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일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대선 9일 뒤인 지난 3월 18일 현판식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간 뒤 46일 만에 사실상 활동을 종료한 것이다.
그동안 인수위는 주말을 반납하고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등 새 정부 출범의 기틀을 닦기 위해 달려 왔다. 하지만 그러한 노고에도 불구하고 “인수위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을 견인할 만한 성과를 얻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국민의힘 인사는 “대선 뒤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을 떠올려보면 실제 잘했다고 할 만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혹평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인수위 기간 동안 긍정적인 면보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인사 문제로 충돌한 장면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이러한 인수위 성적표는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운영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28일 조사해 29일 발표한 윤 당선인의 직무 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43%, ‘잘못하고 있다’ 44%였다. 특히,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중도층만 놓고 봤을 때는 ‘잘하고 있다’는 38%에 그쳤고, ‘잘못하고 있다’는 50%에 달했다. 수치로만 봐서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못해 새 정부 초반 국정 드라이브의 디딤돌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자세한 수치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등 참조)
취임 일주일 앞둔 시점 여론조사, 9년 전과 비슷한 흐름
당선인 신분으로서의 직무 수행 평가를 비교하면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인 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3년 2월 25일 대통령이 된 박 전 대통령은 한국갤럽이 취임 일주일 전 진행한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당선 한 달 뒤, 취임 한 달 전에는 긍정 평가가 56%까지 나오긴 했지만 김용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이 잇따라 낙마하는 인사 참사를 겪은 뒤 지지율이 12%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보통’(8%)과 ‘의견 유보’(16%)라고 답한 비율이 24%였다. 반면 윤 당선인은 ‘(잘하거나 못하거나) 어느 쪽도 아니다’(2%)와 ‘모름·응답 거절’(10%)이 12%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답변이 박 전 대통령은 32%에 그쳤지만 윤 당선인은 44%로 뛰었다. 쉽게 말해 박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지켜보자’는 국민이 꽤 많았지만 윤 당선인에게는 그런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다.
朴 때와 비교하면 ‘지켜보겠다’ 여론 급감…“정치 양극단화”
익명을 요청한 여론조사업체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양극단화가 된 요인이 큰 것 같다”며 “윤 당선인이 초대 내각 인선 등 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맞긴 하지만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윤 당선인이 싫다’는 감정적 판단이 많이 포함돼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보수 진영이 집권한 9년 전 박근혜 정부 출범 때와 비교해 윤석열 정부가 처한 정치적 환경은 더 악화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인사 ▶소통 미흡 등이 꼽힌다. 인수위와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통령실 이전 문제는 5월 10일 윤 당선인이 취임한 뒤 청와대가 일반 국민에 공개되면 반전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도 “인수위에서 기대하듯이 집무실 이전 문제는 실제 이전 뒤에 어떻게 운용되느냐에 따라 여론이 바뀔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사 문제는 보다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당장 각종 논란이 이어지던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방석집 논문 심사’ 논란까지 불거지자 3일 전격 사퇴하며 윤석열 정부 1호 낙마 인사가 됐다. 현재 추세로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논란에 휩싸인 인사의 추가 낙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미현 소장은 “윤 당선인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했듯이 국정을 이끌어갈 고민에 잠을 못 이룰 것 같다”면서도 “첫 인사로 내세운 후보자들의 면면이 국민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