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47도까지…인도 대륙 폭염, '찜통 지구' 예고편일까

중앙일보

입력 2022.05.04 06:00

업데이트 2022.05.04 21:33

지난달 30일 인도 아마다바드 외곽 건설 현장 근처에서 노동자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헬멧으로 물을 떠 몸에 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인도 아마다바드 외곽 건설 현장 근처에서 노동자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헬멧으로 물을 떠 몸에 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아(亞)대륙이 때 이른 폭염으로 끓고 있다.
최근 CNN과 BBC 등 주요 외신이 전하는 내용을 보면 인도와 파키스탄 등은 지난 3월부터 평년 기온을 훨씬 웃도는 고온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고통은 물론 경제적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봄이 사라지고 겨울에서 곧장 여름으로 넘어간 것이다.

인도의 경우 지난 3월은 1901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22년 만에 가장 더운 3월을 기록했고, 지난달은 사상 세 번째로 더운 4월이었다.
3월 평균 최고기온은 33.1도로 1981~2010년 평년값인 31.24도보다 2도 가까이 높았다. 지난달에는 평균 최고 기온이 35.3도를 기록, 1981~2010년 4월 평년 최고 기온보다 1도 이상 높았다.

반다 지역 47.4도까지 치솟아

폭염이 이어진 지난 2일 인도 뉴델리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야무나 강의 다리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진 지난 2일 인도 뉴델리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야무나 강의 다리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중부의 경우는 4월 평균 최고기온이 37.78도를 기록했다.
뉴델리의 경우 4월에 40도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지난달에는 44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7일 연속으로 40도를 넘는 기록을 세웠다. 인도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꼽히는 우타르프타데시주 반다 지역은 지난달 19일 47.4도까지 치솟았다.

파키스탄의 경우도 곳곳에서 최고 47도 안팎의 기온을 기록했다. 파키스탄 재난 당국은 때 이른 폭염으로 히말라야 산맥 등 북부 지역에서 빙하가 녹으면서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 등 전력 수요가 치솟고 있고, 인도 곳곳에서는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발전소에서는 발전량을 늘리면서 석탄재고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인도 철도 당국에서는 이달 들어 여객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석탄 수송 열차를 긴급 편성했다.
밀 농사에도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겨울에 파종해 봄에 수확하는 지역에서는 예년과 다른 기온 패턴 탓에 밀 수확량이 20~4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도는 세계적인 밀 생산국인데, 밀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리면서 세계 밀 가격이 더 급등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인도 잠무 외곽에서 한 여성이 밀을 수확하고 있다. 때 이른 폭염으로 인해 인도의 밀 수확량이 줄면서 인도 국내 수요 충당에 대한 걱정을 낳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출렁이는 세계 곡물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인도 잠무 외곽에서 한 여성이 밀을 수확하고 있다. 때 이른 폭염으로 인해 인도의 밀 수확량이 줄면서 인도 국내 수요 충당에 대한 걱정을 낳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출렁이는 세계 곡물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장 심각한 것은 시민들 건강 피해다. 폭염으로 인해 야외에서 일하는 농민과 노동자 등 열사병 환자가 속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쓰레기 매립지 화재와 산불이 발생해 공기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더위를 피해 아예 학교까지 폐쇄한 상태다.
인도에서는 지난 2015년 5~6월 폭염으로 최소 2081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때 이른 폭염은 이번 주 다소 주춤하겠지만, 곧바로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에 이번 주 약한 비와 뇌우 등이 예보됐고, 최고 기온도 3∼4도가량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인도 기상청은 5월에도 기온이 평년보다 높겠고 일부 지역에서는 50도까지 치솟는 곳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트기류와 고기압의 합작품

인도 폭염의 원인. 북쪽으로 치우친 제트기류와 고기압의 정체가 때 이른 폭염을 불러왔다. [자료: AccuWeather]

인도 폭염의 원인. 북쪽으로 치우친 제트기류와 고기압의 정체가 때 이른 폭염을 불러왔다. [자료: AccuWeather]

전 세계 일기예보를 제공하는 아큐웨더(AccuWeather) 등은 이번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제트기류를 지목하고 있다.
지구를 맴도는 제트기류가 인도 아대륙에서 북쪽으로 크게 돌출했고, 이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예년과 다르게 훨씬 북쪽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강한 고기압이 버티면서 더운 공기가 정체된 것도 원인이다. 고기압이 뚜껑을 씌운 것처럼 더운 공기를 내리누르고 있는 모양이다. 이른바 열 돔(heat dome) 상태가 된 것이다.
지난해 6~7월 북미 서부의 폭염과 비슷한 상황이다.

고기압 정체로 인해 맑은 날이 이어지면서 강수량이 부족해지고, 토양 수분이 감소하면서 바짝 마른 땅은 햇빛을 받아 더 더워지게 됐다.
기상학자들은 "예년 같으면 지중해에서 시작된 온대 폭풍이 인도 아대륙에 겨울비를 내리는 이른바 서부 교란(Western Disturbance)이 있는데, 올해는 그런 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습도 50%, 42도면 6시간이 위험선

지난달 28일 인도 중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러크나우에서 더운 여름 오후 나무 그늘에서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다. 극심한 폭염이 인도 북부와 서부 지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기온이 45도까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인도 중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러크나우에서 더운 여름 오후 나무 그늘에서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다. 극심한 폭염이 인도 북부와 서부 지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기온이 45도까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더욱이 도시에서는 도시 열섬 현상이 폭염을 부채질하고 있다. 도시 열섬 현상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등의 인공 건축물이 낮 동안 열을 흡수한 다음 밤에 저장된 열을 천천히 방출하는 현상이다.
밤에도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으면서 열 스트레스를 받는 시민도 늘게 된다. 열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은 체온 상승과 호흡률 증가, 혈관 확장, 땀 흘림 증가, 근육 경련 등이 나타난다.

지난해 6월 독일 뮌헨 공과대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등 연구팀은 국제 저널 '랜싯 지구 보건(Lancet Planet Health)'에 게재한 논문에서 "습도가 높은 경우 35°C 이상의 온도에서, 습도가 낮은 경우에는 40°C 이상의 온도에서는 짧은 노출이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열 스트레스 예측 지수(PHS)를 계산한 결과, 습도가 100%인 상황에서는 31°C에서 6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고, 습도가 50%인 경우는 42°C에서 6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PHS가 군인·운동선수를 위해 개발된 것인 만큼 일반인의 경우 임계치가 더 낮을 수 있다. 지금의 인도 폭염은 많은 사람이 실질적인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 전역에서 폭염 위험이 증가

지난달 27일 인도 첸나이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29일에도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인도 첸나이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29일에도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많은 전문가가 이번 인도 폭염을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해 온실 지구를 지나 '찜통 지구(Hothouse Earth)'가 될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지난 2월 말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2 실무그룹(Working Group ll)이 지금 상황을 예언했다. IPCC는 대륙별 기후변화의 영향과 위험, 적응 현황 등을 담은 설명서(fact sheet)에서 "기온 상승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폭염의 위험이 증가하고, 서·중앙·남·아시아의 건조·반(半)건조 지역에서는 가뭄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PCC 수석 저자이기도 한 인도 인간 정착 연구소의 챤드니 싱 선임연구원은 "이번 인도 폭염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기후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IPCC는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가운데 제1 실무그룹의 기후변화 물리학을 발표하면서 폭염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상승할 경우 10년 빈도 폭염이 발생할 때의 최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6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이다.

'랜싯 지구 보건'에 발표한 논문에서 독일·미국 연구팀은 "현재 전 세계 토지 면적의 12%는 인간이 살아가기 어려운 기후 조건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1세기 말에는 이 비율이 45~70%로 증가할 것이고, 인구의 44~75%가 만성적으로 열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3% 줄여야 

미국 캔자스 주 에밋 근처의 한 석탄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배출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캔자스 주 에밋 근처의 한 석탄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배출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더욱이 이번 인도 폭염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된 제트기류 흐름 변화도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극이 다른 지역보다 2~3배 빠르게 온난화하면서 북극과 열대 지방 사이의 온난화 속도 차이가 발생, 대기압의 구배가 약해지고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구불구불 흐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초 IPCC는 6차 보고서 제3 실무그룹 보고서는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으로 억제하려면 2030년까지 지금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짐 스키아 IPCC 제3 실무그룹 공동의장은 "지구 온난화를 1.5도 내에서 제한하고 싶다면 지금뿐이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절대 달성이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힘겨워지는 벼랑 끝에 인류가 몰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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