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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료 올리더니 세금은 떼 먹고…병원은 실손보험 청구 조작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 수요가 급격히 늘자 배달대행업체 A는 최근 배달료를 올렸다. 하지만 음식점에게 현금으로 받은 배달료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고 매출에서 누락했다. 음식점이 배달료를 카드로 내면 지급대행사를 통하는 방식으로 역시 수입을 숨겼다. 지급대행사는 음식점에게 카드 결제로 배달료를 받고 이를 배달대행업체에게 수수료를 제외한 뒤 현금으로 준다. 이 과정에서 지급대행사가 매출 내용을 과세당국에 따로 제출하지 않는 허점을 노렸다. A업체는 법인소유 오토바이를 배달원에게 빌려주고 받은 대여료도 신고하지 않고 세금을 빼돌렸다. 배달플랫폼 업체 B도 프로그램 이용료 매출을 숨기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영세음식점에는 세금계산서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코로나로 특수 누리고 세금은 탈루

국세청 세무조사 사례. 국세청

국세청 세무조사 사례. 국세청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리면서도 가격담합, 과도한 가격 인상 등 시장 교란 행위를 일삼고 세금을 빼돌린 업체가 적발됐다. 3일 국세청은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민생침해 탈세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 탈세 혐의자 47명 ▶민생침해 불법행위 탈세 혐의자 42명 등 총 89명이 대상이다.

시장질서 교란 행위자는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가격을 담합하거나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한 업체들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배달 16명, 농·축·수산물 유통 11명, 의료용품 제조 ·유통은 9명, 주거 ·생활 관련 업체 11명이 이번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3일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폭리를 취하며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민생침해 탈세자 89명 세무조사 착수'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

3일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폭리를 취하며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민생침해 탈세자 89명 세무조사 착수'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

의료용품업체 C도 코로나19로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약 100배가량 치솟았다. C업체 사주는 급증한 소득을 감추기 위해 실체가 없는 가상 법인을 설립하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아 비용을 부풀렸다. 또 경영성과에 큰 기여가 없는 사주 부부 급여를 코로나19 이전의 약 200배 수준인 수백억원으로 책정했다. 또 실체가 없는 특허권 사용료 책정한 뒤 이를 사주 부부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 사주 배우자가 운영하는 업체를 기존 거래에 끼워 넣고 회사 이익을 중간에 가로채기도 했다. 사주일가는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수퍼카 타고 수억원의 명품을 구매하는 등 호화·사치 생활을 했다.

성형을 치료로 둔갑…실손청구까지

법의 허점을 노려 고수익을 올리고 세금까지 내지 않은 민생침해 불법 행위자도 적발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불법 대부 14명, 보험사기 관련 병원 8명, 유사투자자문업체는 5명, 불법도박 업체 15명이 적발됐다.

국세청 세무조사 사례. 국세청

국세청 세무조사 사례. 국세청

특히 성형외과 D는 브로커 조직과 공모해 쌍꺼풀 수술, 코 성형, 지방흡입술 같은 수백만원의 미용수술을 해주고 이를 치료목적의 수술로 변칙처리해 환자가 실손보험을 청구하게 해줬다. 이 과정에서 D병원도 약 200억원에 달하는 성형수술 매출을 면세 대상인 치료 수술로 신고해 부가가치세 수십억원을 내지 않았다. 또 환자를 모아온 브로커에게 매출 30%를 떼 주고 이를 광고비로 위장해 역시 소득세를 탈루했다. 심지어 병원장 가족의 해외여행 경비와 명품 구매비 약 10억원도 사업 경비로 처리했다.

코로나19로 생활고를 겪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신종 고리대금업도 적발됐다. 대부업자 E는 지방세를 내기 어려운 사람을 법무사를 통해 소개받은 뒤 자신의 신용카드로 세금을 내줬다. 대신 고금리의 선이자를 물리는 방식으로 변칙 고리대금업을 했다. 지방세는 제3자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자 수입에 대해서는 신고를 누락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고의적 세금포탈 혐의를 확인하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특히 민생침해 탈세 행위는 일회성 조사에 그치지 않고 현장정보 수집 활동과 유관 기관 협력을 통해 지속해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소상공인에 대한 세정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민생침해 탈세 행위는 엄정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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