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오후 8시14분쯤 대전시 중구 산성동의 한 식당에 30대 남성이 혼자 들어왔다. 술과 안주를 주문한 그는 1시간50분쯤 뒤인 오후 10시9분 음식값을 계산하지 않고 식당 문을 나섰다. 무전취식(사기)이었다. 한눈을 파는 사이 손님이 도주한 사실을 깨달은 주인 A씨(50대 여성)는 “손님이 돈 안 내고 그냥 갔다”며 신고했다.
업주 한눈파는 사이 돈 안 내고 도주
A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식당 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통해 검정색 점퍼와 바지를 입고 흰색 운동화를 신은 남성이 무전취식을 하 뒤 달아난 것을 확인했다. 사건을 맡은 대전중부경찰서에는 한 달 전 유사한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형사들은 CCTV를 분석, 두 사건의 용의자를 동일 인물로 판단했다.
경찰은 방범용 CCTV와 인근에 주차된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시작했다. 용의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사건 발생 3시간 만인 15일 오전 1시28분쯤 경찰은 남성이 범행 장소에서 멀리 떨어지진 않는 곳을 배회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현장으로 달려간 경찰은 식당과 편의점 업주·아르바이트생에게 용의자의 인상착의가 담긴 CCTV 사진을 보여주고 발견 즉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5월 출소 뒤 모텔 노숙하며 범행
닷새 뒤인 4월 20일 오후 8시쯤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OO동에서 돌아다닌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을 탐문·수색하던 경찰은 한 식당에서 술과 안주를 먹고 있던 B씨(30대 남성)를 긴급 체포했다. 조사 결과 B 씨는 지난해 5월 출소한 뒤 대전 중구 한 폐 모텔에서 노숙하며 인근 식당에서 무전 취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자백한 무전취식과 절도 범죄만 40여 건에 달했다.
경찰이 B씨와 함께 범행 현장과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그는 2월 5일부터 4월 14일까지 대전 중구지역을 돌며 62차례나 무전취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를 본 곳은 대부분 50~60대 여성이 혼자 운영하는 식당으로 손님이 뜸한 늦은 시간 범행이 이뤄졌다. 신고를 당한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식당은 다시 가지 않았다. B씨는 비슷한 기간 무인점포 8곳에서 57차례나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 업주들은 B씨가 다시 찾아와 보복할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B씨를 상습사기 및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지난달 29일 검찰에 송치했다. B씨가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은 업주들은 “이제야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게 됐다”며 경찰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찰 "50~60대 여성만을 골라 계획적 범행"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작은 규모의 식당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손님이 들어오면 또다시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했던 업주들이 편하게 장사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