이 협조하고 지난달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나오자 ‘민주당과 공조’로 급변침했다.

지지층 내부 여론이 악화되자 정의당은 3일 본회의에선 검찰청법 개정안과 검수완박 세트를 이루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전원 기권표를 행사했다. 배진교 당시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입장 재변경의 이유에 대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주요 내용 중 경찰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조항은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없던 내용”이라며 “장애인, 아동 대상 범죄 등 사회적 약자들과 공익 고발, 신고 의무자 고발 등에 있어 시민들의 현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의당의 고위 당직자는 “시민단체와 지지자들 사이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만큼은 찬성하면 안된다는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의원들 사이에선 반대표를 던지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결국 기권으로 총의를 모았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직설청취, 2022 대선과 정의당’ 연속 강좌 초청 강연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직설청취, 2022 대선과 정의당’ 연속 강좌 초청 강연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의당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검찰청법 개정안 표결 직후 이미 페이스북에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법안에 정의당 6명 의원이 모두 찬성. 민 정당”이라며 “징그러운 인간들”이라고 비판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새 원내지도부 선출이 내부적으론 검수완박 혼선에 대한 안티테제 정도의 의미는 가질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외부적으론 반향을 일으킬 구석이 없다. 윤석열 정부에서 정의당에 ‘캐스팅 보터’로서 역할은 소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표결에서 정의당의 찬반은 장식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장혜영 “검수완박 반대 이끌지 못해 죄송하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날 원내수석부대표가 된 장혜영 의원은 오후 페이스북에 장문의 입장문을 올렸다. 장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와 관련해 “당론과 표결 방침 결정 과정에서 일관된 반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저의 무능이고 실력부족이다. 죄송하다”고 적었다. 이어 “당 지도부의 의견은 첨예하게 달랐다. 그렇기에 더더욱 외부에 단독 의견 개진을 삼가고 당내 토론에 매진했다”며 “그 당 내부 토론의 결과에 따라 검찰청법에 찬성표를, 형사소송법에 기권표를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정의당은 새로운 원내지도부를 선출했다”며 “이번 국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사개특위를 포함한 형사사법체계의 후속보완 과정에서의 진정성으로 증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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