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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은행 배당 제한?…정은보 “자사주 매입과 배당 신중히 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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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7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중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7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중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은행장들을 3일 긴급 소집했다. 3~4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례회의를 앞두고서다. Fed의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은행에 위기관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정 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Fed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 속에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에 직면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위기 국면이란 인식을 갖고 잠재적 신용위험을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퍼펙트 스톰(안 좋은 일이 동시 발생하는 극단적 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했는지 점검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체율과 BIS 총자본 비율 등 은행의 각종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유행 기간 정부 지원에 따라 생긴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이 신용위험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자본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금감원이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 원장이 위기관리와 관련해 신중한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주문하면서 금융 당국 발 배당 제한 등이 다시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정 원장의 발언이 행정지도를 의미하거나 예고한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보는 "배당 축소를 행정 지도할 계획은 없다”며 “현재 다양한 위기 요인이 나타나는 만큼 손실 흡수 능력을 충분하게 유지하고 자본 유출에 대해선 최대한 신중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월 국내 은행에 코로나19 위기 중 손실 흡수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금리 상승기에 나타날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구했다. 정 원장은 “불안한 시장 여건에서 은행이 과도한 예대마진을 추구하면 금융 이용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국민에게서 신뢰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권에서는 금리산정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정은보 금감원장 주재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하며 최근 본점에서 발생한 614억원 횡령 사건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정은보 금감원장 주재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하며 최근 본점에서 발생한 614억원 횡령 사건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우리은행 직원의 614억원 횡령 사건에 대해 정 원장은 “은행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사고에 책임 있는 관련자에 대해 엄정 조치하고 내부통제 체계에 미비점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은행도 자체적으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는지 긴급 점검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검사를 통해 횡령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금감원 책임론’에 대해선 “감독 당국의 검사 과정에서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며 “사실관계 규명을 해서 어떤 경우라도 (금감원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횡령 사건에 대해 “고객과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신뢰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상 규명 과정에 대해선 “금감원과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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