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자유총연맹 前총재 "김부겸, 내게 화끈히 사퇴하라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기를 1년 남기고 조기 퇴임해 외압 논란이 불거졌던 한국자유총연맹 김경재 전 총재는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나를 만나 사퇴를 요청하고, 후임 총재 지명도 행안부에 맡겨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2018년 임기 1년 앞서 퇴임한 자유총연맹 총재 #"김 장관이 나 만나 '화끈하게 그만두라' 요구" #"후임 총재 지명 권한 행안부에 달라고도 요청" #"문 대통령 절친 박종환 앉힐 거란 얘기도 해" #"부당했지만 후배(김부겸) 사정 고려해 수용" # 김부겸"예의 갖춰 사정 설명했을 뿐" 반박 # 후임 박종환도 8개월 앞서 퇴진, 의문 증폭 #오후5시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김 전 총재는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통화에서 "김 장관 등 행안부 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절친인 박종환씨를 후임 총재에 앉히기 위해 나에게 조기 퇴임을 압박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350만 회원을 둔 자유총연맹은 행정안전부 예산을 지원받지만, 독립성을 가진 관변단체다. 문재인 정부의 장관이 직접 나서 자유총연맹 총재 인사에 관여한 정황이 당사자를 통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자유총연맹 총재 가운데  흔치 않은 호남 출신인 김 전 총재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3월 부임했으며 원래 임기는 2019년 2월까지였으나 2018년 3월 6일 "박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퇴임했다. 일문일답.

-임기를 1년 앞두고 조기 퇴임한 배경은 뭐였나
  "2018년 2월께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차 한잔 마시자'고 제의해와 광화문 인근 호텔에서 만났다. 대학(서울대 정치학과) 후배라 개인적으로 친한 관계였다. 김 장관이 거기서 '형님, 내가 형님 때문에 압력을 많이 받아 (장관) 하기가 어려운데,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자유총연맹 총재) 하면 뭐합니까. 그냥 화끈하게 그만둬 버리시죠'라고 하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나
"말도 안되는 부당한 요구였지만 그래도 후배인 김 장관의 입장을 고려해 '20여일 뒤면 취임 2주년이 되니 그때 사임한다고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김 장관이 '아주 좋습니다'고 답하더라. 그런데 사임을 발표하기까지 남은 기간에 문재인 정권 주변 세력이 근거도 없이 내게 비리 의혹을 제기하더라. 이 때문에 국회에 불려가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사임은 예정대로 2018년 3월 6일 단행했다."
 -후임자 선정은 어떻게 됐나
 "자유총연맹 내규에 따라 총재 권한 대행을 이세창 부총재에 맡기고 퇴임했다. 그분은 원칙주의자라 후임 총재 임명도 원칙대로 진행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부겸 장관이 어느 날 내가 기차를 타고 지방을 가는데 전화를 걸어와 '후임 총재 지명 위원회 구성 권한을 저희(행안부)에게 양보해달라'고 했다. 내가 '어떻게 양보하라는 거냐'고 물으니 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동기인 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을 후임 총재에 밀도록 돼 있는데, 지금 이세창 총재 대행이 하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박종환을) 못 밀게 돼 있다'며 지명 권한을 행안부에 넘겨달라고 하더라."

이에 대해 김부겸 총리(당시 행안부 장관)는 "당시 김경재 총재에게 예의를 갖춰 사정을 설명한 건 사실이지만, 외압이라고 문제 삼을 수준은 아니었다. 내가 막 압박을 했다는 기억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총리는 "'문 대통령 밑에서 총재 하면 뭐하나. 화끈하게 그만두라'고 김 총재에게 말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분의 주장이지만, 나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김 총리는 "김경재 전 총재는 (과거 '김형욱 회고록'을 쓰는 등 민주화 운동을 한) 역사성이 있잖나. 내가 예의는 다 차렸다고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 김경재 총재의 후임 박종환 총재는 김 전 총재가 물러난지 40여일 뒤인 2018년 4월 19일 자유총연맹 총재에 취임했다. 이세창 총재 권한 대행 등 이전 집행부는 그해 4월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간부들이 '후보를 박종환씨로 단일화하고, 후보 모집을 외부에 공고하지 말라'며 박씨를 총재에 앉히려고 외압을 가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박종환씨는 문 대통령과 경희대 법대 72학번 동기로 40년 지기다. 문 대통령이 2012년 12월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날 소주잔을 기울이며 함께 밤을 세운 사람이 박씨였다고 한다. 그런데 박종환씨는 임기(올해2월)를  8개월 앞둔 지난해 6월 15일 "일신상의 사유"를 이유로 역시 조기 퇴임했다. 박씨는 김 전 총재와 달리 퇴임식은 물론 언론에도 퇴임 사실을 알리지 않고 물러나 퇴임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기사는 4일 오후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서 상세 보도된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