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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자 얼마길래…강남 큰손만 산다던 그 상품 열리자 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코코본드 1000억원 어치는 두 달이면 완판이에요.”

서울 강남 일대의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가 전한 ‘코코본드(신종자본증권)’의 인기는 뜨겁다. 인기는 더 달아오를 모양새다. 예금 금리보다 배로 이자를 주는 연 4% 후반~5%대의 상품이 이달 다수 발행될 예정이라서다. 그동안은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소액으로 구매할 수도 있게 됐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신종자본증권은 조건부자본증권(일명 '코코본드') 중 하나다.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은 회사채다. 또 발행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되면 채권 이자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 청산 때 원리금 상환순위도 후순위인 탓에 고위험상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곳이 우량 은행인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작아 투자자에게는 안전한 상품으로 여겨진다. 예금처럼 원금이 100% 보장되지는 않지만 비교적 안전하고, 대신 더 높은 금리를 가져갈 수 있는 점이 매력인 상품이란 이야기다. 게다가 이자를 분기(3개월)마다 지급해 현금 흐름이 좋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박태근 신한금융투자 투자자자문챕터 프로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대부분 등급이 AA-인데 이는 부도 날 위험이 없는 안전자산을 의미한다”며 “연 2%대인 예금 금리가 연간 1%씩 오르는 걸 가정하고 5년을 재투자해도 기대수익률은 15.9%인데, 연 4%대 코코본드 5년 만기 투자 시 기대수익률은 20%로 더 높다”고 말했다.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은인기몰이 중이다. 증권사 중 신종자본증권을 많이 파는 삼성증권에선 올해 완판 사례가 속출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초 발행한 하나금융지주 상품은 하루 만에, 신한금융지주 상품은 일주일 만에 모두 판매됐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삼성증권에서 팔린 신종자본증권(6350억원)이 지난해 판매액(1조3000억원)의 절반에 이른다.

인기 행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이 오는 10일 연 5.2% 금리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KB금융과 신한은행도 이번 달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상단이 각각 연 4.5%, 4.7%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제반 경영지표를 고려할 때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일정 수준의 자본비율을 밑돌아 신종자본증권의 이자 지급 재원이 제한될 가능성도 작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간 돈이 묶이는 건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신종자본증권은 5년 혹은 10년처럼 조기중도상환(콜옵션) 행사 시점이 붙어 있다. 물론 콜 만기 전에도 팔 수 있지만 사고파는 사람이 적다 보니 원하는 시점에 팔기 어렵고 헐값에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발행회사가 조기중도상환(콜)을 거부할 수도 있다.

장기간 돈이 묶여 있는 게 꺼려지면 이미 발행돼 만기가 짧아진 신종자본증권을 사는 것도 방법이다. 박주한 삼성증권 채권상품팀장은 “최근 채권금리가 뛰면서 이미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의 가격이 낮아져 매수 시 기대수익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예컨대 콜 만기가 1년 2개월 남은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연 3.09%, 만기가 2년 남은 KB금융 신종자본증권은 연 3.48% 이자를 준다.

소액투자자가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실제로 PB 등을 통해 신종자본증권을 사려면 지금도 채권 액면 기준으로 최소 1억원 어치 이상을 사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등의 MTS에서 주식처럼 검색해 살 수 있게 됐다. 최소 구매단위는 삼성증권 1000원, 키움증권 10만원이다. 신한금융투자도 다음 주부터 MTS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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