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국무회의서 검수완박법 의결·공포
자기 편만 챙기는 정치…진영의 상왕 노리나
문재인 대통령이 끝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어제 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의결·공포했다. 문 대통령은 의결 전 “상식과 국민의 시각에서 토론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진정 상식과 국민의 시각이라면 거부권을 행사해야 옳았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은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의 범죄는 숨기고, 힘없고 배경 없는 국민의 범죄 피해는 구제받기 어렵게 한 것이다. 국민 기본권 보장 운운하지만 실상 “문재인·이재명 지키기”(안민석 의원 등)이자 정치인들을 법 위의 특권계급으로 만든 법이다.
절차적 문제도 많았다. 90일간 활동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를 17분 만에 끝냈고 이를 위해 민주당 소속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들어 ‘야당’이라고 주장했다. 회부-상정-입법예고-공청회·청문회-본회의 상정 등 곳곳에서 절차를 어겼다. 오죽하면 국무회의 몇 시간 전에 한국법학교수회가 “입법 절차상의 중대한 흠이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겠는가.
문 대통령이 진영 또는 자기 이해란 ‘동굴’에 갇혀 있지 않았다면 성난 함성을 들었을 것이다. 대법원은 물론이고 법조계, 일반 시민도 반대한다. 최근 수도권 유권자 10명 중 6명이 반대한다는 조사도 있었다. 수도권은 얼마 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1.1%포인트 앞섰던 곳이다. 문 대통령은 외려 민주당에 동조했다. 국회 상황에 맞춰 국무회의를 당초 오전 10시였던 걸 11시로 옮겼다가 오후 4시로, 다시 오후 2시로 계속 바꿨다. 그래 놓고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국회’가 아닌 민주당의 횡포였는데도 말이다.
정작 통합을 위한 사면은 외면했다. YS(김영삼)가 퇴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하고 떠난 것과 달리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해 결자해지하지 않았다. 경제 5단체의 경제인 사면·복권의 호소도 외면했다. 자신의 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모든 사면을 접은 것 아닌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윤 당선인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사면 안 하고 MB만 사면할 수 있겠냐. 왜 그걸 바보처럼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지냐”고 한 게 맞다면, 참으로 협량한 꼼수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온 국민의 지도자라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진영의 보스에 머물렀다는 게 재차 확인됐다.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지지자들과만 함께했다. 그 결과가 퇴임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높은 40%대 지지율일 터인데, 나라야 찢어지건 말건 40% 지지율을 기반으로 퇴임 후에도 진영의 상왕(上王) 노릇을 하겠다면 우려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자부했다. 막판까지 이어지는 자화자찬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