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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극단선택 방치" 송영길 폭행 유튜버 유족이 공개한 편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말 막을 수 없는 사고였나 아직도 한스럽습니다.”
지난달 24일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숨진 재소자의 유족은 이런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인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둔기로 습격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유튜버 표모(70)씨다. 사건 발생 약 일주일이 지난 뒤 유족은 기자와 만나 “처음엔 조용히 잊히길 원했지만, 석연찮은 부분이 너무 많다”며 입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에게 망치를 휘두른 유튜버 표모씨가 지난 3월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에게 망치를 휘두른 유튜버 표모씨가 지난 3월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편지로 가족에게 ‘신변 정리’ 암시했다”

표씨의 유족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는 ‘표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우려를 구치소 측에 여러 차례 전달했고 신변 보호도 요청했기 때문이다. 유족에 따르면 표씨는 사고 11일 전인 지난달 13일 가족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편지에는 “내 잘못으로 이렇게 될 줄이야. 이 재판은 엄중해서 어렵다고 한다네. 그래서 여기에서 나는 멈출까 생각하네. 만약 내가 잘못된다 하더라도 다른 생각 하지 마소”라고 적혀 있었다.

표씨의 유족은 즉시 구치소 측에 이런 상황을 알렸다. 당시 구치소 관계자는 유족에게 “(표씨를) 직접 만났고, 답답해서 그런 편지를 썼다고 한다”고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표씨는 “잘 살아라 항상 보살필 것이다” “어떻게든 곁으로 가겠다”는 등 가족에게 최소 3~4차례 더 신변 정리를 암시하는 듯한 편지를 보냈다.

이에 표씨의 변호인은 사고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 접견 후 구치소 쪽에 ‘표씨가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하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게 보살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요청 이틀 뒤 표씨는 자신이 수용된 방의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서울 남부구치소 청사 전경. 서울 남부구치소 홈페이지

서울 남부구치소 청사 전경. 서울 남부구치소 홈페이지

표씨 유족 측은 “교정기관 관계자들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자살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막을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자살 미수 정황도 있었는데…”

유족 측은 가족의 신변 보호 부탁 외에도 실제로 표씨가 자살을 시도한 정황이 있었다는 주장도 했다. 표씨의 시신에서 사고 이전의 자살 시도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상흔이 있다는 것이다.

강원 원주시 반곡동에 위치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과수는 지난달 25일 남부구치소에서 숨진 표모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다. 뉴스1

강원 원주시 반곡동에 위치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과수는 지난달 25일 남부구치소에서 숨진 표모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다. 뉴스1

유족 측은 지난달 18일 첫 접견에서 표씨가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고도 했다. 유족 측은 “고인이 목을 감추기 위한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눈에도 실핏줄이 터져 있었다”면서 “마스크를 내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끝끝내 거부했다”고 말했다. 당시 목에 자살 미수로 인한 상흔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유족 측은 “당시는 이미 구치소 쪽에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상태였다. 상흔이 명확한데 구치소 쪽에서 방치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주일이 넘게 마스크로 목을 가리고 다녔는데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어도 관리 소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기관서 숨졌는데 아무 설명 없어” vs “현재 조사 중”

표씨 유족의 주장에 남부구치소 측은 “통상적으로 신변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별도의 독거실에서 관리를 받는다. 표씨의 경우 독거실에서 관리받은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표씨가 ‘24일 이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는지’ ‘별도의 상담 등을 진행했는지’에 대해선 “조사 중인 사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또 “많은 게 차단된 국가기관에서 가족이 숨졌는데, 정작 가족은 제대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돌아가셨다는 장소도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 지금껏 제대로 된 설명도 없고 정리된 문서조차 한장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표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경위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당시 구치소 내 복도의 CCTV 녹화본과 상담 기록 등의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청구를 한 상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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