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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명계 중진 "계양을 무공천 무시…송영길·이재명 밀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비명(비 이재명)계 중진 의원이 "계양을에 후보를 내지말라고 당에 여러번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 전 지사 측의 출마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중앙일보 '강찬호의 투머치토커'통화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 전 지사의 계양을 출마설에 대해 "송영길 전 대표와 이 전 지사 측의 밀약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지사의 계양을 출마설은 민주당의 '뜨거운 감자'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에 나서면서 6월1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서 송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이 전 지사가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친 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친문 그룹 등 비명계 의원들은 물밑에서 "이 전 지사 본인은 방탄조끼가 필요해 그런지 모르겠으나, 실제 등판하면 당을 분열의 소용돌이에 빠뜨릴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다. 중진 의원의 '투머치' 통화는 이같은 비명계 의원들의 입장을 공론화한 것이어서 논쟁이 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문일답.

투머치에"이낙연 종로처럼 계양도 무공천 당에 요구" #"정의당에 계양 주거나 보선 연기 제안, 다 일축당해" #"송·이, 서로 서울시장·국회의원 원해 밀약 있었을 것" #"이 출마설에 인천 민심 악화, 의원들도 무공천에 동조" #비명계의 이 출마 반대 움직임 공론화…논쟁 격화 예고 # 송영길 "오세훈과 맞설 이는 나 뿐" 출마 당위성 강조 # 오후5시 유튜브'강찬호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선 후보(오른쪽)와 송영길 전 당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선 후보(오른쪽)와 송영길 전 당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전 지사의 계양을 출마설에 찬반 논란이 뜨겁다.
"나는 송영길 전 대표의 '책임'을 물어 계양을에는 민주당 후보를 내지말아야한다고 당에 요구했다. 지난 3.9 대선을 앞두고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 종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니까 당시 당 대표였던 송영길은 '(이낙연 스스로 종로 지역구를 비웠으니) 귀책 사유는 민주당에 있다'면서 종로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지금 송영길의 서울시장 출마도 이낙연과 똑같은 상황 아닌가. 누가 송영길 보고 서울시장 나가라고 했나. 느닷없이 자신의 지역구도 아닌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게 무슨 명분이 있나. 송영길이 인천시장에 출마한다면 모르겠지만,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계양을을 비우는) 귀책 사유가 (송영길에) 발생하는 것이니  민주당은 계양을에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면 안 된다고 당에 얘기했다"
 -송영길 전 대표가 개인적인 동기로 지역구를 비운 책임이 있으니, 민주당은 계양을에 무공천해야한다는 건가.
 "그렇다. 그게 바로 송영길이 당 대표 때 이낙연의 의원직 사퇴에 대해 내세운 기준 아닌가. 그러면 그 기준에 따라 계양을도 공천하지 말아야하는 것 아닌가. 송영길은  자신이 더 잘되겠다고, 즉 개인적인 정치적 이해 때문에 서울시장 나간 거 아닌가. 누가 나가라고 그랬나? 지금 지역(인천)에서 얼마나 (송영길) 욕을 많이 하는데."
 -계양을 무공천 요구에 대한 당의 반응은?
 "아무도 안 듣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나?
 "송영길의 의원직 사퇴 시점을 늦춰 보궐선거가 내년에 치러지게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선거법상 4월30일까지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6월1일 치르게되지만 그 이후 사퇴하면 보궐선거는 내년 4월에 치러지게된다. (이재명 고문 출마설로) 논란이 많고 지역 민심도 안 좋으니 5월1~2일중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청했는데 그 말도 안 듣더라." (※선거법상 6.1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의 사퇴시한은 5월2일이지만, 보궐선거가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려면 4월30일까지 사퇴해야한다. 송 전 대표는 4월29일 의원직을 사퇴했다.)
 -송영길 전 대표에게 직접 요청했나?
 "당에 여러 경로로 얘기했다."
-당신의 입장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있는가?
 "계양을 무공천에 동조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인천 지역 민주당 의원 9명중 적어도 5명은 무공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정의당의 인천시장 무공천을 전제로 정의당에 계양을을 넘겨주는 '야권연대'옵션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가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에 5%p 정도 뒤지는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정의당 후보가 5% 대 지지율을 기록중이다. 따라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당이 무공천해서 정의당 후보를 밀어주고, 인천시는 정의당이 무공천으로 민주당 후보를 밀어주면 해볼만하다는 논리다. 민주당이 인천시장 선거 이기려면 이게 합리적인 옵션 아닌가. 그래서 이런 방안도 당에 계속 얘기했는데 그냥 이재명을 계양을에 꽂으려는지 다 무시해버리더라."
-그게 사실이라면 그렇게까지 이재명 계양을 공천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송영길 전 대표가 ('4월30일 이후에 사퇴하라'는) 말도 안 듣고, 이재명 전 지사를 계양을에 내보내려고 하는 걸 보니까 둘이 밀약이 있었다고 본다. 지금 일련의 흐름을 보라. 나는 그렇게 본다."
 -밀약이라니?
 "송영길 전 대표는 지금 서울시장 되고 싶어하고, 이재명 전 지사는 어떻게든 국회의원 해야하는데, 그것도 안전하게 당선될 수 있는 곳은 계양 아닌가. 그래서 '이재명의 계양을 출마가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밀어붙이고 있으니, 결국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 움직임을 직접 접한 적이 있나.
 "당장 송영길 전 대표가 당의 최고위원들과 인천 지역 의원들에게 '이재명이 (계양을에) 오게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서울시장 선거나 잘 하라'고 했다. 또 내게 이재명 측 인사가 '이재명 같은 거물이 (험지인)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하면 거기 박혀서 선거 운동만 해야하니까 전국에 지원 유세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이재명은 선거운동을 안해도 되는 계양을에 출마해야한다. 그래야 전국을 다니며 민주당 후보들을 도와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하더라."
-이재명 계양을 출마설에 대한 인천 시민들의 반응을 들어봤나?
 "현지 다녀보면 모르겠나. 중도층이 엄청나게 욕하고 있다."
-박남춘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도 그것 때문에 걱정이 많을 듯한데.
 "그렇다."

 이와 관련, 송영길 전 대표는 "의원직 사퇴 시점을 늦춰달라는 등의 요구를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또 "당 대표 시절 종부세·양도세 완화와 주택 공급 확대를 주장해왔고 개인적으로도 전세집에 살고 있어 부동산 문제를 갖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논쟁할 수 있는 사람은 나"라며 서울시장 출마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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