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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평가’ 朴 32% 尹 44%…초반 지지율, 9년전과 다른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2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두 사람은 회동하는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배석했던 유영하 변호사는 전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2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두 사람은 회동하는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배석했던 유영하 변호사는 전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일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대선 9일 뒤인 지난 3월 18일 현판식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간 뒤 46일 만에 사실상 활동을 종료한 것이다.

그동안 인수위는 주말을 반납하고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등 새 정부 출범의 기틀을 닦기 위해 달려 왔다. 하지만 그러한 노고에도 불구하고 “인수위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을 견인할 만한 성과를 얻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국민의힘 인사는 “대선 뒤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을 떠올려보면 실제 잘했다고 할 만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혹평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인수위 기간 동안 긍정적인 면보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인사 문제로 충돌한 장면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이러한 인수위 성적표는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운영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28일 조사해 29일 발표한 윤 당선인의 직무 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43%, ‘잘못하고 있다’ 44%였다. 특히,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중도층만 놓고 봤을 때는 ‘잘하고 있다’는 38%에 그쳤고, ‘잘못하고 있다’는 50%에 달했다. 수치로만 봐서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못해 새 정부 초반 국정 드라이브의 디딤돌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자세한 수치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등 참조)

취임 일주일 앞둔 시점 여론조사, 9년 전과 비슷한 흐름 

당선인 신분으로서의 직무 수행 평가를 비교하면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인 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3년 2월 25일 대통령이 된 박 전 대통령은 한국갤럽이 취임 일주일 전 진행한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당선 한 달 뒤, 취임 한 달 전에는 긍정 평가가 56%까지 나오긴 했지만 김용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이 잇따라 낙마하는 인사 참사를 겪은 뒤 지지율이 12%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보통’(8%)과 ‘의견 유보’(16%)라고 답한 비율이 24%였다. 반면 윤 당선인은 ‘(잘하거나 못하거나) 어느 쪽도 아니다’(2%)와 ‘모름·응답 거절’(10%)이 12%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답변이 박 전 대통령은 32%에 그쳤지만 윤 당선인은 44%로 뛰었다. 쉽게 말해 박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지켜보자’는 국민이 꽤 많았지만 윤 당선인에게는 그런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다.

朴 때와 비교하면 ‘지켜보겠다’ 여론 급감…“정치 양극단화”

익명을 요청한 여론조사업체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양극단화가 된 요인이 큰 것 같다”며 “윤 당선인이 초대 내각 인선 등 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맞긴 하지만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윤 당선인이 싫다’는 감정적 판단이 많이 포함돼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보수 진영이 집권한 9년 전 박근혜 정부 출범 때와 비교해 윤석열 정부가 처한 정치적 환경은 더 악화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20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는 이달 10일 국민에게 개방된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20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는 이달 10일 국민에게 개방된다. 뉴시스

그런 가운데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인사 ▶소통 미흡 등이 꼽힌다. 인수위와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통령실 이전 문제는 5월 10일 윤 당선인이 취임한 뒤 청와대가 일반 국민에 공개되면 반전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도 “인수위에서 기대하듯이 집무실 이전 문제는 실제 이전 뒤에 어떻게 운용되느냐에 따라 여론이 바뀔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사 문제는 보다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당장 각종 논란이 이어지던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방석집 논문 심사’ 논란까지 불거지자 3일 전격 사퇴하며 윤석열 정부 1호 낙마 인사가 됐다. 현재 추세로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논란에 휩싸인 인사의 추가 낙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미현 소장은 “윤 당선인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했듯이 국정을 이끌어갈 고민에 잠을 못 이룰 것 같다”면서도 “첫 인사로 내세운 후보자들의 면면이 국민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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