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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점령지 합병' 수순 돌입…"5월 중순 주민투표 실시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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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를 자국에 합병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계획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지난 3월 5일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 주민들이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이라고 쓰인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반러시아 집회를 하는 모습. [AP=뉴시스]

지난 3월 5일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 주민들이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이라고 쓰인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반러시아 집회를 하는 모습. [AP=뉴시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미국 대사는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가 5월 중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루한스크를 병합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하리라 본다”며 “러시아는 이런 투표를 통해 (영토 합병의) 정당성을 얻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펜터 대사는 이어 “러시아의 남부 점령지인 헤르손에서도 비슷한 일이 진행될 수 있다. 이런 계획이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확보한 정보는 매우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했다. 카펜터 대사는 러시아가 주민투표 결과를 조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라트비아에 본부를 둔 러시아어 인터넷 언론매체 메두자도 익명의 크렘린궁 관계자를 인용해 “당초 지난달 말로 계획됐던 돈바스 지역에서의 주민투표가 공격 차질 문제로 미뤄졌다”며 “5월 14~15일 주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병합 8주년 기념행사에서 “러시아가 진행 중인 특별 군사작전의 핵심 목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제노사이드(대량학살)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병합 8주년 기념행사에서 “러시아가 진행 중인 특별 군사작전의 핵심 목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제노사이드(대량학살)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계 인구 비율이 30%가 넘는 돈바스 지역에선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각각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이라는 자칭 공화국을 수립해 내전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 군사작전은 동부 돈바스 지역 주민에 대한 대량학살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돈바스의 해방이 작전의 주요 동기이자 목표”라고 주장해왔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점령한 첫 주요 도시이자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육로 회랑의 요충지다. 러시아는 지난달 헤르손 중심부에 러시아 공산주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을 설치했고, 지난 1일부턴 러시아 화폐 ‘루블’ 사용을 도입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우기’에 들어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러시아의 공식적인 영토 합병 절차 진행은 이번 전쟁을 더 예측 불가하고 폭발적인 국면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 교전지역이었던 돈바스 뿐 아니라 헤르손까지 '제2 크림반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3월 크림반도 주민을 대상으로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96.7% 찬성 결과가 나오자 몇 시간 만에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한편,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리스 국영 ERT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크림반도 강제 합병에서 멈추지 않았다. 영토의 일부를 러시아에 떼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한 모든 이들의 희생은 의미 없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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