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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방통대 출신…민주당도 "尹 최고의 인선" 띄운 남자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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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정무수석이 아닌 여의도 수석이 되겠습니다.”〈/b〉

새 정부 대통령실 초대 정무수석비서관에 내정된 이진복 전 의원이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힌 포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뒤 펼쳐질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야(巨野)와의 소통을 이어 가야 하는 정무수석의 어려움이 함축된 말이기도 하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내정자. 사진은 2020년 2월 당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이진복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내정자. 사진은 2020년 2월 당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이진복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이 내정자는 대통령실 수석급 인선 중 가장 일찌감치 낙점된 인사다. 그의 원만한 성품과 두루 잘 지내는 대인관계가 강점으로 꼽혔다고 한다. 다만 윤 당선인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고 한다. 이 내정자는 “대선 때는 캠프에 들어가면 괜히 권력이나 탐하고 온 사람인 것처럼 비칠까 봐 전직 의원 모임 등에 참여하는 등 뒤에서만 도왔다”며 “2~3주 전쯤 정무수석에 지명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고, 이후 당선인을 처음 찾아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인수위 주변에선 “윤 당선인이 강조한 능력 위주 인선의 대표적 인물이 이 내정자”라고 평가하는 이가 많다.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이 즐비한 새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인선을 통틀어 실업계 고교(부산기계공고)와 방송통신대를 졸업한 유일한 인사이기도 하다.

1957년생인 이 내정자는 국회 보좌진을 시작으로 부산 동래구청장과 3선(부산 동래) 의원을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유신 시절 투표장에 두 번 들어가는 동네 아주머니를 보고 참지 못해 투표함 위에 걸터앉아 이의를 제기하며 투표를 중단시켰던 의기(義氣)가 그를 정치로 이끌었다.

2020년 3월 29일 당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이진복 선대위 총괄본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경제 대책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3월 29일 당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이진복 선대위 총괄본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경제 대책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어린 시절 가난에 몸부림쳤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축구선수였던 그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성적이 좋아 한 고등학교에선 전 학년 장학금을 주는 조건으로 입학을 권유했지만, 그는 부산기계공고(구 국립 부산 한독직업학교)를 택했다. 그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알던 담임선생님이 국비로 독일 유학을 갈 수 있다며 권유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동백림사건’으로 한-독간 관계가 나빠지며 유학은 없는 일이 됐다.

고교 졸업 후 일본 유학을 계획했지만, 운명처럼 정치판에 뛰어들며 학업 계획은 또 한 번 늦춰졌다. 이 내정자는 21살이던 1978년 10대 총선 당시 부산 동래에 출마한 신민당 이기택 후보(전 민주당 대표)의 선거운동을 자발적으로 돕다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눈에 들었다.

박 전 의장이 자신을 도와달라며 집에 세 번이나 찾아오는 ‘삼고초려’ 탓에 이 내정자는 1981년 11대 총선부터 그의 참모로 활동했다. 캠프 청년 기동대장을 시작으로 지구당 총무부장, 의원 보좌관,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등을 거쳤다. 학업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그는 그사이 방통대를 늦깎이 입학해 주경야독했고, 이후 동아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이 수두룩한 정치권에서 그는 “열등의식이 늘 상존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더 열심히 일했다. 되레 지금은 어려웠던 시절의 경험이 자신의 자산이 됐다고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두루 넓은 인간관계를 맺게 된 건 이런 그의 사회 경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를 잘 아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 내정자가 정무수석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 정치인들이 ‘윤석열 정부 최고의 인선’이란 평가를 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7년 1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체회의 및 정책의총에 참석한 김무성 의원과 김성태 의원이 이야기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진복 의원. 중앙포토

2017년 1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체회의 및 정책의총에 참석한 김무성 의원과 김성태 의원이 이야기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진복 의원. 중앙포토

이 내정자는 원래 친박계(친박근혜계) 출신이다. 하지만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새누리당이 분당하는 과정에서 탈당 행렬에 동참해 바른정당으로 합류했다가 20대 대선 직전 복당했다. 이후 탄핵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2020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에 대해 “이제는 계보가 없는 사람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그가 바른정당 시절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과 교분을 쌓은게 이번 정무수석 발탁의 계기가 됐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맞이할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실과 야당과의 관계 설정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요소다. 이와 관련해 이 내정자는 “정당 간 다툼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내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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