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의 셀럽앤카]㉙ 이임 전 쓴소리 쏟아낸 한국GM 사장의 속내

중앙일보

입력 2022.05.03 08:17

업데이트 2022.05.03 08:29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파행적 노사 관계가 흔하다. 선진국과 달리 기업 임원까지 형사 처벌하는 양벌규정으로 능력 있는 글로벌 인재의 한국 임명이 어려워 지속적인 투자 결정을 방해하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지난달 ‘외국투자 기업, 차기 정부에 바란다’를 주제로 열린 한 포럼에서 한국 노사 관계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노사 관계 비판한 車 CEO

카허 카젬 GM 사장(왼쪽)이 지난달 한 포럼에서 한국 노사 관계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사진 한국GM]

카허 카젬 GM 사장(왼쪽)이 지난달 한 포럼에서 한국 노사 관계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사진 한국GM]

카젬 사장은 “한국은 해외 주요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전문성과 제조 능력, 경쟁력 있는 부품 공급망 등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강점에도 노동 개혁과 노동 유연성, 외투(FDI)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GM 본사가 있는 인천 부평 공장을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 한국GM]

한국GM 본사가 있는 인천 부평 공장을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 한국GM]

한국GM은 생산 제품의 85% 이상을 수출하는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 안정적인 노사 관계와 노동 유연성을 우선시하고 있다. 차량을 적기에 수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는 노사 분쟁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없었다.

카젬 사장은 “한국은 짧은 교섭 주기(1년)와 노조 집행부의 짧은 임기(2년)가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저해하고 있다”며 “파견·계약직 근로자와 관련한 불명확한 규제로 인해 노사 관계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젬이 총괄 부사장으로 부임할 예정인 상하이GM 본사의 모습. [사진 상하이GM]

카젬이 총괄 부사장으로 부임할 예정인 상하이GM 본사의 모습. [사진 상하이GM]

외투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비판의 소리를 낸 이유는 아직 해결 못 한 아픈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GM 본사는 지난 3월 카젬 사장을 6월 1일부로 상하이GM(SAIC-GM) 총괄 부사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상하이GM은 중국에 공장 네 곳을 두고 있는 대형 사업장이다. 뷰익·캐딜락·쉐보레 브랜드로 30여 차종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상하이GM 부사장 영전 발령  

GM 본사 관계자는 “카젬 사장은 2017년 9월 한국GM 사장에 취임한 이후 한국 사업장을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며 영전 인사임을 명확히 했다.

카허 카젬 GM 사장(왼쪽)이 지난해 5월 재판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카허 카젬 GM 사장(왼쪽)이 지난해 5월 재판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이임을 앞둔 카젬이 제때 상하이GM에 부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7~2020년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를 불법 파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20년 7월 기소돼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로부터 출국 정지 처분을 이미 두 차례 받았고, 지난달 초에도 세 번째 정지 처분이 떨어졌다.

재판 중이라 중국 부임 불투명  

카허 카젬 GM 사장(오른쪽)이 2019년 픽업 트럭 ‘콜로라도’ 출시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허 카젬 GM 사장(오른쪽)이 2019년 픽업 트럭 ‘콜로라도’ 출시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젬 사장은 1995년 호주GM에 입사한 뒤 홀덴(Holden) 브랜드 생산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태국GM 부사장, 우즈베키스탄GM 사장, 인도GM 사장을 맡았다. 인도GM 사장 재임 당시 내수 시장에서 철수하고, 수출용 공장만 유지하는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이 때문에 2017년 한국GM 사장 부임 당시 자동차 업계에선 ‘GM 철수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철수설은 현재 시점에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상황이다.

준중형차 크루즈 등을 생산하던 한국GM 군산 공장은 2018년 폐쇄 뒤 이듬해 매각됐다. [사진 한국GM]

준중형차 크루즈 등을 생산하던 한국GM 군산 공장은 2018년 폐쇄 뒤 이듬해 매각됐다. [사진 한국GM]

카젬 부임 이듬해 전북 군산 공장에 대해 폐쇄·매각 결정이 내려졌다. 결국 2019년 ㈜명신·MS오토텍이 군산 공장을 인수해 전기차 위탁 생산 시설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창원 공장 최신식 시설 전환 중

한국GM은 현재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 충남 보령 등 세 곳에서 생산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GM은 이달 중 부평 공장(2공장)의 인력 1200여 명을 창원 공장에 전환 배치하기로 지난달 노사 합의를 이뤄냈다.

대신 창원 공장에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한 도장 시설을 새로 짓고, 최신식 생산 공장으로 탈바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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