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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리가 이끈 근대5종의 혁신, 승마 대신 장애물 경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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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 근대5종 승마 경기 도중 말이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자 아니카 슐로이가 눈물을 터뜨리고 있다. 당시 상황을 계기로 근대5종에서 승마 종목 제외 논의가 시작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근대5종 승마 경기 도중 말이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자 아니카 슐로이가 눈물을 터뜨리고 있다. 당시 상황을 계기로 근대5종에서 승마 종목 제외 논의가 시작됐다. [로이터=연합뉴스]

5개 종목을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올림픽 종목 근대5종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승마를 제외한다. 대체 종목 후보로는 장애물 경기를 채택했다.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이후 발표문을 내고 “승마를 5가지 종목에서 제외하는 대신 장애물 경기(Obstacle Discipline)를 대체 종목으로 선정해 시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UIPM은 “승마를 대체할 종목으로 60여 가지의 제안을 받았다”면서 “두 종류의 장애물 경기를 우선순위에 올려둔 상태이며, 오는 6월 터키 앙카라에서 열리는 월드컵 파이널 직후부터 시험 운영한 뒤 추후 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설명했다. 장애물의 종류나 경기 진행 방식, 규칙 등은 별도로 소개하지 않았다.

장애물을 넘기 직전 멈춰 서는 아니카 슐로이의 말. [로이터=연합뉴스]

장애물을 넘기 직전 멈춰 서는 아니카 슐로이의 말. [로이터=연합뉴스]

근대5종은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직접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종목이다. 전령을 전달하는 19세의 젊은 프랑스 기마 장교의 모습에서 착안해 수영, 펜싱, 승마, 육상, 사격 등 5개 종목을 진행해 순위를 가린다. 올림픽에선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정식 종목 자격을 얻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지만,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 여러 경기장이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팬들의 관심도가 낮아 근래 ‘올림픽 퇴출’ 후보군을 논의할 때 자주 거론되곤 했다.

근대5종이 110년간 이어 온 5개 종목군의 틀을 깨기로 한 건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이 도화선 역할을 했다. 여자부에 출전한 아니카 슐로이(독일)가 승마 경기 도중 장애물 넘기를 거부한 말 때문에 0점을 받은 게 결정적이었다. 당시 슐로이는 펜싱과 수영 종목을 마친 상태에서 전체 1위였지만, 승마에서 점수를 추가하지 못해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말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울음을 터뜨린 슐로이는 동정 여론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말에게 더 강한 채찍질을 요구하고 말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과격하게 반응한 슐로이의 코치는 동물 학대 논란에 휘말렸다.

도쿄올림픽 근대5종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전웅태도 종목 변화에 따른 적응이 필요하다. 프리랜서 장정필

도쿄올림픽 근대5종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전웅태도 종목 변화에 따른 적응이 필요하다. 프리랜서 장정필

근대5종 승마 경기에서 출전 선수들이 말을 추첨 형식으로 배정 받은 뒤 20분 남짓 교감을 나누고 곧장 실전에 나서야 하는 진행 방식이 운에 크게 좌우돼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후 UIPM이 지난해 11월 승마를 대체할 종목 논의를 시작했다. 당초 사이클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철인3종 경기와 비슷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백지화했다.

UIPM은 장애물 경기가 새 종목으로 확정되더라도 기존 선수들의 혼란을 고려해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는 승마를 포함한 기존 종목군을 유지하기로 했다. 달라진 근대5종은 2028년 LA올림픽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근대5종연맹 관계자는 “승마가 빠진 결정에 대해 종목의 정통성이 무너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대중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상황에서 변화가 필요했던 건 사실”이라면서 “새 종목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한 뒤 기존 종목을 적용할 파리올림픽과 새 종목을 도입하는 LA올림픽을 구분해 투 트랙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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