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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노동정책 때리던 이정식…30년 소신, 20일만에 뒤집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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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김성룡 기자

4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선 국정 수행 능력과 노동운동가로서의 소신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대체로 이 후보자의 30년 노동운동 소신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았다. 다만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과 이 후보자의 소신이 충돌하는 지점에선 이 후보자가 "국무위원으로서 국정과제의 성실한 수행" 입장을 표명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비판을 하기도 했다. 청문보고서 채택은 6일 결정될 예정이다.

이날 청문회에선 이 후보자가 과거 윤 당선인의 공약을 비판한 내용에 대한 지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졌다. 실제로 그는 3월 25일 한국노동경제학회, 한국노동법학회,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정책 토론회에서 "당선인 세력이 직무·성과형 임금체계를 얘기하는데, 거꾸로 가는 것이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 모두 발언에선 "기업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정반대 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는 1986년 한국노총에 들어간 뒤 줄곧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그의 30여 년 노동운동 소신이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딱 20일(후보지명 이후 날짜)이었던 셈이다.

그는 후보 지명 이전까지 핵심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선 "거꾸로 간다"고 했다. 노자(勞資) 격차를 거론하며 자본가를 투쟁의 대상으로 삼았다. 기업별 노조를 '노조 아님'으로 부정했다. "노동운동의 정치 세력화, 집중화, 거대화를 위해 산업별 노조 등 거대 노조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정부의 수준과 관련된 문제" "1만원도 못 주는 기업을 문을 닫아야 한다"라며 대폭 인상을 주장했다. 주52시간제의 보완책으로 尹 당선인이 공약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서는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라며 반대해왔다.

이렇던 이 후보자는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모두 발언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경직적인 법·제도나 관행으로는 더는 지속가능성이 없다"고도 했다. "유연근무를 활성화하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가 30여년간 주장해온 것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

청문회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윤미향 의원(무소속)은 "당선인과의 정책의 다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국정과제는 국민과의 약속이고, 국무위원이 되면 책임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약에 대한 비판을 접고, 이행에 방점을 찍겠다는 뜻이다. 이에 장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금처럼 끊임없이 자기부정으로 딜레마에 빠져 있으면 아무 의미없는 장관직 수행이 될 수 있다"며 소신을 바꾸지 말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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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그가 소신을 내려놓은 것 같지는 않다.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순간순간 여과없이 표출되기도 했다.

김성원 의원(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세금주도형 일자리 정책이 착시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에는 동의하나"라고 질문을 바꾸자 "동의한다"며 상반된 답변을 했다.

임종성 의원(더불어민주당)의원이 "삼성그룹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무엇을 했나"라고 묻자 "문재인 정부 시기에 많은 노조가 생겼다. 이번 기회에야 말로 노조 존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대해서는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이 성공적으로 완수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은 "남의 것(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약)도 맞으면 가져다 써야 한다고 한 말(노동3대 학회 정책토론회)을 유념해달라"며 격려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이 후보자의 조직운영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고용부 산하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때와 관련해서다.

윤준병 의원은 "양주를 후보자에게 제공한 직원은 중징계를 받고, 실제 받은 사람(이 후보자)은 그렇지 않다. 공정한가"라고 따졌다. 또 "노사발전재단 재임 시절 징계처분만 411건, 성희롱을 비롯해 각종 비위행위가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고용부는 노사발전재단에 대한 감사를 벌여 이 후보자에 대해 해임 의견을 냈으나 이사회에서 부결시켰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임이자 의원(국민의힘, 당시 자유한국당)은 "다른 건 몰라도 출장비깡(부정수급)이라니, 임금이 적으면 정당하게 요청하지 그랬냐", 김학용 의원(자유한국당)은 "친목회도 아니고 대한민국 얘기인가, 불법천지",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정도면 재단을 해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여야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사실 여부를 떠나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후보자의 성추행 의혹을 집중 질의하며 호통을 쳤으나 무혐의로 결론 난 데다 피해자가 없는 사안을 들춘 탓에 후보 검증과는 동떨어진 발목 잡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 후보자는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사퇴하겠다"고 맞받았다. 이 후보자는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재임 시절 2년 연속 낙제 평가를 받은 유일한 공공기관"(김성원 의원)이라는 지적에는 "규정에 따르면 징계를 받으면 나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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