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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리은행 614억 횡령 형제, 페이퍼컴퍼니 정황 포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0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이 자신의 형제가 대표로 있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돈을 관리한 정황이 포착,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이 직원은 동생 명의의 여러 계좌로 빼돌린 돈을 보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3일 “계좌추적 등을 통해서 자금흐름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614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지난달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A씨 동생이 공범 혐의로 지난 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614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지난달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A씨 동생이 공범 혐의로 지난 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횡령금 관리 위해 페이퍼 컴퍼니 세웠나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은 ‘우리은행 직원 전모씨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빼돌린 공시 기준 614억 원의 회삿돈을 관리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특수목적법인은 일시적 특수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를 말한다. 전씨는 빼돌린 회삿돈을 특수 목적 법인의 대표인 동생 명의의 여러 계좌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빼돌린 회삿돈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위해 이란의 가전업체 엔텍합이 채권단에 지급한 계약금 등으로 파악됐다. 계약은 무산됐으나 이란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 및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으로 송금이 늦어졌고, 그사이 해당 돈을 관리하던 전씨의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은행 측은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전씨 등이 문서 위조 등 과정을 거쳐 횡령금을 관리하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인 회사를 만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형제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각각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관들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으로 압수수색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관들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으로 압수수색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동생 휴대전화 추적 중

경찰은 전날 우리은행 본점 및 전씨와 동생의 거주지 등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전씨 혐의와 관련된 문서나 컴퓨터 등을 압수해서 자금흐름 및 또 다른 공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취지다. 이 과정에서 전씨의 은행 내부 문서 위조 혐의도 포착됐다고 한다.

다만 전씨 동생의 휴대전화는 아직 경찰에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동생의 휴대전화는 횡령금 관리 방법과 용처 등을 규명하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전씨의 동생은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구속되기 전에는 지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했다고 한다. 전날 진행된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전씨 동생의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의 모습. 연합뉴스

“투자로 소진” 신빙성은?

전씨는 “파생상품과 선물에 투자해 횡령금을 소진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600억 원대 횡령금 중 500억대는 본인이 사용했고, 100억대는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개발 사업 등과 관련해 동생에게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생은 지난 1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이 “사업에 (횡령금을) 쓴 게 맞나”고 묻자 “아니다”고 답했다.

경찰은 둘이 혐의를 자백하고 있지만, 용처 등에 대한 주장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범죄수익 추적 수사팀 인력도 투입했다. 전씨는 최근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해외에 두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전씨는 가족의 ‘생활 비용’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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