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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역설…檢개혁 타깃이던 '특수부'만 힘 세진다? [Law談 스페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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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2개는 남겨놨으니 엄밀히 따지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아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표현을 빌리면 ‘검수덜박’(검찰 수사권 덜 박탈), 향후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 설립 및 수사권 전부 이관을 고려하면 ‘검수단박’(검찰 수사권 단계적 박탈)이란 표현이 알맞다. 검찰에는 제한적이지만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수사개시)권과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이 남았다. 이렇게 일부 남겨진 검찰의 수사 권한이 추후 확장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추후 대통령령 개정 등을 통한 수사 범위 조정의 여지가 남아서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된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지하주차장 출입문의 차단기가 내려와 있다. 뉴스1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된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지하주차장 출입문의 차단기가 내려와 있다. 뉴스1

檢에 남은 부패·경제범죄 수사권 확장 여지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 3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공포된 개정 검찰청법 4조 1항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한정하고 있다. 경찰공무원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이 범한 범죄, 경찰이 송치한 범죄 및 이들 사건과 직접관련성이 있는 인지 범죄도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 기존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는 삭제됐다. 현행 대통령령에 따르면,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는 뇌물·알선수재·불법정치자금·횡령·배임·기술유출 및 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 위반 행위 등에 대한 수사권으로 검찰에선 특별수사(특수수사)의 영역이다.

게다가 ‘등’이라는 표현을 유지하고, 대통령령으로 세부 범위를 정하도록 해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지난달 25~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는 민주당과 경찰 측이 ‘등’ 대신 ‘중’이라는 표현을 주장했지만,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의) 합의문을 벗어난 것”(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란 반발에 부딪히며 결국 지난달 27일 본회의에 제출한 최종안에는 ‘등’이라는 표현으로 수정됐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합의문 문헌 그대로 존중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두 번째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표결 절차에 들어선 가운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두 번째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표결 절차에 들어선 가운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의 대통령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실질적인 직접수사 범위가 조정될 것”(한 재경지검 간부)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런 인식은 앞선 법사위 소위에서도 공유됐다. 지난 25일 소위에서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부패범죄, 경제범죄’만 남기고 ‘등’ 이하는 모두 삭제하자고 하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부패범죄’ ‘경제범죄’는 법률용어가 아니다. (현행 공직자범죄로 묶여있는) 허위공문서작성·직권남용도 사실은 부패범죄다. 이렇게 무한히 확장된다”고 반대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도로 설계돼 2018년 6월 21일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도 직권남용은 부패범죄에 포함돼 있었다. 이와 관련, 한 검찰 간부는 “부패행위에 해당하는 죄목을 대거 조정하면 지금과 수사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검찰청사무기구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하면 각 지검은 물론 지청에도 특별수사 부서를 부활시킬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이번 법 개정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검찰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던 검찰의 특별수사기능이 되레 강화할 수 있는 아이러니를 낳았다”며 “대폭 축소했던 전국 반부패부(옛 특수부)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령으로 확대하려 하더라도 명백하게 부패·경제범죄가 아닌 경우를 넣는다면 그 부분은 법원이 명백하게 판단할 것”(송기헌 의원)이라는 반론도 있다. 개정 검찰청법 24조는 특별수사 부서의 직제 및 소속 검사와 공무원, 파견 내역 현황 등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유상범 의원의 말처럼 ‘부패범죄’ ‘경제범죄’라는 단어는 추상적·관념적이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한 전직 고위 검사는 “‘검수완박’에 분노한 검사들이 권력이나 기업에 대한 특별수사에 여력을 집중하면 결국 기업들만 비대해진 경찰은 물론 검찰과 중수청 등 수사기관의 중복 수사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8년 6월 21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정부합의안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경찰에 1차적 수사권·수사종결권 부여하고 검찰에는 부패·경제금융·선거범죄 등 '특수사건'에 직접 수사권을 주는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뉴스1

2018년 6월 21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정부합의안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경찰에 1차적 수사권·수사종결권 부여하고 검찰에는 부패·경제금융·선거범죄 등 '특수사건'에 직접 수사권을 주는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뉴스1

“수사 기소 분리 조항에 혼선…‘위장 기소’ 해야 할 판” 

개정 검찰청법 4조 2항에 신설된 수사·기소 분리 조항을 두고도 일선 현장의 혼선이 예상된다.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이다. 현직 부장검사는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한 것처럼 ‘위장 기소’를 해야할 판”이라며 “결재라인인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의 기소 여부 판단도 제한하면 옆 부서나 다른 청 검사를 꿔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검사 의견을 들어 차명으로 기소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러면 피고인 측이 탈법적 기소라고 공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도 전날 페이스북에 “부장-차장-검사장의 결재를 받은 경우 이들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인지, 공소를 제기할 수 없을 뿐 공소유지는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썼다. 지휘 체계상 수사에 관여할 수밖에 없는 간부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면 직권남용죄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한 검찰 간부는 “‘수사개시’라는 단어를 문리해석(文理解釋)하면 수사에 관여하거나 수사에 참여한 검사의 기소는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검사의 공소유지, 이른바 ‘직관’은 앞서 지난달 25~26일 법사위 소위에서 여야가 유지하기로 합의하긴 했다. 당시 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소유지’ 부분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공소를 제기한 이후에 보조적인 어떤 무엇인가 더 필요한 행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한 사람이 기소할 때 기소를 할지 말지 판단만 분리할 수 있도록 이렇게 조문을 작업하는 건 어떠냐”고 말했다.

소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공소의 제기를 할 수 없다’ 이렇게 해야 공소제기 행위만 딱 할 수 없다. 공소유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금지된 게 아니라는 걸 명확히 해주셔야 할 것 같다”는 김형두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적을 “예, 알겠다”며 수용했고,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아까 말씀하신 대로 수사개시,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 거기까지는 인정을 하고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한 법조계 인사는 “논의 과정이야 어찌 됐든 문언이 명확하지 않으니 향후 법정에서의 혼란은 불 보듯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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