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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 24일간 60번 해명…역량 검증은 없던 정호영 청문회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 될 것이 없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일관되게 주장한 내용이다. 지난달 10일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이후 24일 동안 60여 차례에 걸쳐 해명자료를 쏟아냈던 만큼 정 후보자는 이날도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으로 재직했던 2017~2018년,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정 후보자는 “(경북대 의대 편입학 시험) 구조 자체가 아빠 찬스를 절대로 쓸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고,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해서는 “5명의 의사가 MRI를 판독했고 언제든 국회에서 의료 전문가를 지정해주면 전문가에게 판독을 받겠다”고 말했다. 2015년 진료처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 후보자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간호사 선발시험에서 처조카가 합격한 것을 두고 ‘이모부 찬스'를 쓴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특히 정 후보자는 ‘양파 까듯 농지법 위반, 주민등록법 위반 등 의혹 불법 백화점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동의하지 않냐’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온 게 없지 않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잘못된 사실로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가 “떳떳하다”고 말한 만큼 의혹을 완전히 씻어버릴 정도로 깔끔하게 해명된 건 아니었다.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 시험에 지원한 사실을 주변 교수들에게 말한 적이 있냐는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었던 게 아이들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부끄러운 것도 있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내놨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도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선 “성인이 된 아이들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제가 부모로서 뭐라고 하긴 곤란하다”라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의에는 “자녀 선택을 중시할 것”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네번째)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네번째)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도덕적ㆍ윤리적으로 떳떳하다는 정 후보자는 그럼 보건복지부 장관에 합당한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사실 의사 출신인 정 후보자는 지명 당시부터 보건·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도덕적ㆍ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강도 높은 역량 검증이 필요한 인물로 꼽혔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장은 여야 의원들은 물론 정 후보자 스스로도 “저한테 씌워진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의혹 검증에만 몰두한 모습이 이어졌다.

그나마 청문회 중간에 ‘장관이 된 후 가장 우선순위를 높게 두고 이것만은 반드시 이루겠다는 정책이 무엇이냐’는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가 나왔지만 정 후보자는 “보건ㆍ의료와 관련해 지역 격차를 반드시 없애겠다”는 일반론적인 대답을 하는 것에 그쳤다.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보건의료 전문가적인 판단을 내놓지 못했다. 이달곤 의원조차 “그건 오랜 세월 걸릴 것”이라며 “장관이 된다면 자기의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판단해서 효과적인 전략을 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개혁 등 시급한 복지 정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보다는 두루뭉술한, 누구나 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장관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데에도 실패했다.

이날 정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장한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부합하는 인물이냐는 질의에 "그렇다"며 "떳떳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왔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눈높이가 잘못됐다'는 정 후보자의 인식에 국민들도 동의할 수 있을까. 이대로 장관이 된다한들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보건복지 분야 컨트롤타워를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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