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항체' 쓸모없다…美 전역 번지는 새 변이 경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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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오미크론(BA.1)의 하위 변이인 BA.4와 BA.5의 확산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번지고 있는 BA.4, BA.5는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강해 새로운 감염 급증을 이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3일(현지시간) 포춘지는 BA.4와 BA.5가 미국 여러 주에 걸쳐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BA.4, BA.5가 총 14개 주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CDC는 BA.4 감염 사례는 캘리포니아·메인·매사추세츠·뉴햄프셔·뉴욕·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텍사스주 등에서, BA.5는 캘리포니아·일리노이·미시간·미주리·노스캐롤라이나·오클라호마주 등에서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미 콜로라도대의 피비 로스트로 교수는 "이런 확산 상황은 (두 변이가) 이미 미 전역에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남아공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아공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과거 오미크론 감염이 만든 면역도 회피"   

남아공 전염병 대응 혁신센터(CERI)의 센터장 툴리오 드 올리베이라에 따르면 최근 남아공에서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의 70%가 BA.4, BA.5 감염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남아공에선 확진자가 다시 증가해 5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초 1000명 대를 기록하던 남아공의 하루 확진자는 최근 3일 평균 4000명 넘게 발생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이들 중 양성 판정을 받는 비율도 지난 3월 4.5%에서 최근 22%로 치솟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양성률이 5% 미만이어야 코로나19 감염병이 통제 가능한 범주에 있다고 본다. 

남아공 연구 결과 BA.4, BA.5는 기존 오미크론(BA.1)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면역을 쉽게 회피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아프리카보건연구소의 알렉스 시갈 교수 등이 속한 연구팀이 백신 접종을 받지 않고, 오미크론에 감염된 24명의 혈액 샘플을 BA.4, BA.5에 노출한 결과 중화항체 생산량은 약 8배 감소했다. 백신 접종을 한 15명에게 같은 실험을 했더니 항체 생산량이 약 3배 감소한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WHO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WHO 홈페이지 캡처

"BA.4, BA.5 새로운 감염 급증 일으킬 듯"  

시갈 교수는 "최근까지 전문가들은 재확산을 일으키기 위해선 완전히 새롭고 매우 다른 변이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4, BA.5는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을 고려할 때 새로운 감염 급증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리베이라 센터장은 "과거 감염과 백신 접종으로 인구의 90%가 면역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남아공에서 BA.4, BA.5가 확산하는 것으로 볼 때 BA.2보다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A.2는 기존 오미크론(BA.1) 변이보다 전파력이 30% 이상 더 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또 "BA.4, BA.5 두 변이는 남아공 7개 주 외에도 지금까지 호주·오스트리아·벨기에·중국·이스라엘·덴마크·프랑스·독일·파키스탄·영국 ·미국·스위스 등 20여 개 국가에서도 검출됐다"고 전했다. 두 변이는 아직 한국에선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11일 WHO는 면역 회피력 등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BA.4, BA.5를 모니터링 목록에 추가하기도 했다. 

남아공 소웨토의 택시 승강장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페이스 실드를 착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아공 소웨토의 택시 승강장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페이스 실드를 착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유행 최악 못 봤을 확률 5% 이상" 

미국에선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경고가 잇따라 나왔다. 데보라 벅스 전 미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급증은 4~6개월 간격으로 발생했다"며 "이는 이 간격으로 자연 면역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다시 상당한 급증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 남부 지역은 올 여름, 북부는 올 겨울 코로나19가 재확산 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보건 당국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공항에서 일부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공항에서 일부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이 전염병(코로나19)이 훨씬 더 전염성이 강하고, 치명적인 변이를 만들어 낼 위험에 처해 있다"며 "우리가 대유행의 최악을 보지 못했을 확률은 5% 이상"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전문팀을 창설해 세계보건기구(WHO)와 회원국들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미래의 변이 출현을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시갈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긴 하지만 과거 오미크론 감염과 백신 접종이 제공할 보호를 고려할 때 질병의 심각성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파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의 와실라 자삿 박사는 "입원 환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사망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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