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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중 발목’ 현대차·기아 4월 실적도 부진…올해 목표 750만대 ‘노란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모습. 뉴스1

현대차그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령 영향으로 최근 두 달 연속 부진한 판매량을 보였다. 올 들어 전년 동기 대비해 판매량을 회복한 건 지난 2월뿐이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글로벌 악재까지 더해지며 판매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올해 판매 목표치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2월 빼고 판매량 전년 밑돌아

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9% 감소한 54만8233대의 판매 대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현대차 5만8700대, 기아 5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2.2% 줄었다. 해외 판매량도 현대차 25만1793대, 기아 18만7740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7.1% 하락했다.

현대차는 1~4월 누적으론 국내·외 시장에 총 121만1733대를 판매해 지난해 동기 대비 10.2% 줄었고, 기아는 같은 기간 92만4277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이어지는 와중에 러·우 전쟁, 중국의 코로나 봉쇄령까지 악재가 겹쳤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회사의 판매량은 각각 전년 동월 수준을 밑돌고 있다. 판매량이 전년 수준을 회복한 건 신차 출시 효과를 본 올해 2월이 유일하다.

문제는 러·우 전쟁, 중국의 도시 봉쇄령이 단기간에 해결될 상황이 아닌 만큼 판매 하락세가 최소 상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러시아에선 현대차 타격이 크다. 지난 3월 초부터 러시아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돼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현대차는 1~2월 러시아에서 각 1만여 대를 팔았다가 3월에는 2400여 대 판매에 그쳤다. 기아도 매달 6000~7000대를 팔다가 1000여 대로 줄었다. 4~5월 판매량은 아직 집계 전이지만 3월과 비슷하거나 더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

'광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중국 상하이 봉쇄가 한 달째 이어진 여파로 인해 오는 20일까지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GGM은 현대차 캐스퍼를 하루 평균 200대 위탁 생산한다. 사진은 4월19일 광주 광산구 GGM 공장 야적장에 서 있는 캐스퍼의 모습. [연합뉴스]

'광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중국 상하이 봉쇄가 한 달째 이어진 여파로 인해 오는 20일까지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GGM은 현대차 캐스퍼를 하루 평균 200대 위탁 생산한다. 사진은 4월19일 광주 광산구 GGM 공장 야적장에 서 있는 캐스퍼의 모습. [연합뉴스]

러 판매량 급감…중국선 여전히 부품난

중국은 돌아가며 도시를 봉쇄한 탓에 생산·판매 모두 부진했다. 현대차는 1월 중국에서 2만4000여 대를 팔았지만 3월엔 1만7000여 대에 그쳤다. 특히 중국 봉쇄령으로 인해 와이어링 하네스(차량용 전선뭉치), 에어백 컨트롤 유닛(ACU) 같은 부품 조달이 막히며 국내까지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자동차 업계에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현대차그룹이 올해 세운 판매 목표치 달성은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389만여 대를 판매했고, 올해 목표를 국내 73만2000대, 해외 359만1000대 등 432만3000대로 늘려 잡았다. 기아 역시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277만여 대를 판매한 가운데 올해 판매 목표를 국내 56만2000대, 해외 258만8000대 등 315만 대로 높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봉쇄령으로 부품난 여파가 심각했다. 지난달에만 현대차, 기아 각각 2만여 대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안다”며 “반도체 공급난과 부품난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어 올해 판매 목표치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하반기 들어선 작년 판매량이 바닥을 쳤던 기저효과와 반도체 공급난이 조금씩 풀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월 판매량이 전년보다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사태와 관련해선 “전체 판매량 비중이 작고, 부족한 반도체를 다른 공장으로 돌릴 수 있어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판매량 목표 달성에 ‘노란불’

판매량 목표 달성엔 노란불이 켜졌지만, 실적 자체는 양호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작년 실적,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판매량은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6~7%로 전년보다 올라갔다”며 “마케팅 비용이 줄고,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등 고급차를 많이 팔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이슈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면서도 “미국·유럽에서 친환경차 등 인기 차종 위주로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현대차의 경우 아이오닉6·그랜저 등이 하반기 출격하면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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