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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 투수, 200점 남편… 라팍의 최수종 뷰캐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야구장을 방문한 뷰캐넌 가족. [사진 삼성 라이온즈]

야구장을 방문한 뷰캐넌 가족. [사진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33·미국)을 '뷰수종'이라고 부른다. 아내 하희라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배우 최수종의 이름을 빗댄 것이다. 마운드에선 100점짜리 투수, 집에선 200점짜리 남편이다.

2020년 삼성이 뷰캐넌을 영입할 당시엔 의아하다는 시선이 많았다.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뛰는 동안 인상적인 성적을 내진 못했기 때문이다. 3년간 통산 성적은 71경기 20승 30패 평균자책점 4.00. 야쿠르트 수비가 약하고, 홈인 진구구장이 타자친화적이라 해도 아쉬운 성적인 건 분명했다.

기우였다. 뷰캐넌은 삼성 역사를 새로 썼다. 첫 해 15승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엔 16승을 거둬 다승왕을 차지했다. 16승과 177이닝은 삼성 외국인 투수 최고 기록이다. 삼성 팬들은 '(다른 나라로 가지 못하게)여권을 빼앗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뷰캐넌은 "한국 여권은 초록색이지만, 내 여권은 푸른색"이라며 즐거워했고, 170만 달러(약 22억원)에 사인했다.

삼성 뷰캐넌. [뉴스1]

삼성 뷰캐넌. [뉴스1]

뷰캐넌의 올 시즌 목표는 3년 연속 15승이다. 아직까지 6번의 등판에서 2승(3패) 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은 2.77로 나쁘지 않다. 6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했고, 초반에 실점해도 끝까지 버텼다.

징크스도 깨트렸다. 뷰캐넌은 지난 2년 동안 LG 트윈스를 상대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대구 LG전에서 일곱 번째 도전만에 승리를 따냈다. 뷰캐넌은 "유독 LG전에서 만족스러운 투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야구다. 0-4로 지고 있다가도 팀이 역전해 승리투수가 됐다"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 롯데 자이언츠(4경기 3패, 평균자책점 3.24)만 이기면 전구단 승리도 달성한다.

대구구장을 찾은 뷰캐넌 가족. 아들 브래들리(왼쪽부터), 딸 릴리, 아내 애슐리. [사진 애슐리 SNS]

대구구장을 찾은 뷰캐넌 가족. 아들 브래들리(왼쪽부터), 딸 릴리, 아내 애슐리. [사진 애슐리 SNS]

야구만 잘 하는 게 아니다. 선발등판하지 않는 날엔 더그아웃에서 여러 가지 행동으로 동료들과 팬을 웃게 만든다. 선수들 응원가에 맞춰 춤을 추고, 좋은 플레이를 한 선수에게 다가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호세 피렐라와 알버트 수아레즈에게도 대구에서 유명한 식당을 알려주는 등 적응을 할 수 있게 도왔다.

한국과 한국 야구, 팀원들을 존중하는 마음도 크다. 뷰캐넌은 투구를 시작하기 전 모자를 벗고 고개숙여 인사한다. 지난해 아내가 건강 문제로 떠난 뒤 풀죽어 있었던 게 미안하다며 초밥을 사기도 했다. 뷰캐넌은 "KBO리그 심판은 공정하다. 여러 구종과 구속이 오가는 프로리그 경기에서 심판을 보기란 어렵다. 만족하지 않는 판정이 나올 때도 있지만 공평하다"고 했다.

20일 NC전에서 경기 전 인사를 하는 삼성 뷰캐넌. [사진 삼성 라이온즈]

20일 NC전에서 경기 전 인사를 하는 삼성 뷰캐넌. [사진 삼성 라이온즈]

그라운드에서 훌륭한 선수인 뷰캐넌은 집에서도 다정한 남편, 자상한 아빠다. 승리투수가 된 뒤 "아내의 생일이니 꼭 기사에 써달라"고 하는 애처가다. 경기가 끝나면 경기장을 찾은 가족들과 함께 퇴근한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해 한국 생활을 공개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내 애슐리가 미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부탁해 만든 응원 영상을 볼 때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아내가 미국에 돌아간 사이 구단에서 준비한 '뷰가(家)네' 이벤트 당시 동영상을 볼 때도 눈시울을 붉혔다.

뷰캐넌은 코로나19 탓에 2020시즌엔 한국에서 홀로 지냈다. 그는 중계 카메라를 통해 아내에게 러브레터를 보내기도 했다. 뷰캐넌은 "애슐리가 (딸 릴리를)임신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렇게 했는데 아내가 '너무 귀여웠고, 프로포즈를 다시 받은 것 같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뷰캐넌이 미국을 떠나 타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아내 애슐리도 그를 따라다니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뷰캐넌은 "아이가 똑똑하든 성숙하든 키우는 건 모든 부모에게 힘든 일이다. 아내는 정말 훌륭한 엄마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 브래들리와 릴리를 잘 교육시키고 있다. 원정을 떠나면 일주일 정도 집을 비운다. 아내는 존경스럽고 멋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뷰캐넌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도 가족이다. 그는 "가족이 중요하다. 가족이 있어 야구를 하다 힘들 때도, 참고 버틸 수 있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야구를 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브래들리가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 관중석에서 야구를 보면서 춤추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게 싹 사라진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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