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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용적률 딜레마...300% 적용이 정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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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새 정부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마스터 플랜에 따라 재정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분당신도시 내 아파트 단지. 뉴스1

새 정부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마스터 플랜에 따라 재정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분당신도시 내 아파트 단지. 뉴스1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 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즉시 마스터 플랜 작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고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마스터 플랜에 따라 질서 있게 지역마다 재정비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새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다. 새 정부는 경기 분당·일산·평촌 등 서울과 인접한 1기 신도시에 신규 주택 10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재건축 사업성을 좌우하는 용적률을 얼마나 높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연면적(총면적)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새로 지을 수 있는 가구 수가 늘고 기존 소유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줄어 사업성이 높아진다. 1기 신도시 용적률을 법정 상한인 300%까지 올리고,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은 준주거지역 등으로 종상향을 해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높이는 방안 등이 지금까지 거론된 새 정부의 방안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앙일보가 3일 프롭테크 스타트업 다윈중개에 의뢰해 성남시 분당 1기 신도시 지역 준공 25년 이상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성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현재 성남시 조례대로 3종일반주거지역 기준 용적률 270%(최대 280%에서 임대주택 고려해 산정),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추정 분양가 등을 적용하면 재건축 사업성이 108개 단지 평균 84점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사업성 지수는 다윈중개가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용적률 ▶전체 대지면적 ▶인근 분양가 ▶세대당 대지면적 ▶사업진행속도 등을 분석해 자체 개발한 지수다. 100점을 기준으로 이보다 점수가 낮을 경우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 시 조합원의 부담이 커진다. 재건축 사업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의 경우 사업성 지수가 최대 128점(현대 4차)에 달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실제 현재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 등이다. 앞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된 다른 지역 단지들의 용적률보다 높다. 또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있어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윈중개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의 노후 단지에 정부의 구상대로 용적률 300%를 일괄 적용할 경우 현행 최대 용적률을 적용했을 때보다 평균 사업성이 3점(84→87점) 높아진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사업성 향상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다. 다윈중개 사업성 지수 100점을 넘는 단지도 단 1곳(매화주공3단지·107점)에 불과하다. 조사 대상 단지의 토지 용도는 1종 일반주거지역부터 준주거지역까지 제각각이다. 용적률 300%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경우 각 단지에 돌아가는 혜택의 크기도 다르다. 이럴 경우 단지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일부 단지에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는 것은 소유주에 과도한 혜택이 돌아가는 데다 가구 수 증가로 인해 교통 문제나 상·하수도 부족 문제 등 거주환경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또 동간 거리가 짧아져 일조권 침해와 조망권 확보가 어렵고, 사생활 침해도 우려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1기 신도시 역세권 용적률 500% 상향과 관련해 "어느 특정 지역에 (용적률을) 통으로 500% 준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다윈중개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용적률 500%를 분당 지역 노후 아파트에 일괄 적용하면 전용면적 84㎡(공급 33평) 아파트 약 16만 가구가 추가된다. 이는 현재 8만6359가구의 2배 수준이다. 기존 최대 용적률을 적용해 재건축하면 4만4329가구, 300% 일괄 적용 시 6만1888가구가 늘어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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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전문가들은 1기신도시 재정비에 있어 소유주의 사업성이 충분히 확보되고, 인허가 등 신속한 사업 진행되어야 하며, 거주환경이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신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법정 용적률 상한에 50%P의 인센티브를 더해 용도지역에 따라 용적률을 차등 적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재건축 사업성은 84점에서 89점으로 6%(5점) 높아진다.

사업성 점수 100점 이상인 단지도 5곳으로 늘어난다.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함께 이뤄져 평(3.3㎡)당 일반분양가를 1000만원 높게 적용하면 평균 사업성은 19%(84→100점)가량 향상된다. 이 경우 사업성 점수 100점 이상인 단지도 51개로 증가한다. 추가되는 가구수도 8만6542가구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실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 재건축에 용적률 400% 정도를 적용할 경우 사업성 확보는 물론, 기존 주거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상당한 규모의 신규 주택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표적인 재건축 규제인 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분양가상한제 등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1기 신도시 관련 정책 수립에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용적률 상향 논의에 앞서 특정 지역 아파트 소유주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어느 선까지 허용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도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을 높일 경우 건폐율을 낮춰서 도로나 공원 용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주거환경 악화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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