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빅스텝’ 폭풍전야…한국 10년물 국채 8년만에 3.4% 뚫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환율, 코스닥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3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환율, 코스닥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스텝 전야제'에 채권 시장이 몸살을 앓았다. 3일 한국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종가기준으로 8년여 만에 처음으로 3.4% 선을 돌파했다. 전날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는 3% 선을 뚫었다.

채권 시장의 '발작'은 오는 3~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몸부림이다. 전 세계적으로 치솟는 물가에 Fed가 돈 줄을 더 세게 더 빨리 죌 것으로 예상되면서채권 값이 폭락(채권금리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6%포인트 오른 연 3.406%에 장을 마쳤다. 2014년 5월 22일(연 3.407%)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년물 금리(연 3.139%)는 연초(연 1.855%) 이후 넉 달 만에 1.28%포인트나 뛰었다.

한국 국채 금리만 치솟은 게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3.002%까지 올랐다. 심리적 저항선인 3% 선을 넘어선 건 2018년 12월 3일(장중 3.05%)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 금리 오름폭도 가팔라졌다. 지난해 말(종가 1.512%)과 비교하면 넉 달 사이 2배로 뛰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앞으로 다가온 Fed의 ‘빅스텝’

국내외 채권시장이 들썩이는 건 Fed의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 발표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달 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이어 6월에는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여러 차례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씩 인상하는 '점보 스텝'의 가능성까지 나온다.

2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98.7%에 이른다. 6월 회의 0.75%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도 90%를 웃돌았다. 미국 투자회사 밀러 타박의 맷 말리 애널리스트는 “(미국 10년물 금리) 3%는 의미가 있다”며 “Fed가 무엇을 할지에 걱정하게 하는 심리적 장벽”이라고 분석했다.

채권 시장이 두려움에 떠는 건 금리 인상만이 아니다. Fed가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QT)도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는 불쏘시개다. Fed가 만기가 도래한 채권의 원리금을 다른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시장의 유동성이 메마르면서 채권 금리가 뛸 수밖에 없다.

Fed가 공개한 지난 3월 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Fed가 고려하는 월 최대 보유자산 감축 규모는 950억 달러(약 120조원)다. 2017~19년 보유자산 축소(평균치)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된다. 채권 시장 입장에서는 강세장을 지탱해왔던 큰 손이 시장에서 손을 털고 나가는 셈이다. 채권 값 하락(채권 금리 상승)을 피할 수 없어 발작을 앓는 것이다.

“시험대 3.25% 선 넘으면 주가 하락”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중요한 시험대를 앞두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역사적 전고점인 연 3.25%다. Fed가 코로나19 유행하기 직전 마지막 금리 인상을 했던 2018년 말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연 3.25%까지 올랐고, 주식은 폭락했다. 그해 10월 초 2924.59까지 올랐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12월 24일(2351.1)까지 19.6% 곤두박질쳤다. 채권시장 금리 발작에 따른 ‘크리스마스이브의 악몽’이었다.

캐나다 투자은행 BMO캐피털마켓츠의 벤 제프리 금리 전략가는 “미 10년물 국채금리 3.25%는 과거 사이클의 고점”이라면서 “지금 시점에서는 금리가 추가로 오르기만 해도 위험자산에는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문홍철 DB 금융투자 연구원은 “워낙 물가가 빠르게 뛰고, (Fed가) 본격적으로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전고점인 3.25% 선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스태그플레이션)은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가 뛰면 시장뿐 아니라 실물 경제도 흔들린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오르고, 기업의 차입비용도 늘어나며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초 미국의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금리는 연 5.13%를 기록했다. 2018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국내에서도 주담대 금리가 이미 연 6% 선을 넘어섰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연 4.080∼6.310%)는 지난해 말(연 3.60∼4.978%)보다 최고 금리 기준 1.332%포인트 급등했다. 채권 금리가 뛰면서 주담대 고정금리 지표로 쓰는 은행채 5년물이 급등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긴축 예고 등 각종 해외발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출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빅스텝 우려는 기본이고,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봉쇄령 등이 한꺼번에 겹쳐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금융시장은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긴축 우려에 전날보다 0.26% 하락한 2680.46에 마감했다. 원화값은 달러가치 상승으로 전날 종가보다 2.7원 하락(환율 상승)한 1267.8원에 거래를 마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