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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똑같은 행동, 혹시 자폐? 더 위험한 신호는 '눈맞춤'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04 06:00

눈 흘기는 아이, 자폐인가요?
태어난 지 28개월 된 지안이(가명) 엄마입니다. 지안이가 이상 행동을 해요. 발달 장애가 아닌지 의심됩니다.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걷는 게 대표적이에요. 눈을 흘기기도 하고요.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 때도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자폐 스펙트럼 장애 혹은 발달 지연일 수도 있다고 해 걱정입니다.
몇몇 증상이 눈에 들어오고 나니 다른 행동들도 거슬리기 시작했어요. 집에서 율동 영상을 틀어주면 동작을 잘 따라 하지 못해요. 음악에 맞춰 팔을 휘저으며 빙글빙글 돕니다. 배변 교육은 20개월쯤부터 시작했는데, 도통 가릴 생각을 안하고요. “화장실 가서 쉬할까?” “변기에 앉아볼까?”라고 하면 “싫어요”라고 말해요.
어린이집은 15개월부터 다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인사하거나 대화할 때 눈을 잘 안 맞춘다고 해요. 저랑 외출할 때도 자동차를 보느라 정신이 팔려 눈 맞춤을 잘 안하고요.
말은 잘 합니다. 그러나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죠.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뜬금없이 얘기하곤 해요. 질문에 맞는 대답을 잘 못하고, 제 말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하고요.
노는 방법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집에 장난감이 많이 있는데도 자동차만 가지고 놀아요. 자동차 바퀴를 굴리는 것만 반복하죠. 아이의 이런 행동이 걱정돼 어린이집 선생님과 남편에게 상의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아이는 다 그렇다, 크면 괜찮다면서요. 하지만 저는 너무 고민됩니다. 우리 아이, 발달 장애인 건 아닐까요?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특정 행동을 반복하거나 눈을 흘기는 것보다 눈을 제대로 맞추지 않는 게 문제예요. 눈 맞춤이 안되는 아이는 사회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이희진(가명)씨의 고민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는 행위가 사회성 발달 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라는 건데요.

아이들은 생후 3개월이 되면 눈 맞춤을 시작합니다. 6개월 이후부턴 엄마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읽는 식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합니다. 9개월쯤 되면 눈에 힘을 주고 찌푸리면서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걸 알아차리고, 자신의 행동까지 조절합니다. 아이가 말을 하기 전엔 타인과 비언어적인 소통을 하는 건데요. 비언어적 소통의 첫걸음이 바로 눈 맞춤입니다.

신의진 교수는 “우리는 눈을 맞추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다”며 “눈 맞춤이 제대로 안 된다는 건 돌 이전에 어떤 연유로 사회성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이희진씨(이하 이)와 신의진 교수(이하 신)의 상담은 지난달 4일 줌을 통해 30분간 진행됐습니다.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는 이희진씨의 동의를 얻어 상담 내용을 재구성했는데요. 사회성은 소통과 정서 교류뿐 아니라 대소변을 가리는 것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기사를 읽으며 확인해보세요.

눈 흘김 증상, 운동 발달 지연일 수도 

신) 어머니가 가장 고민인 부분이 무엇일까요?

이) 석 달 전부터 아이가 갑자기 눈을 이상하게 흘기더라고요. 째려보는 게 아니라 흰자위가 3분의 2 정도 보이게요.

신) 아이가 어디서 뭐 하다가 그랬나요?

이) 집에서 오후에 놀다가 그랬습니다.

신) 뭐 하고 놀다가 그랬을까요?

이) 거실에 장난감을 늘어놨거든요. 갖고 놀다가 소파 옆에 기댔는데 눈을 흘기는 모습을 봤어요.

신) 아이가 노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보통 24개월 정도 되는 아이라면 ‘슝’ 소리 내면서 비행기를 띄우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이) 그런 것도 거의 안 했어요. 그냥 자동차를 관찰하면서 바퀴만 계속 굴려요.

신) 자동차 바퀴를 굴린 건 언제부터였죠?

이) 돌 전부터 최근까지 계속했습니다.

신) 다른 장난감을 갖다 주면서 놀도록 유도는 해보셨나요?

이) 아뇨, 자동차가 좋은가 보다 했습니다.

신) 7~8개월쯤 되면 어머니들이 보통 ‘도리도리 잼잼 짝짜꿍’ 이런 거 시키잖아요. 아이가 잘 따라 했나요?

이) 생각날 때 가끔 시켰는데요. 아이가 하다가 잘 안 되면 금방 포기하더라고요. 딱히 재미있어하지도 않았고요.

신) 대근육 발달이 좀 느린 것 같네요. 운동 발달 지연이 오면 눈 흘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거든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는 무관한 거죠. 아이가 혼자 아무것도 안 잡고 걷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죠?

이) 돌쯤에 걷긴 했습니다. 안기 서기 걷기는 별로 안 늦었어요. 그런데 뛰어다니면서부턴 자꾸 넘어집니다. 사실 한 달 전에 감각통합 발달센터를 찾았거든요. 그런데 거기서도 대근육 발달이 느리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자꾸 어딘가에 기대려고 한다면서 배밀이를 오래 안 했냐고 묻기도 했어요. 배밀이를 제대로 안 해 등 근육이 약한 것 같다면서요. 고개 기울임과 눈 흘김도 균형을 잡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고요.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5가지 발달 모두 보는 ‘베일리’ 검사 

신) 혹시 소아정신과는 방문해보셨나요?

이) 아뇨, 아직입니다.

신) 발달센터와 병원의 기능 차이를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병원은 진단하는 곳입니다. 아이의 문제를 분석해서 왜 이렇게 됐을까를 밝히는 거죠. 치료하려면 원인부터 제대로 알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많은 부모님이 진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심리·발달센터 먼저 찾아가요. 소아정신과는 심리뿐 아니라 아이의 뇌 발달까지 함께 다루거든요.

이) 병원을 먼저 가야한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신) 병원에선 아이의 사회성·정서·인지·언어·운동 5가지 발달을 전반적으로 다 봅니다. 검사한 뒤에 전문가인 의사들이 분석하죠. 그런 다음 언어 치료를 할지, 심리 치료로 바로 들어가야 할지 정하는 겁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자극을 주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럼 부모 자녀 관계를 체크한 이후 양육자에게 자극을 잘 주는 법을 가르치기도 해요. 부모님 중에서 놀이치료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치료는 정말 다양한 방법이 있거든요.

이) 사실 아이 발달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 박사님 카페에 글을 남긴 적이 있거든요. 눈 흘김이 걱정돼서요. 이 박사님은 ‘단지 늦된 건지, 발달이 느린 건지 정확히 모르니 36개월 이후에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답변하셨어요. 그래서 아이의 상태를 좀 더 지켜본 뒤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 그 박사님의 생각은 저와 매우 다르네요. 아이의 뇌 발달은 36개월까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만약 문제가 생겼다면 36개월 이전에 치료하는 게 가장 좋아요. 36개월이 지나면 사회성이나 언어를 관장하는 뇌가 굳어버리거든요. 아이들 뇌 발달 시기를 염두에 두고 치료를 해야 효과적이에요.

이) 지안이는 한국아동발달검사(K-CDI)를 받긴 했어요.

신) 그 검사는 부모가 작성하는 간접 검사라 저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요. 아이가 직접 하는 베일리 발달 검사를 권합니다. 이 검사를 통해 각 영역의 발달이 몇 개월 수준인가 정확히 파악해야 해요.

이) 병원에서 베일리 검사를 받아야겠네요. 혹시 놀이치료 같은 건 효과가 있을까요?

신) 원인을 모르는데 치료의 방향이 정해질 수 있을까요? 지안이가 주로 자동차 바퀴만 굴리면서 논다고 하셨잖아요. 감각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고 지능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어요. 애착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불안감이 높을 수도 있고요. 애착 문제로 발달 지연이 일어났을 수도 있고요. 자동차 바퀴를 굴리는 행위의 원인이 수십 가지는 돼요.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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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맞춤 못 하면 사회성 떨어진단 신호 

이) 상담을 받으니 걱정이 많아지네요.

신) 어머니가 걱정이 많으신 거 같아요. 아버지나 어린이집 선생님 등 주변에선 아이에 대해 뭐라고 하시나요?

이) 아이 아빠는 멀쩡한 아이를 두고 사서 걱정한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에게도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렇게 예민하지 않아도 아이는 잘 큰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신) 어린이집 선생님은 지안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특별히 적응을 잘 못한다고 보진 않으신 거네요?

이) 네, 그런 것 같아요. 다만 눈을 잘 안 마주치긴 한다고 했어요.

신) 눈을 잘 안 보는데 아이가 멀쩡하다고 했다고요? 그 선생님은 육아 지식이 부족하시네요. 아이들은 눈을 쳐다봐야 합니다. 이거 못하면 문제 있는 거예요.

이) 눈을 아예 안 쳐다보는 건 아닙니다. 다만 시선을 다른 데 많이 빼앗기곤 해요.

신) 눈을 길게 쳐다보지 않는 건 위험 신호입니다. 가벼운 발달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아이가 말을 잘한다고 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문제가 덜 드러나 보일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병원에 가 진단을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 눈을 맞추지 않는 게 심각한 증상인지 몰랐어요.

신) 눈 맞춤은 사회성 발달을 판단하는 기본 척도입니다. 말 못하는 아이들은 눈으로 말한다고 하거든요. 소통과 연관이 깊은 거죠. 아이들이 상대의 눈을 딱 쳐다보는 게 태어난 뒤 3개월부터 가능해요. 6개월이 좀 지나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뚫어지게 봐요. 항상 아이들은 눈으로 사람들을 뒤쫓아야 해요. 이런 걸 안 하면 사회성이 떨어집니다.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대소변 가리는 것도 사회성과 연관 

이) 교수님, 두 가지만 더 여쭤봐도 될까요? 대소변 교육을 20개월부터 시작했는데 아이가 아직 할 생각이 없습니다. 강제로 하지 않고 있는데 괜찮은 걸까요?

신) 아이가 말은 잘하지만 엉뚱한 대답을 한다고 하셨잖아요. 언어적 문제라기보단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방증이거든요. 소통이 안 되는 거니까요. 사회성 발달이 늦은 아이들은 대소변 가리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창피하니까 가려야겠다’ 하는 의지가 필요하거든요. 의지가 없으면 ‘내가 이걸 왜 해야 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시켜도 듣지 않아요. 지안이 경우엔 사회성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런 다음에 ‘아이 창피해, 이젠 화장실 가서 쉬하자’라고 가르쳐주는 거죠.

이) 또 하나는 아이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자해를 합니다. 떼를 쓸 때 자기 머리를 때리는 식으로요. 왜 그러는 걸까요?

신) 아이가 겁이 많고 기분 조절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겁이 많은 아이들이 별문제 없이 크다가 운동 발달부터 늦기 시작하거든요. 기분을 조절하는 뇌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그렇군요.

신)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예민할 것 없다”고 하셨는데도, 서두르신 건 정말 다행입니다. 아이의 뇌는 세 돌 전에 많이 변하니까요. 꼭 병원을 찾아 검사 받아보세요. 원인을 파악한 뒤 필요한 자극을 주면 문제 증상은 금방 호전됩니다.

신의진 교수의 총평 및 솔루션
① 눈 맞춤은 사회성 발달을 가늠할 수 있는 기본 척도입니다. 눈을 맞추는 횟수가 적거나 시선이 자꾸 다른 곳을 향하면 사회성 발달 지연을 의심하세요.
② 문제 행동은 같아도 원인은 천차만별입니다. 증상만 보고 원인을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됩니다. 병원에 가 정확한 원인을 찾으세요.
③ 아이의 발달 수준을 기능별로 알고 싶다면 ‘베일리’ 검사를 추천해요. 아이가 직접 하는 검사라, 부모가 대신하는 간접 검사에 비해 정확하게 발달 정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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