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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 '술도녀' '서울체크인'…MZ 사로잡은 티빙 기획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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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최근 OTT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브랜드 중 하나는 티빙입니다. 특히 ‘여고추리반’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 ‘서울체크인’ 등 오리지널 콘텐트가 MZ세대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11월 오리지널 콘텐트를 통해 유입된 유료 가입자 비율이 무려 50%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티빙의 이런 성공 비결은 뭘가요? 황혜정 콘텐트&마케팅 리더를 만나 오리지널 콘텐트 전략과 기획 비하인드를 물어봤습니다. 황 리더는 “웹툰 및 예능 지식재산(IP)의 팬덤을 활용하고, 기존 리니어 채널에서 시도하지 못한 콘셉트의 기획을 과감히 시도한 덕”이라고 말했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콘텐츠 비즈니스 설계자들 2022” 4화 중 일부입니다.

이미 있는 트렌드에 맞춰 콘텐트를 만들겠다고 하면 늦습니다. 어떤 것들이 트렌드가 될지 미리 포착하는 게 콘텐트 생산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죠.

3월 29일 상암동 사옥에서 만난 황혜정 티빙 콘텐츠&마케팅 리더. 그는 24년간 콘텐츠 전략 및 마케팅에 몸담았다. XTM(현 tvN SHOW)·OliveTV·OCN 등을 거쳐 티빙에 합류했다. ⓒ 송승훈

3월 29일 상암동 사옥에서 만난 황혜정 티빙 콘텐츠&마케팅 리더. 그는 24년간 콘텐츠 전략 및 마케팅에 몸담았다. XTM(현 tvN SHOW)·OliveTV·OCN 등을 거쳐 티빙에 합류했다. ⓒ 송승훈

신규 가입 이끄는 오리지널 콘텐트 기획 비하인드

Q.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트는 성공률이 높은 것 같아요.
밖에서 보면 성공률이 높아 보이지만, 부지런히 많은 시도를 했어요. (웃음) 2년간 겪은 시행착오가 경험과 노하우로 쌓이면서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죠.

Q. ‘술꾼도시여자들’는 대표적인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죠. 최근 칸 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고요. 티빙 방영 이후, tvN에서 정규편성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이 콘텐트 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콘텐트 트렌드상 주체적 여성서사가 부각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고, 티빙은 특히 OTT 중에서도 가장 젊은 2030 여성 구독자가 많았거든요.

‘술꾼도시여자들’ (이하 ‘술도녀’)을 통해 여성도 술을 마시고 대화하면서 충분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코로나로 인해 술로 우정을 쌓고 나누는 연대가 그리운 타이밍에 시기적절한 콘텐트 라는 생각도 들었죠. 기존 리니어 채널*에서 풀기 어려운 '술'이라는 소재를 OTT만의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기도 했고요. 드라마가 예능처럼 위트있게 풀리면서 온라인상에 ‘밈’과 ‘짤’이 많이 공유됐어요.

* Linear-Scheduled Programming Channel. 하루 24시간 편성된 프로그램 스케줄에 의해 일방적으로 방영되는 채널
Q. ‘술도녀’ 외에도 신규 가입자 유입률이 높았던 콘텐트를 소개해주세요.
티빙의 첫 오리지널 콘텐트 였던 ‘여고추리반’이 있었죠. tvN 예능 〈대탈출〉의 세계관을 확립한 정종연 CP님이 티빙을 위해 새로 기획해주신 콘텐트 인데요. ‘대탈출’이라는 IP의 팬덤이 TV와 OTT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들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tvN ‘신서유기’의 스핀오프 콘텐트 인 ‘신서유기 스프링캠프’ 역시 드라마틱한 유입률을 기록하며 IP의 영향력을 보여줬죠.

축구 경기 중계도 새로운 시청자층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티빙의 주 시청자층은 2030 여성인데요. ‘유로 2020’ 경기를 중계하면서 축구를 좋아하는 남성 시청자가 대거 유입됐습니다. 같은 시기 티빙 오리지널 액션 영화인 ‘샤크’ 등이 함께 인기를 얻기도 했죠.

'환승연애' 화면. 모바일로 시청했을 때 몰입감을 주기 위해 카메라 각도를 실험했다. [사진: 티빙 제공]

'환승연애' 화면. 모바일로 시청했을 때 몰입감을 주기 위해 카메라 각도를 실험했다. [사진: 티빙 제공]

‘환승연애’ 역시 유의미한 신규 가입률을 기록했어요. 헤어진 연인들의 연애 예능도 기존의 리니어 채널에서 기획하기 어려운 콘셉트여서 저희에겐 도전이었죠. 촬영과 편집 과정에서도 역시 다양한 실험을 해봤어요.

이진주 PD와 제작진이 모바일 시청 비율이 높은 OTT 특성에 맞춰, 카메라 각도까지 철저하게 고민했어요. 옆방에 있는 커플이 대화하는 느낌의 디테일이 느껴지도록요. 회차별로 분량도 다르게 갔어요. 긴 회차의 경우에는 2시간이 넘거든요. 이런 새로운 시도들 덕분에 이 콘텐트 만의 호흡과 몰입감을 살릴 수 있었죠.

"OTT 2년간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건"

Q. 기대보다 반응이 저조했던 작품도 있었을 텐데요.
시청자층 확장을 위해 4050을 겨냥한 콘텐트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저희 타깃에게는 이질감이 다소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도 정치 등 무거운 이슈를 다룬 콘텐트 는 성공률이 낮았어요. 장르물 등 마니아적인 콘텐트 도 신규 가입자가 적은 상태에서 시도했을 때는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고요.

신규 가입자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지금은 장르물도 적극적으로 실험해보고 있어요. 올해 선보인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괴이’가 대표적인 장르물 콘텐트 죠.

'돼지의 왕'(왼쪽)과 '괴이' 포스터 [사진: 티빙 제공]

'돼지의 왕'(왼쪽)과 '괴이' 포스터 [사진: 티빙 제공]

Q. ‘여고추리반’부터 ‘술도녀’까지, 성공한 콘텐츠를 아우르는 티빙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재미'와 '공감'이 아닐까요. 재미는 굉장히 시간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콘텐트의 재미란, '시청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그리고 재미 안에는 공감이 기본적으로 깔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공감이란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내 이야기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에요. 술 좋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 ‘술도녀’가 공감의 포인트로 성공한 대표적인 콘텐트 죠.

Q. ‘트렌디함’ 역시 티빙 콘텐트의 특징이 아닐까 하는데요. 트렌드를 콘텐트로 구현해내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트렌디한 콘텐트 라고 해서 꼭 패셔너블하거나 스타일리시한 건 아닙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디에 빠져 있고, 무엇을 관심 있어 하는지를 충실히 담아내는 게 콘텐트 의 트렌디함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있는 트렌드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하면 늦습니다. 어떤 것들이 트렌드가 될지 미리 포착하는 게 콘텐트 생산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죠.

황혜정 티빙 콘텐츠&마케팅 리더 ⓒ 송승훈

황혜정 티빙 콘텐츠&마케팅 리더 ⓒ 송승훈

Q. 24년간 콘텐트업에 종사하며 터득한 리더님만의 ‘트렌드 읽는 비결’이 있다면요?

비결이라기엔 거창하지만, 늘 새롭고 멋져 보이는 걸 찾아다녀요. 콘텐트 외에도 패션, 푸드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죠. 

트렌드 센싱하기에 좋은 SNS 인플루언서들을 찾아 팔로우하고, 유튜브나 잡지도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에요.

티빙에 합류하기 전에도 XTM·온스타일·OCN 등 젊은 세대가 즐겨 보는 채널의 전략과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그들에게 신뢰받는 콘텐트를 만드는 법을 늘 고민해 왔어요. 그런 시간이 쌓여 저만의 ‘실력 아닌 실력’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요.

Q. 트렌디함을 유지하려면 개인의 안목 못지 않게 조직의 기민함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티빙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는 어떤가요?
저희끼리 농담 삼아 "우리는 축구장에서 뛰고 있는 플레이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OTT라는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선수도, 감독도 같이 뛰면서 저희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요.이게 정말 맞아?” “저 방향으로 뛰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요. (웃음)

빠른 의사결정을 만들어내는 저희만의 문화로는 실패에 유연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어요. 구성원의 실패에 대해 절대 책임을 묻지 않아요. 그보다 무엇을 얻었는지가 더 중요하죠. 하지만 새로운 것에 관심이 없거나, 새로운 것과의 접촉을 게을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업무 중 70%는 ‘요즘 새로운 게 뭘까. 이걸 어떻게 속도감 있게 기획으로 풀어낼까’를 고민하는 데 쓰기를 원하죠.

원작의 세계관 이어가는 스핀오프, 어떻게 만들어질까?

'철인왕후 대나무숲' 포스터. '철인왕후' 주인공의 첫 만남, 감초 역할을 한 궁중인물의 에피소드까지 다뤄 팬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사진: 티빙 제공]

'철인왕후 대나무숲' 포스터. '철인왕후' 주인공의 첫 만남, 감초 역할을 한 궁중인물의 에피소드까지 다뤄 팬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사진: 티빙 제공]

Q. 속도감이 중요한 콘텐츠로는 스핀오프 콘텐트를 빼놓을 수 없죠. 스핀오프는 어떤 단계에서 기획되나요?
드라마의 경우,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스핀오프 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겠는지를 고민합니다. ‘철인왕후’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철인왕후 대나무숲’의 경우, 드라마 대본을 보고 바로 기획에 돌입했어요. 드라마를 한 회 70분 분량으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빠졌지만, 놓치기엔 아까운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철인왕후’ 속 캐릭터와 제작진을 그대로 유지하되, 완전히 다른 스토리를 짜서 8일간 추가촬영을 했어요. 드라마 종영 이후 스핀오프 콘텐트 가 바로 방영돼서, 신규 가입자 수가 많이 늘었죠. 사실, 이 모든 것은 드라마 제작 CP와 제작진이 흔쾌히 응해줬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스핀오프란 결국 크리에이터의 IP 성장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술도녀’의 스핀오프인 ‘산꾼도시여자들’은 티빙이 아닌 tvN에서 제작했습니다.
사실 내부에서도 ‘술도녀’가 이렇게까지 큰 인기를 끌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드라마 종영 후 배우들의 토크 콘텐트 정도만 가볍게 기획했죠. 그런데 거꾸로 tvN에서 ‘술도녀’ 출연진들과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제안해주셨어요. 그동안의 스핀오프가 리니어에서 OTT로 가는 흐름이었다면, OTT에서 리니어로 갈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 거죠.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포스터(왼쪽)와 tvN 스핀오프 예능 '산꾼도시여자들' 포스터. '산꾼도시여자들'은 드라마 속 주인공 세 명이 함께 등산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사진: 티빙·tvN 제공]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포스터(왼쪽)와 tvN 스핀오프 예능 '산꾼도시여자들' 포스터. '산꾼도시여자들'은 드라마 속 주인공 세 명이 함께 등산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사진: 티빙·tvN 제공]

OTT 경쟁 속 생존을 위한 티빙의 2가지 전략

Q. 어떤 플랫폼을 거치든 결국 중요한 건 ‘콘텐츠’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플랫폼에서 상영하는지와 상관없이 좋은 콘텐트 는 좋은 콘텐트 로 남습니다. 나쁜 콘텐트 는 어떤 플랫폼에서도 실패하죠. 어떤 IP의 팬덤이 생겼다면, 다양한 플랫폼을 거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Q. 티빙 콘텐트 중에는 ‘유미와 세포들’ ‘내과 박원장’ 등 웹툰 기반 IP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웹툰 기반 IP의 장점이 있나요?
올해도 오리지널 드라마 콘텐트 13개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이 중 80~90%는 웹툰 기반 IP입니다. 웹툰 기반 IP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째, 제작 기간이 단축됩니다. 드라마를 기획하려면 최소 2년이 걸리는데요. 웹툰을 베이스로 할 경우, 대본이 완성되는 데까지 1년 정도가 걸립니다. 제작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거죠.

둘째, 이미 한 번 검증된 IP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줄여줍니다. 창작자는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콘텐트 의 시대’지만, 준비된 창작자나 IP가 수요만큼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이미 한 번 독자의 선택을 받은 웹툰은 환영받을 수밖에 없죠.

셋째, 배우 섭외에도 유리합니다. 이전처럼 배우들이 다작하는 시기는 지났어요. 1년에 많아야 2편의 작품을 찍는 배우들이 많죠. 자연스럽게 배우 역시 작품 한 편 한 편의 성공 확률을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대인데요. 웹툰은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가 얼마나 인기 있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줍니다.

드라마 '유미의세포들'의 주인공(왼쪽)과 웹툰 속 주인공 캐릭터들. 이 드라마는 웹툰과 배우 사이의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가 됐다. [출처: 티빙 제공]

드라마 '유미의세포들'의 주인공(왼쪽)과 웹툰 속 주인공 캐릭터들. 이 드라마는 웹툰과 배우 사이의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가 됐다. [출처: 티빙 제공]

Q. 볼 만한 콘텐트가 많아지는 게 시청자로서는 좋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결국 제작비 경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규모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전략이 있을까요?
(후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콘텐츠 비즈니스 설계자들 2022” 4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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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산업이 고객의 시간을 최대한 점유하기 위한 ‘시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갈수록 더 치열해지는 그 경쟁의 한가운데에 콘텐트 업계가 있죠. 폴인(fol:in)이 직접 현업에서 콘텐트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들이 만들어 가는 ‘콘텐트 업계의 내일’, 그리고 기획자로서 일과 삶에 대한 생각을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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