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주당 "비온 뒤 땅 굳는다"…"폭우 내려 늪 됐다" 초선 한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처리를 끝낸 더불어민주당이 6ㆍ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찰개혁’이라는 숙원사업을 이뤘으니, 이젠 중도 확장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당내에선 “검수완박으로 쌓아 놓은 독주 이미지가 금세 희석될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수도권 초선)는 걱정이 나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송영길 서울시장후보-서울지역 49개 지역위원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송영길 서울시장후보-서울지역 49개 지역위원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성할 건 반성하자”…“비 온 뒤 땅 굳는다”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송영길 의원은 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서울지역 지역위원장 간담회’를 열었다. 윤호중ㆍ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40여명의 지역위원장이 참석해 송 의원 당선 전략을 논의했다.

각종 여론 지표상 송 의원 지지도가 맞상대인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에 크게 밀리는 만큼, 간담회 분위기는 무거웠다. 윤 위원장은 “시련은 성공의 척도”라며 “송 의원이 반드시 승리해서 민주당 부활의 상징이 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지방선거까지 28일이라는 짧은 시간이 남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게 반성할 건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난단 각오로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그동안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자는 건데, 박홍근 원내대표는 그 방안으로 “민주당은 시민께 희망을 드리는 정치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기동민 의원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표현도 썼다.

여러 의원들의 격려 발언 뒤 송 의원은 “0.73%포인트짜리가 모든 권력을 전횡하고 독단하는 게 아니라 지방정부는 민주당이 승리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는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갔고 오늘은 세운상가 상인을 만난다”며 “구석구석 시민과 만나고 당과도 협력해 반드시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납품단가 연동제 민생현장 간담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납품단가 연동제 민생현장 간담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도부도 민생 광폭 행보…“납품단가제 입법 추진”

민생 행보는 이날 지도부 차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먼저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납품단가 연동제 간담회를 가졌다. 납품단가 연동제란 원부자재 가격 변화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제도다.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연동제는 지난 대선 때 거대 양당 후보 모두 약속한 공약”이라며 “근데 최근 대통령직인수위가 보여준 행보는 오락가락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지난달 19일 연동제 도입 대신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며 한발 물러났다가 논란이 일자 다시 중장기 과제라고 말을 바꾼 걸 거론한 것이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상생협력법ㆍ하도급법 개정안과 같이 연동제 도입을 위한 법안 처리에 민주당이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간담회 종료 후 중기중앙회는 박 원내대표에게 중소기업계 제언집을 전달했고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숙제목록으로 생각하고 잘 챙겨보겠다”고 화답했다.

오후엔 윤 위원장이 국회에서 ‘1기 신도시 정비 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열었고, 박 위원장도 비슷한 시각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산불피해극복특위 산불 대응 전략 토론회’에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김병욱 1기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소속 위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1기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 특별위원회 1차 회의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05.04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김병욱 1기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소속 위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1기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 특별위원회 1차 회의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05.04

일각에선 “폭우 내려 늪지대 됐다”

다만 지도부와 송 의원의 민생 행보가 이달 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회기 쪼개기, 위장 탈당 등 꼼수가 총동원된 검수완박의 후폭풍이 아직 거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쿠데타는 지민완박(지방선거 민주당 완전 박살)”(이준석 대표)이라며 민주당의 독주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하려 한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민주당 정당 지지도도 꾸준히 추락했다. 리서치뷰 정당 지지도 조사(4월 29일~30일)에서 민주당은 36%, 국민의힘은 50%였다. 전월 대비 민주당은 2%포인트 하락, 국민의힘은 5%포인트 상승하면서 격차(7%포인트→14%포인트)가 두 배로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검수완박의 이미지가 워낙 센데 이제 와서 민생 행보를 보인들 효과가 있겠느냐”며 “민주당 패착이 그나마 덜 눈에 띄는 건, 윤석열 당선인 행보가 워낙 못해서 그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검수완박으로 집토끼는 잡아놨겠지만, 각종 지표상 스스로 진보라고 밝히는 비율은 20%밖에 안 된다”며 “민생 행보를 일찍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지역구 기초단체장 선거를 돕고 있는 수도권 초선 의원은 “비도 적당히 와야 땅이 굳는데, 우리한테는 폭우가 내려 땅이 늪지대가 된 상태”라고 한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