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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의 지각변동, 해밀턴 시대 저무나…페르스타펜vs르클레르 각축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에밀리아-로마냐 그랑프리 우승 직후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뻐하는 레드불의 페르스타펜. [AP=연합뉴스]

에밀리아-로마냐 그랑프리 우승 직후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뻐하는 레드불의 페르스타펜. [AP=연합뉴스]

세계 최고 모터스포츠 대회 포뮬러 원(F1)이 올 시즌 초반 역대급 반란 구도를 형성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절대강자가 주춤한 사이 새 주인공 역할에 도전하는 영웅들의 각축전이 뜨겁다.

통산 7회 종합 우승에 빛나는 ‘황제’ 루이스 해밀턴(37·메르세데스·영국)은 예년만 못하다. 올해 4라운드까지 진행한 그랑프리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채 랭킹 포인트 28점으로 7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2021시즌 F1 최종전 아부다비 GP에서 2위에 그치며 통산 8회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후유증을 떨치지 못한 모양새다.

당시 해밀턴은 ‘신성’ 막스 페르스타펜(25·레드불·네덜란드)과 공동 1위(시즌 포인트 369.5점)에 오른 상태로 최종전에 나섰다. 레이싱 내내 맨 앞에서 질주했지만, 마지막 바퀴 마지막 코너 구간에서 페르스타펜에 거짓말처럼 선두를 내줬다. 통산 8회 우승의 영예도 다음으로 미뤘다.

지난 시즌 간발의 차로 통산 8번째 종합 우승을 놓친 '황제' 해밀턴은 슬럼프를 겪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시즌 간발의 차로 통산 8번째 종합 우승을 놓친 '황제' 해밀턴은 슬럼프를 겪고 있다. [AP=연합뉴스]

소속팀 메르세데스가 올 시즌을 앞두고 해밀턴의 기를 살리기 위해 4000만 달러(506억원)에 이르는 파격적인 연봉을 지급했지만, 아직까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해밀턴이 레이싱에 온전히 집중하는지 의문을 갖는 팬들도 적지 않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잉글랜드 프로축구 명문 첼시 인수 경쟁에 참여하고, 어머니 성을 이름에 넣어 개명하고, 인권운동에 앞장서는 등 레이싱 트랙 밖에서 활발히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선수 자신은 “챔피언 타이틀에서 갑자기 확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라며 심기일전을 다짐하고 있다.

‘레이싱 영웅’으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은 해밀턴이 흔들리는 사이 초반 선두 경쟁은 페르스타펜과 샤를 르클레르(25·페라리·모나코)의 2파전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초반 네 차례 대회에서 두 선수가 번갈아가며 정상에 올랐다.

호주 그랑프리 우승 직후 환호하는 페라리 드라이버 르클레르. [AP=연합뉴스]

호주 그랑프리 우승 직후 환호하는 페라리 드라이버 르클레르. [AP=연합뉴스]

‘모나코 왕자’ 르클레르가 먼저 치고나갔다. 지난 3월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바레인 GP에 이어 지난달 호주 GP마저 우승하며 먼저 2승을 챙겼다. 매 대회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랭킹 포인트를 86점으로 늘려 선두를 질주 중이다. 연봉(1200만 달러·152억원) 대비 활약도에서 단연 돋보인다.

지난달 에밀리아-로마냐 GP 출전을 앞두고 팬 서비스 도중 32만 달러(4억원) 상당의 손목시계를 도난 당하는 해프닝을 겪었지만, 의연히 대처했다. 레이싱을 6위로 마감한 직후 그는 “예상치 못한 불행에 당황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더 큰 행운이 찾아올 거라 믿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에밀리아-로마냐 그랑프리 우승자 페르스타펜(검은 머신)이 체커기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밀리아-로마냐 그랑프리 우승자 페르스타펜(검은 머신)이 체커기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페르스타펜은 추격자로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 GP와 에밀리아-로마냐 GP를 선두로 마감하며 랭킹 포인트 59점을 쌓아 전체 2위다. 에밀리아-로마냐 GP는 물오른 페르스타펜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시종일관 단 한 바퀴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은 채 체커기(결승선 통과시 흔드는 깃발)를 받았다. 폴 포지션(예선 1위), 패스티스트 랩(1바퀴 최고 기록)까지 싹쓸이하며 F1 역사상 한 경기 최고 점수(34점)를 획득했다. 경기 직전 61점까지 벌어진 르클레르와 격차를 단번에 27점까지 좁혔다.

페르스타펜은 F1의 기록 제조기다. 지난 2015년 17세의 나이에 호주 GP에 참가하며 F1 무대에 최연소 데뷔했고, 이듬해 스페인 GP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엔 역대 4번째로 어린 나이(24세 73일)에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원조 F1 황제’ 미하엘 슈마허의 현역 시절 동료였던 아버지(요스 페르스타펜)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평가다. 전체 참가선수 중 해밀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연봉(2500만 달러·317억원)을 받는다.

호주 그랑프리 도중 머신을 정비하는 페라리 메카닉들. [AP=연합뉴스]

호주 그랑프리 도중 머신을 정비하는 페라리 메카닉들. [AP=연합뉴스]

오는 6일 마이애미에서 개막하는 5라운드 미국 GP는 르클레르와 페르스타펜의 치열한 선두 경쟁, 주춤한 해밀턴의 부활 여부 등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후 스페인 GP부터 시즌 최종전인 아부다비 GP까지 17경기가 더 열린다.

◇F1은…

정식명칭 : 국제자동차연맹(FIA) 포뮬러1 월드 챔피언십
창설연도 : 1894년
참가선수 : 10팀 20명
머신 대당 가격 :200억원(추정)
최고 시속 : 378km/h
연간 관중 수 : 400만명
연간 시청자 수 : 6억명(190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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