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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사퇴 예견" 태연한 국힘, 뒤에선 '도미노 낙마' 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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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 내각 1호 낙마자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 사퇴한 3일 국민의힘은 두 얼굴이었다. 겉으론 "예견된 일 아니냐"고 태연한 척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도미노 낙마의 불씨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반대 집회 뒤 기자들을 만나 “인사검증 부실 문제 이전에, 애초에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 정부조직 개편 자체에 협조를 안 해줄 거란 전망 때문에 저희가 정부조직법도 상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저항이 거센 상황에서 장관 후보자 10여명을 지명하면서 일부 문제가 드러나고 일부는 자진 사퇴할 수도 있다는 건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핵심 관계자도 따로 기자들을 만나 “낙마한 후보자를 대체할 풀도 이미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히며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히며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이런 공개 발언과 속 사정은 좀 달랐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의 사퇴가 다른 장관 후보자의 거취 표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후보자 한 사람의 사퇴라면 개인 자질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낙마자가 더 늘면 이건 새 정부 인사 난맥상으로 확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익명을 원한 인수위 관계자는 “김 후보자 낙마의 원인 중 하나인 ‘방석집 논문 심사’관련 내용이 두 달 전 출간된 책에 다 적혀있는데도 이를 몰랐다는 건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부실 검증 논란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최대한 중요한 부분에 대해 검증하지만, 미세하고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나 언론의 검증을 통해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에 추가 사퇴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덕수(국무총리) 정호영(보건복지부) 한동훈(법무부) 후보자 등은 이미 국민 검증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선 정호영 보건복지부 후보자 한 명을 콕 찍어 “이제라도 스스로 사퇴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정 후보자는 자녀의 의대 편입학 과정을 둘러싸고 이해충돌·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정의당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은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다른 후보자들의 논란이 가려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한동훈·정호영 후보자와 더불어 "적합성이 떨어진다"등의 이유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까지 데스노트에 올렸다. 특히 정 후보자의 경우엔 국민의힘에서도 “법적 문제는 없다 하더라도 왜 아들·딸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을까. 다른 22개 대학이 있지 않나”(강기윤 의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네번째)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김성룡 기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네번째)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김성룡 기자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처음 도입됐고, 2005년 청문 대상을 국무위원 후보자 전원으로 확대했다. 역대 새 정부 출범 당시의 낙마 사례를 살펴보면 최소 3명은 인사청문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에도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이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엔 김용준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5일 만에 물러났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 투기 논란 등으로 스스로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 당시엔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내정 후 엿새 만에 사퇴했고,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대통령 취임 전 낙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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