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7일 스위스 베른의 스위스 연방 의회 분데스하우스 앞 촛불 집회에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대유행의 스위스 희생자 한 사람에 하나씩 모두 1만1000개가 넘는 촛불을 켠 가운데 한 여성이 촛불 하나를 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왕래가 잦은 도시지역 야외 공기에서도 존재하고 감염 위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따라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경우에는 야외 공기 속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계속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 환경공학연구소 연구팀이 최근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 인터넷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4월 사이 스위스 베른 중앙역 인근과 취리히 시내, 루가노대학 캠퍼스에서 공기 중 호흡기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야외 공기 중 바이러스 조사지점. [자료: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2]](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03/4f3dbc18-aa05-4a25-895a-87ebe4a9039a.jpg)
야외 공기 중 바이러스 조사지점. [자료: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2]
연구팀은 3곳에 있는 스위스 정부의 대기오염 측정망을 활용해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시료를 채집했고, 시료에 포함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A 등 16가지 호흡기 바이러스를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의 방법으로 분석했다.
스위스에서는 2020년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2020년 3월 15일부터 봉쇄가 시작됐다.
㎥당 바이러스 1만 개 가까이 검출돼

지난해 9월 17일 스위스 수도 베른의 거리에 설치된 코로나19 검사 센터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구팀 분석 결과, 베른에서는 2020년 3월 후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 수준에 도달하면서 피크를 보였고, PM10 시료 속의 바이러스 농도 역시 ㎥당 1만 개 가까이 검출될 정도로 늘어났다.
이후 봉쇄가 시작되면서 확진자 수도 줄었고, 공기 중의 바이러스 숫자도 배경 농도 수준으로 감소했다.
베른에서는 3월 후반과 4월 초반 PM2.5 시료에서도 ㎥당 수십 개 수준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취리히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PM10 시료 속의 바이러스 숫자도 ㎥당 1000개 수준까지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취리히에서도 봉쇄 조치 후에는 바이러스 숫자가 줄었다.
루가노대학 캠퍼스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조사한 16가지 바이러스 중에서 인간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인 HRSVA와 HRSVB는 검출되지 않았고, A형 인플루엔자와 인간 코로나바이러스 HCoV-NL63와 HCoV-HKU1 등은 조사 기간에 꾸준히 검출됐다.
확진자 많을 땐 무시 못 할 수준

지난해 11월 2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관련 국민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시청 투표소 인근 뮌스터 다리 위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인간 코로나바이러스인 HCoV-NL63와 HCoV-OC43, HCoV-HKU1 등의 감염 위험은 약 1000분의 1인 반면에 코로나19는 1만분의 1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베른의 경우 2020년 5월까지 코로나19 전체 발병률이 0.1769%였는데, 3월 말 베른의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역시 0.1913으로 나타나는 등 공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는 검출 못 한 실외 공기 중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번에 검출할 수 있었던 것은 장시간 많은 양의 공기를 채집했기 때문이고, 기차역 인근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시료를 채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확진자가 늘어나는 때 시료를 채취하는 등 조사 시기도 적절했고, 기존 연구와는 다른 필터와 완충액을 사용해 바이러스 회수율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날씨도 중요한 요인인데, 2020년 3월 초 베른에 비가 내린 탓에 그때는 미세먼지 농도와 더불어 바이러스 농도까지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스크 벗어도 변이 출현 감시해야

지난 1월 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스위스 국기와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교통 간선에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모여들기 때문에 확진자가 배출한 바이러스를 채취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실외 공기에서는 바이러스가 쉽게 희석될 수 있으므로 도시에서도 교통이 집중되는 곳이 아니면 바이러스 농도가 훨씬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 시료 채취 장소를 적절히 선택한다면 미세먼지 속의 바이러스 농도가 코로나19 유병률을 대략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하수(下水)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 상황을 감시할 수 없을 때 미세먼지 분석으로 인구에 대한 감염 위험을 추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가정·사무실에서 나오는 하수를 감시해서 지역 내 코로나19 유행이나 새로운 변이의 출현을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격리 의무가 사라지거나 검사가 면제될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시민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정확한 감염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하수 모니터링이나 도시 미세먼지 분석의 중요성은 더 커지는 셈이다.
![대구 달서구의 상징인 대형 원시인 석상이 718일 만에 마스크를 벗었다. 대구 달서구 관계자들이 2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에 맞춰 상화로에 있는 길이 20m, 높이 6m짜리 원시인 조형물 '2만 년 역사가 잠든 곳'에 씌운 마스크를 벗겨내고 있다. 달서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한 2020년 5월 15일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기 위해 조형물에 마스크를 설치했다. [사진 대구 달서구]](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03/3616ef1d-714b-4d02-b268-01b2345eb7e3.jpg)
대구 달서구의 상징인 대형 원시인 석상이 718일 만에 마스크를 벗었다. 대구 달서구 관계자들이 2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에 맞춰 상화로에 있는 길이 20m, 높이 6m짜리 원시인 조형물 '2만 년 역사가 잠든 곳'에 씌운 마스크를 벗겨내고 있다. 달서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한 2020년 5월 15일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기 위해 조형물에 마스크를 설치했다. [사진 대구 달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