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尹정부, 마트 포장 테이프 부활? "장바구니 정착했는데 굳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9년 서울 용산구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종이박스로 물건을 포장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2019년 서울 용산구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종이박스로 물건을 포장하고 있다.뉴시스

대형마트에서 사라졌던 박스 포장용 테이프와 노끈을 다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당선인 공약 중 하나인 '대형마트 종이테이프 도입'을 본격 논의하고 있어서다. 편리함과 친환경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공약이지만 일각에선 '환경 역행'이란 비판도 나온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사용하는 비닐 테이프가 종이박스의 재활용을 막는다는 이유로 대형마트 4사와 2020년 1월 '종이상자 자율포장 금지'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현재 주요 대형마트에서는 자율포장대가 대부분 사라졌다. 대신 대용량 장바구니 등이 도입되기도 했다.

"이미 정착된 제도인데…굳이 왜"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퇴출당한 테이프와 노끈을 부활시키기로 하자 환경단체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정착된 친환경 정책을 굳이 뒤엎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이미 노끈과 테이프 없이 소비자들이 마트를 잘 이용하고 친환경 종이박스 등 관련 산업도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편의성이란 이유로 자율포장대를 부활시키는 건 친환경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1월 1일. 비닐테이프가 사라진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문희철 기자

지난 2020년 1월 1일. 비닐테이프가 사라진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문희철 기자

퇴임을 앞둔 한정애 환경부 장관도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한 장관은 "끈이나 테이프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고 2년 넘게 잘 정착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자율포장대를 다시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용량 장바구니가 보급되면서 최근엔 민원이 거의 없고, 사회적 인식도 친환경이 대세다.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일인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마트의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 조금이라도 소비자 편의를 봐준다면 업계 입장에선 반가운 상황이긴 하다"고 했다.

'편리함·친환경' 두 마리 토끼 반박도

한편 친환경 테이프를 쓰는 자율포장대가 자원순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유통업체에서 한 번 사용한 종이상자를 소비자가 재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붙인 테이프가 재활용에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폐기물량이 늘지 않고 편리성은 높아진다는 논리다. "플라스틱 대신 종이로 만든 노끈과 종이테이프를 비치해 소비자 편의와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윤 당선인의 말과도 맥이 통한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내 자율포장대가 지켜야 할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성이 검증된 종이테이프를 사용해야 하고, 종이테이프가 남용되지 않도록 홍보해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종이테이프도 제품에 따라 플라스틱이 검출되기 때문에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친환경이라면서 종이테이프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문화도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자율포장대가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이 그리 많지는 않다. 다만 소비자와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