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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총장 대리' 박성진도 사직 "민주당 꼼수 강행에 분노 치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3일 '검수완박' 법안 공포에 대해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3일 '검수완박' 법안 공포에 대해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의 이후 직무대리 업무를 수행하던 박성진 대검창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4기)도 4일 사직 의사를 밝혔다. 전날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이 공포된 후폭풍으로 검찰 수뇌부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박 차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e프로스에 '사직인사' 글을 올려 "어쩌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운좋게 검사까지 됐고 어느덧 27년이 흘렀다"며 "평검사 시절 대검 마약과장이 마지막이라고 큰소리쳤지만 12년이나 더 보너스 같은 삶을 살며 참으로 과분한 은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도 제 젊은 검사 시절을 함께해 오늘에 이르게해 주신 전·현직 마약수사관들에게 특별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차장검사는 이어 "평상시라면 홀가분한 심정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지만 평생을 바친 검찰이 크나큰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먼저 떠나 너무도 미안하고 착잡한 심경"이라고도 했다.

그는 '검수완박' 강행 통과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크게 바뀐 형사사법제도가 안착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절차마저 어기며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입법과정을 현장에서 지켜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자괴감이 들었다"고도 적었다. 특히 "국민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오로지 자신들의 방패막이를 만들고자 꼼수 강행하는 모습에 검사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분노가 치미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검수완박을 주도한 민주당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직을 내려놓는 것 말고는 달리 저항하고 책임질 방법이 없다고 생각돼 이렇게 떠난다"며 "지금까지처럼 구성원 한명 한명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진정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있으리라 믿고 또 간절히 소망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박 차장검사는 지난달 17일 김 총장이 사직 의사를 밝힌 이후 총장 업무를 대신 맡아왔다. 박 차장검사도 지난달 22일 여야의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 합의에 반발해 전국 고검장들과 함께 사표를 냈는 데, 이날 공개적으로 사직인사를 하며 법안 통과에 항의한 것이다.

검찰 조직의 이인자인 박 차장검사마저 물러나면서 지휘부는 당분간 공백 상태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당장 업무에 손을 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날 오전에 진행된 대검 간부 회의도 참석했다. 만약, 김 총장과 박 차장의 사표가 동시에 수리되면 후임은 예세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맡게 된다.

검찰총장과 2인자 차장검사가 동시에 공석인 사례는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의 불법 자금 수사 도중 서거하며 지휘부가 동반 사퇴한 적이 있다. 당시 임채진 총장이 사표를 낸 뒤,  대행 업무를 하던 문성우 차장도 사표를 냈다. 하지만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청문회에서 낙마하며 일시적으로 지휘부 공백이 발생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다음 날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김주현 차장검사도 얼마 있지 않아 사표를 냈다. 이에 뒤이어 임명된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가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까지 권한대행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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