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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닝, 화이트, 조, 에드먼, 로스… 이들이 WBC 한국 대표팀에?

중앙일보

입력

중국-한국계 미국인인 콜로라도 로키스 코너 조. [USA투데이=연합뉴스]

중국-한국계 미국인인 콜로라도 로키스 코너 조. [USA투데이=연합뉴스]

데인 더닝, 미치 화이트, 코너 조, 토머스 에드먼, 타이슨 로스. 미국 야구 대표팀 선수 명단이 아니다. 2023년 월드 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에 포함될 수 있는 선수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계 선수들을 WBC 대표로 뽑을 수 있다. 명단을 갖고 있다. 본인들이 원한다면 선발할 수 있다. WBC에는 드림 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BC는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주도해 만들어진 국제대회다. 2009년 2회 대회부터는 4년 간격으로 열렸으나, 코로나19로 2021년 대회가 열리지 못했고, 내년 봄 5회 대회가 치러진다. WBC의 매력은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나서는 유일한 국제대회라는 거다. MLB 사무국은 올림픽과 프리미어12에는 빅리거들의 출전을 허용하지 않지만, WBC는 허락하고 있다.

텍사스 투수 데인 더닝과 어머니 정미수씨. [더닝 SNS]

텍사스 투수 데인 더닝과 어머니 정미수씨. [더닝 SNS]

WBC의 특징은 국적과 관계없이 혈통으로 선수단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야구 인프라가 미비하거나, 실력이 떨어지는 팀이 적극 활용했다. 마이크 피아자는 2006년 1회 대회에서 할아버지의 나라인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해 화제를 모았다. 2017년 4회 대회에선 중국이 파나마 이민 3세인 브루스 첸과 지린성 출신인 KT 위즈 주권을 선발했다.

허구연 총재가 한국계 선수들의 발탁을 거론한 건 야구 대표팀 전력 때문이다. WBC는 메이저리거들이 합류할 수 있지만 현재 빅리그에서 뛰는 투수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뿐이다. 야수도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둘 뿐이다. 국내파로 구성한 대표팀은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머물렀다.

허 총재는 "이스라엘 대표팀도 미국 출신 선수들이 많았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 대표팀은 2017년 조별리그에서 미국 태생 마이너리거들이 대거 합류한 이스라엘에 발목을 잡혔다. 이스라엘은 한국을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다.

최현 롯데 자이언츠 코치. [사진 롯데 자이언츠]

최현 롯데 자이언츠 코치. [사진 롯데 자이언츠]

과거에도 한국 대표팀 의사를 드러낸 선수들이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배터리코치를 지낸 행크 콩거(한국명 최현) 코치가 대표적이다. 한국인 2세인 콩거 코치는 지난 2016년 "WBC에 출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뤄지진 않았다.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투수 타이슨 로스(텍사스 레인저스)도 "한국에서 요청이 온다면 고려해보겠다"고 했으나 불발됐다.

허구연 총재가 직접 거론한 대표적인 선수는 콜로라도 로키스 1루수 코너 조다. 아버지 피터 조는 중국계 미국인, 어머니 미선 조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고환암을 이겨낸 조는 지난해 콜로라도에서 기회를 얻었고, 올 시즌 타율 0.282, 4홈런을 기록중이다. 거포 자원이 부족한 한국 대표팀으로선 조가 합류할 경우 전력을 강화할 수 있다.

스스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선수도 있다. 텍사스 오른손 투수 데인 더닝이다. 더닝의 아버지 존은 주한미군이었고, 한국에서 어머니 정미수씨를 만나 결혼했다. 2016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입단한 더닝은 2020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지난해 텍사스로 이적했다.

양현종과 한솥밥을 먹은 더닝은 "한국은 내게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를 매우 좋아한다"며 한국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류현진,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 왼손투수들에 비해 오른손투수가 적은 대표팀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내야수 토미 에드먼. [AP=연합뉴스]

세인트루이스 내야수 토미 에드먼. [AP=연합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루수 토미 에드먼도 잘 알려진 한국계다. 에드먼의 미들 네임은 '현수'다. 에드먼의 어머니 곽경아씨는 5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고, 아들에게 한국 이름도 지어줬다. 야구선수 출신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에드먼은 2021년엔 뛰어난 수비로 골드글러브도 받았다. 공격력은 뛰어난 편이 아니지만 스위치히터로 활용도가 높다.

미치 화이트도 한국계다. 박찬호가 뛴 LA 다저스 소속에 얼굴까지 닮아 '박찬호 닮은꼴'로 유명하다. 화이트의 외조부 장백기씨는 미국에 정착했고, 야구를 좋아해 다저스 팬이 됐다. 뿐만 아니라 장씨의 손자들은 모두 야구를 했는데, 그 중 한 명이 화이트다. 화이트는 최고 시속 98마일(157㎞)의 강속구를 뿌린다. 화이트는 2020년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뒤 "(돌아가신)할아버지가 보지 못했지만, 나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입양된 롭 레프스나이더(보스턴 레드삭스), 라일리 '준영' 오브라이언(시애틀 매리너스)도 태극마크 후보다.

그러나 대표팀 발탁까지 넘어야 할 산들도 있다. 우선 선수와 구단이 차출에 합의해야 하고, 대표팀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그리고 한국 대표팀에 대한 존중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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